김상훈 교수 / 평택대학교 신약학,  스텔렌보쉬대 신학대학원(Th.M, Th.D)

우리는 분명 딜레마에 빠져있다. 목회자의 권위를 거의 신적으로 부각시켜 문제인가 하면 목회자를 단순한 계약전문직업인으로 보아 문제가 생기도 한다. 목회자만을 특화시켜 주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종이라는 절대적 미명 아래 전횡조차도 묵인하는가 하면 장로들이 담합하여 초빙한 목회자를 내쫓는 등 마음대로 하는 일이 교회 안에서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와 상처를 입는 것은 안타깝게도 주님의 양, 성도들이다. 이러한 때 목회자는 어떤 정체성으로 교회와 주님 앞에 서야 할 것인가?

평택대학교 신학대학원의 김상훈 교수는 본고에서 목회의 참 모델인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직 사역을 통해 오늘날의 목회자의 정체성에 대한 길잡이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그리스도의 삼중직 사역이 교회에 그대로, 제대로, 적절하게 전개되어야 한다는 점, 둘째, 신약목회의 성경적 원리와 실제가 현대 목회에 가장 중요한 사역원리가 되어야 한다 점, 셋째, 성경 자체를 통해 교회와 목회사역을 위한 가장 중요한 리소스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삼중직(왕직, 제사장직, 선지자직)이 바르게 구현되지 않음으로 인해 생긴 많은 폐단 가운데 많은 성도들이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나거나 교회에 불만을 가진 채 그냥 포기하고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은 한국적 상황에서 그리스도의 목회가 바로 실현되도록 일조하는 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편집자 주).

[신약목회, 그리스도의 목회]의 목차
1. 주님은 지금도 삼중직 사역을 하시는가?
2. 신약에서 목회 사역 모델을 찾는다.
3. 복음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목회1: 왕직
4. 복음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목회2: 제사장-선지자직
5. 사도행전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목회
6. 로마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목회
7. 고린도전후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목회
8. 바울의 초기서신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목회
9. 옥중서신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목회
10. 목회서신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목회
11. 공동서신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목회
12. 요한서신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목회
13.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목회
14. 이렇게 목회하고 싶다.

주님은 지금도 삼중직 사역을 하시는가?

◆ 목양과 목회

목회의 이해는 목양의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자으로 할 때, '牧羊' 또는, '牧養' 그 어느 쪽으로도 쓸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자는 양을 친다는 뜻이고 후자는 치다, 다스리다, 돌보다의 목(牧)과 양육하다, 육성하다, 보살피다, 윤택하게 하다의 양(養)을 합친 뜻을 가집니다. 둘다 성경적인 사상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고 봅니다. 전자는 성도들을 양 떼로, 이들을 돌보는 주님을 목자(牧者)로 지칭하는 본문들(예컨대, 요10장)과 직접 관련되어 있고, 후자의 개념은 지도력(권한)과 돌봄(책무)이라는 목회사역의 의미를 균형 있게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회라는 이 용어는 목양(牧養)의 대상이 교회임을 전제합니다. 회중을 목양하는 목회(牧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목회는 목양교회(牧養敎會)를 줄인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영어로 목회는 pastoral ministry입니다. 앞의 pastoral이 목양적인의 뜻이라면, 뒤의 ministry는 사역(일)이라 번역합니다. 즉, 목양적인 사역 또는 양을 돌보는 일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자표현이나 영어표현 모두 목양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후자는 좀 더 사역(일)에 초점을 두고 있고 전자는 목회의 대상인 교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각 개념들은 동서양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개념이 함께 어우러져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인격적인 것과 사역적인 것을 함께 받아드려 둘을 보완시킬 때 보다 온전한 목회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목회는 주님의 일

자신 있게 큰소리 내는 목회자들을 가끔 봅니다. 제법 큰 규모의 목회사역을 하면 그렇게들 되나 봅니다. 그러나 어떤 목회자라도 자기 자신이 목회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스스로 자신할 수는 없을 줄 압니다. 자신의 한계를 참으로 알면 그럴 것입니다. 실상 목회는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소나 양을 치는 것은 사람의 일이지만 하나님의 양 떼를 치는 일은 하나님 자신의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셔야 할 일일 뿐 아니라 하나님만이 사실상 제대로 하실 수 있는 분이심을 인정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습니다. 그런 능력을 인간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신의 생각만 따르면 모든 것을 얻을 것처럼 선전하는 이들은 거짓된 목자들입니다.

사람이 이 위대한 주님의 목회를 할 수 있으려면 오직 위로부터 주님의 사역을 그에게 위임(authorizing)해 주실 때라야 가능할 뿐입니다. 목회사역의 위임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그것은 하늘의 일을 인간일 뿐인 목회자에게 단지 한시적으로 맡기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목회가 목회 지도자 자신을 위해 주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늘 인정해야 합니다. 특히, 주님께서 깨어질 질그릇 같이 부족한 내게 그분의 교회를 위해 영광스러운 그분의 목회를 허락해 주셨음을 은혜로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힘을 다해 섬겨야 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오직 주님만이 완전한 선한 목자(요10:11,14)가 되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이 그 선한 목자가 되는 듯 행세해선 안될 것입니다. 그건 속이는 것입니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양 떼를 한시적으로 목양할 책임을 부여받은 대리 일꾼일 뿐입니다. 이 말은 목회자가 늘 자신의 한계(제한적인 신분)를 인정하고 선한 목자 되신 주님의 본을 항상 따르고, 주님 자신이 늘 목회의 주인이 되시도록 하며, 그리고 목자이신 주님과 비교해서 얼마나 자신이 목자답지 않은지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며 항상 인정하며 사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하지 않으려면 목회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주님의 목회를 오히려 파괴하고 마는 두려운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죄 없다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목회의 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역 본질의 문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떻게 할 줄 몰라서 어렵다기보다는, 목회의 근본적인(성경적인) 관점과 목적을 잊기 때문에 더 큰 혼란을 겪습니다.

목회는 주님 그분의 목회 철학과 계획을 이해하지 않고선 제대로 사역할 수 없습니다. 주님의 목회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 주님이 자신의 교회를 이 땅에 세우신 이유, 교회를 주의 몸으로 정하신 이유, 교회를 통해 이루시고자 하는 계획(경륜), 교회를 사랑하시는 그의 마음, 교회가 교회 되도록 하기 위한 그분의 사역 등을 머리되신 주님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 목회 삼중직

목회의 직무가 그리스도의 직무를 맡아 하는 것이라면 그리스도의 삼중직무는 그대로 목회의 삼중직무의 모델과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왕으로, 제사장으로, 선지자로 계심을 우리는 잘 압니다. 왕으로서의 주님은 우리를 다스리시며, 제사장으로서의 주님은 우리를 그의 아버지 하나님께로 이끄시며, 선지자로서의 주님은 말씀으로 우리를 양육하십니다.

본래 기름부음으로 세움을 입는 삼중직의 원형은 구약에서 발견됩니다. 모세나 다윗은 이스라엘을 잘 다스렸던 모델로 나옵니다. 반면에 레위 계열의 제사장들은 하나님과 사람들을 맺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엘리야와 이사야 등으로 대표되는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이 삼중직과 관련된 인물들이 늘 자신의 직무를 성공적으로 감당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패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에게 완전한 본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어떻게 하면 성공하고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 지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삼중직을 온전히 이루신 분입니다.

목회는 본질상 주님의 목회이기 때문에 이 삼중직의 특성을 가집니다. 다시 말해, 목회자는 교회를 목양할 때 이 주님의 삼중직의 사역방향을 따라 제대로 섬겨야 할 의무를 가집니다. 그의 권한과 능력이 주님의 그것과 분명 다르지만 주님의 삼중직의 역할은 교회사역에 있어서 목회 지도자들에게 한시적으로, 또 제한적으로 주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목회자가 교회에서 구약의 왕, 제사장, 선지자와 동일시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온전한 삼중직은 오직 주님만이 감당하실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권한은 주님, 그분께만 있으나 그분의 뜻을 따라 수행하는 책임은 부르심 받은 목회 지도자에게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 부분을 이해 못하면 모든 것에 혼동이 옵니다.

즉, 목회자는 교회에 세우신 지도자로서 주님을 대신하여 목회사역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한계적으로, 또한 지혜롭고도 적절하게 왕-제사장-선지자의 역할과 직무를 대행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인제사장주의의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그리스도인 모두가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삼중직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다만, 교회를 돌보도록 위임받은 목회자들이 교회 내에서 삼중직의 역할을 잘 담당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명확합니다. 성도들이 세상을 향해 그렇다면 목회자들은 교회를 향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목회자의 권위가 잘못 부각되어선 안 됩니다. 그 자신의 권위를 우선 내세우는 목회자가 아니라, 선한 목자이신 주님의 뒤를 따라, 진정으로 마음을 다하여, 맡겨진 양 떼들을 돌보며 섬기는 목회자가 이 시대에 참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목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들 하기 때문입니다.

양들을 다스리는 역할(왕)과 양들의 문제를 중보로 주님께 가져가는 역할(제사장)과 양들에게 말씀을 가르치며 전하는 역할(선지자)을 종합해서 말하지 않고서는 목회사역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물론 목회자 개인이나 목회자 그룹의 일만이 아니라, 당회, 제직회, 교사회 등의 지도자 그룹들의 공통된 책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선적인 책임은 아무래도 목회자/설교자에게 있을 것입니다.)

목회자가 이 세 가지 권한을 한꺼번에 쥐고 행할 때, 독재적 힘의 사용, 즉 전횡(專橫)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쉽게 얻게 될 힘의 오용과 남용, 그리고 그로 인한 하나님의 판단을 지도자들은 두려워해야 합니다. 소자 하나를 실족하게 한 자가 받을 벌이 어떤지 주님은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말씀으로 자신을 먼저 쳐서 복종시키지 않는 자는 목회자로 적합치 않습니다. 자신과 가정을 바르게 다스리고 또한 자신과 가정의 문제와 과오를 하나님께 가지고 나아가며, 말씀으로 스스로를 개혁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주님의 교회와 하나님의 회중을 참으로 섬길 수 없습니다. 잘못하면 삼중직 역할의 종합은 그 힘의 과용(過用)으로 인하여 오히려 교회와 자신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합니다. 두렵고 떨림으로 늘 돌아봐야 합니다.

목회는 천사도 부러워할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두렵고 떨림으로 감당해야 할 하나님의 일입니다. 부족한 우리에게 위대한 일을 맡기신 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존귀하게 하며, 주님의 은혜로 그의 백성들을 복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목회자는 다스리는 자로서의 마땅한 그릇과 자격이 갖춰져야 하고, 또 제사장의 마음과 자세를 갖춰야 하며, 더 나아가 선지자로서의 정신과 능력을 소유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의 실패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세 가지 중 어느 쪽이 좀더 강하고 다른 것이 조금은 부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라도 강한 쪽이 약한 쪽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스리는 자로서의 모델에는 모세와 다윗이 있습니다. 이 둘은 철저히 하나님을 의지했던 대표적인 인물들인데, 특히 모세는 그의 온유(민12:3)에 있어서, 다윗은 그 신실함과 바름에 있어서(참고 왕상9:4) 지도자의 그릇을 소유했던 분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분들은 목회자들에게 인간적인 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약의 모델들은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점검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다윗왕이 그랬다고 목회자들이 백성(회중)들 앞에 군림하려 해선 안될 것이고 예수님처럼 사랑의 섬김으로 영적 지도력를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구약의 이해에 대해 신약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특히 하나님 나라에서의 다스림은 늘 왕의 왕되신 하나님의 뜻을 우선하는 태도와 그의 뜻에 순종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구약의 모델들이 현대 목회자들을 위해 빛을 던져주는 예들이 많습니다.

◆ 삼중적 사역의 내용

삼중직 목회를 말할 때 기반이 되는 관계구도를 단순화하면 주님과 목회자와 성도(교회)라는 삼각형 구조관계입니다. 다스림직은 주님 목회자 성도 주님으로, 제사장직은 성도 목회자  주님 성도로, 선지자직은 다시 주님 목회자 성도 주님으로 사역방향이 흐릅니다. 물론, 이 흐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제사장직과 관련해서 성도 주님 목회자의 구도가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필요할 때도 많을 것입니다. 이것은 성도들이 목회자를 위해 중보기도하는 등의 때일 것입니다. 여기에선 일단 일반적인 목회적인 측면에 강조점을 두겠습니다.

첫째, 다스림직은 목양(牧養)의 牧자와 관련된 지도력의 문제입니다. 이끌고 돌보는 역할입니다. 회중을 이끌고 돌볼 때 정의와 공평의 정신이 필요한 것은 일반 정치의 경우에서와 같습니다. 편협 되거나 귀를 즐겁게 하는 이들의 말에 치우치지 않고 교회를 주님의 뜻을 따라 이끄는 지도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목회자를, 교회를 다스리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이 부담스런 일임에는 사실입니다. 주님의 교회를 제멋대로 다스리는 이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려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다스림이란 사역의 내용을 제거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오히려 바르게, 지혜롭게, 사랑으로 섬기며 이끄는(즉, 다스리는) 목회자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다스림은 한편으론 양 떼들의 보호와 안전을 보장하며 다른 편으론 이들에게 풍요와 윤택함을 제공해야 합니다. 교회를 다스린다(양 떼를 친다)는 것은 성도들로 하여금 그리스도 안에서 보호와 풍요를 누리게 하는 일입니다. 성도들을 굳게 세우고 그리스도 안에서 부요한 삶을 살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좋은 나라에 사는 백성들은 잘 다스리는 이들 때문에 행복을 누립니다. 모든 교회가 이런 교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왜 그렇지 못한지 목회자는 주 앞에서 심각하게 기도하며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 나라가 평안과 행복을 누리려면 또한 국방이 튼튼해야 할 것입니다. 이 일은 비용이 듭니다. 더군다나 하나님 나라를 세워 가는 교회가 든든히 서는 데에는 훨씬 많은 비용이 듭니다. 부강한 나라라는 것은 백성들이 흥청망청 놀고먹는 나태한 나라가 아닙니다. 훈련된 강한 군사들로 무장된 나라, 각 분야의 전문인들이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 나라, 이들을 이끄는 바로 선, 꿈과 비전을 가진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이끄는 나라일 것입니다. 양육(교육)과 훈련이 바로 된 나라가 튼튼한 나라가 됩니다.

교회는 전투를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영적 싸움을 싸우는 군대입니다. 성도들이 훈련되지 않고서는 굳게 설 수 없고 훈련이 없이는 강한 군사로 영적 싸움을 싸울 수 없으며 훈련이 없이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영적 전쟁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이것 또한 다스림의 영역에 해당되는 사역들입니다. 주님의 교회는 훈련된 병사들로 전도 및 선교 그리고 문화 전쟁을 일으켜 영적 수확을 얻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위에 세우는 일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성도들을 하나님 나라의 훈련된 군사로 양육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때 훈련된 군사들은 훈련되지 않은 병사들에 비해 휠씬 더 나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다스림의 정치란 단지 백성들을 편하게만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백성들을 훈련시켜 미래에 제대로 설 수 있는 이들이 되도록 돕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나치게 전쟁 지향적이어선 곤란합니다. 평안과 행복을 주는 나라 세우기에 함께 주력하지 않으면 백성들의 마음을 살 수 없고 덕치(德治)를 한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평안하게만 하면 백성들은 게을러지기 쉽고 목표가 없어져 안일해 질 수 있고 도덕적, 정신적 해이에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교회에선 모든 족속으로 제자 삼으라는 주님의 뜻을 잊고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균형이 필요합니다. 양쪽에 함께 중점을 가하는 양날개의 균형을 말합니다.

교회는, 또 개별 성도들이 세상을 다스리는 역할을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무척 중요한 사역입니다. 이 일은 직장 등의 맡겨진 일을 감당하는 일에서, 자연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세워나가는 일 등에서 나타납니다. 성도들이 세상에서 이 다스림의 사역을 하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세상에선 이들이 섬기는 목자입니다.

두 번째 사역은 제사장직입니다. 이 일은 하나님께 성도들을 이끌어 가는 역할입니다. 예배와 중보기도에서 특히 보여지는 목회자의 역할입니다. 제사장의 심정을 가진 목회자라면 그는 성도들 개인 또는 전체의 죄와 한계의 짐을 지고 하나님께 나아갈 것입니다. 목회자만 그 일을 하는 것도 또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교회의 지도자인 목회자들이 특히 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회중의 허물과 죄, 한계와 부족, 모순과 좌절, 아픔과 슬픔, 그 무엇이든지 짊어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중보기도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주님이 그러하셨습니다.

주님만이 중보자가 되시지만, 목회자는 양 떼들을 위하여 하나님께 기도하며 간구하는 일에 열심을 다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성도들과 하나님과 화목하도록 하는 일이 그의 사역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성도들을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도록 할 수 있을까가 그의 또 다른 중요한 관심사항입니다. 한편으로 성도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연약함을 끌어안으려 하는 목회자는 주님을 따라 제사장직의 역할을 제대로 대행하고자 하는 목회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사장직은 마음으로 성도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중보기도로 하나님 앞에 가지고 가며, 최선을 다하여 성도들을 하나님께로 이끌고자 노력하는 목회적 노력입니다. 하나님과 사람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사역이 바로 이 직무인 셈입니다.

모든 성도들이 세상을 향해 또 서로를 향해 제사장직을 수행한다는 것이 만인제사장주의의 골격입니다. 다시 말해, 목회자만이 제사장은 아닌 것입니다. 그렇지만 책임이 많을수록 감당해야 할 임무가 더욱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목회자는 제사장직에서 본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제사장직이 무엇인지 삶으로 보여야 합니다. 그럴 때 성도들이 교회와 세상에서 제사장적인 삶을 사는 일에 더욱 힘을 얻을 것입니다.

삼중직의 마지막 역할은 선지자직입니다. 선지자직은 말씀의 사역을 주로 가리킵니다. 설교와 교육이 그 대표적인 것입니다. 설교자와 성경교사로서 목회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먼저 받은 것이 없이는 전할 수 없는 것이 이 직책입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말씀을 철저히 듣고 깨닫는 말씀훈련이 가장 우선되는 자질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자신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풍성하게 채움 받지 않고서는 풍성한 꼴을 먹도록 양 떼들을 이끌 수 없습니다.

목회의 비극은 이 부분의 결핍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교회를 위한 하나님의 책인 성경의 부요함이 제대로 성도들에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말씀사역에 대한 목회자의 자기훈련과 비전과 헌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교회 되도록 하기 위해 주신 하나님의 책은 모든 영양분을 다 갖춘 신서(神書)입니다. 제대로 섭취할 때 성도의 변화와 성숙, 교회와 신앙 공동체의 성장과 온전하게 됨의 결실로 나타납니다. 성도들이 하나님의 책, 성경을 적절히 섭취하도록 이끄는 방향과 방법을 잘 모르는 이유는 그 같이 훈련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훈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 하나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성도들이 말씀을 모든 영역에 적용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씀의 이해와 적용이 교회생활을 하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가는 세상과 가정에서의 삶 속에 성도들 자신이 선지자적인 삶으로 살고 나타내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일을 위해선 목회자의 시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목회자는 교회를 주로 섬겨야 하지만 성도들은 교회와 함께 세상을 대상으로 사역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주님의 사역이 세상으로 크게 펼쳐지는 꿈을 목회자는 가져야 합니다.

위에서 보듯이 이 세 가지 사역은 서로 연결됩니다.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서로 연결되고 보완되어 종합적인 목회사역을 이루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목회자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서로 협력하여 일을 분담해서 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목회자는 함께 돕는 교역자들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또 교회는 이 목적을 위해서 당회나 제직회 등을 세울 것입니다. 특별히 제자훈련은 이 목적을 위해 시행됩니다. 양육과 훈련을 통해, 평신도에게 삼중직의 동역의 길로 나서게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제자훈련의 목적은 훈련된 개인이 보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도록 하는 것에도 있겠지만 목회와 교회사역을 함께 감당하는 데 필요한 평신도 동역자들을 키운다는 데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가장 성공적인 목회는 목회자 자신이 삼중직을 얼마나 잘 감당했느냐는 것보다는 교회의 성도들을 훈련해서 훈련된 이들이 교회 내외적으로 이 삼중직의 사역을 제대로 감당하도록 도왔느냐 하는 데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럴 때 목회자는 훈련자와 동기부여자와 격려하는 자로서의 역할을 바로 해낸 것입니다. 주님의 삼중직이 성숙하게 실행되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입니다. 작아도 그 교회는 주님의 교회답습니다. 이런 목회들 해보셨으면 합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