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한빛교회

우리들을 검약하게 만들었던 I. M. F 경제체제 때였다. 가능한 가정의 모든 지출을 줄였다. 절약방법의 하나로 옷을 한번 또는 하루를 더 입었다. 그렇게 하면 빨래가 줄어 물과 세제를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가벼운 빨래는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빨았다. 전기가 절약된다. 한번은 샤워를 하면서 내가 벗은 속옷을 손수(?) 빨았다. 그랬더니 아내가 좋은 남편이라고 칭찬을 한다. 자신이 빨래할 때보다 훨씬 더 깨끗하다고 빨래 실력을 띄워 준다. 아내의 칭찬에 신이 났다. 그래서 그 다음 샤워 때는 내 속옷뿐만 아니라 다른 옷들도 빨았다. 당연한 반응이긴 하지만 아내는 더욱 좋아했다.

이런 남편 있으면 나와보라고 한다. 아! 그 칭찬은 끊을 수 없는 마약이었다. 물론 아내의 음흉한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칭찬의 사탕발림은 달콤했다. 그래서 계속 빨래 솜씨를 발휘했다. 갈수록 더욱 많이 그리고 큰 옷까지도 빨아 제꼈다. 그런데 속옷정도야 재미였지만 빨래 감이 커지고 많아지면서 빨래는 더 이상 장난이 아니었다. 그제야 처음으로 세탁기의 편리함을 손과 팔과 허리와 다리로 뼈저리게 느꼈다. 세탁기가 없었던 과거 우리 어머니들의 지나간 인생이 너무나도 불쌍하게 여겨졌다. 과연 세탁기는 현대의 여인들에게 복음이다. 세탁기는 기업이 여인들에게 준 은혜이다.

 세탁기의 사용법은 전혀 복잡하지 않다. 몇 가지의 조작버튼만 간단하게 익히면 된다. 숙련을 위해서 별도의 훈련이 전혀 필요 없다. 생전 처음 사용하는 사람일지라도 능숙하게 세탁기로 빨래를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의 요령은 필요하다. 시집 간 딸의 집에 친정 어머니께서 가끔 오시면 세탁기로 빨래를 해 주시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똑 같은 세탁기인데도 딸이 사용하면 훨씬 더 깨끗하게 세탁이 된다.

딸에게는 간단한 요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딸은 그저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돌리지 않는다. 미리 세탁기에 물을 받아 세제와 함께 빨랫감을 담가 두었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 세탁기를 돌렸던 것이다. 그렇게 하면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그냥 돌리는 것보다 좀더 깨끗하게 세탁이 된다. 똑 같은 세탁기일지라도 그렇게 요령것 사용하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업이 주부들에게 세탁기라는 은혜를 주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성도들에게는 기도라는 굉장한 도구를 주셨다. 기도를 열심히 하시는 권사님이 계셨다. 아마도 세상사람들은 그런 권사님에게 예수에 미쳤다고 하는가 보다. 그럴 때면 권사님께서는 "어떻게 미치지 않겠어? 남편에게 어려움이 있어 기도하면 남편의 어려움이 풀리고, 자녀에게 문제가 있어 기도하면 자녀의 문제가 해결되는데 어떻게 기도하지 않을 수 있어" 라고 하신 단다. 그 권사님께서는 기도의 효용을 알고 마음껏 사용하시고 계셨다.

기업이 준 복음인 세탁기는 때로 절약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오래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노후 되고 끝내는 망가진다. 하지만 기도는 세탁기와 달리 절대로 절약할 필요가 없다. 그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이익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절약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볼뿐이다. 또한 오래 동안 그리고 많이 사용할수록 고장이 난다든지 수명이 짧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능이 더욱 좋아진다. 그러나 세탁기의 사용에 효율적인 방법이 있듯이 기도에도 좀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똑같은 기도일지라도 더 잘 응답을 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효율적인 기도(사 58:6-14)
 하나님께서 그 효과적인 기도사용법에 대해서 직접 설명을 하셨다. 세탁물을 그저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것보다 세탁기 안에서 약간의 시간동안 비눗물에 부렸다가 세탁기를 돌리는 것이 효과적이듯이 기도를 불려서 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기도하는 이갰흉악의 결박을 풀어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케 하며 모든 멍에를 꺾어 주고 또 주린 자에게 네 식물을 나눠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네 집에 들이며 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면서 기도를 하면『네 빛이 아침 같이 비췰 것이며 네 치료가 급속할 것이며 네 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말하기를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고 응답을 재깍 받을 수 있다고 하신다.

그리고『만일 네가 너희 중에서 멍에와 손가락질과 허망한 말을 제하여 버리고 주린 자에게 네 심정을 동하며 괴로워하는 자의 마음을 만족케』하면서 기도하면『네 빛이 흑암 중에서 발하여 네 어두움이 낮과 같이 되는』응답을 받으며『나 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케 하며 네 뼈를 견고케 하리니 너는 물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 네게서 날 자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울 것이며 너는 역대의 파괴된 기초를 쌓으리니 무너진 데를 보수하는 자라 할 것이며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라』는 복을 더불어 받는다.

또한『만일 안식일에 네 발을 금하여 내 성일에 오락을 행치 아니하고 안식일을 일컬어 즐거운 날이라, 여호와의 성일을 존귀한 날이라 하여 이를 존귀히 여기고 네 길로 행치 아니하며 네 오락을 구치 아니하며 사사로운 말을 하지 아니』하면서 기도하면『네가 여호와의 안에서 즐거움을 얻을 것이라 내가 너를 땅의 높은 곳에 올리고 네 조상 야곱의 업으로 기르리라』는 응답을 받는다고 하셨다.

떼기도
 기도의 응답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기도의 강도를 높인다. 심야기도를 하고 그 다음에는  철야기도를 하며 그 다음에는 산(山)기도하고 그리고 금식기도도 한다. 그 기도들 중에서 많은 교인들은 금식기도를 가장 쎈 기도라고 여긴다.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 법에는 법 위에 헌법이 있고,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고, 국민 정서법 위에는 떼 법이 있다고 한다. 그런 냉소적인 말이 별로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마땅히 되어져야 할 일도 안 되는 판에 되지 않을 일인데도 떼만 쓰면 이뤄지는 경우를 왕왕 본다. 분명히 떼쓰는 것이 통하는 사회다. 떼를 쓰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 막무가내로 떼를 쓰면 이긴다. 떼쓰는 것은 동네 뒷골목에서부터 국회에까지 통한다.

 그런데 그런 버릇이 기도에서도 나타난다. 기도는 고결한 것이다. 심야기도, 철야기도, 산기도 등은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기도다. 더욱이나 금식기도는 큰 믿음이다. 하지만 거룩한 기도를 하나님께 떼쓰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기도를 해도 응답을 받지 못한다. 기도를 많이 해서 믿음이 좋은 것처럼 보이는 그리스도인들의 인격이 형편무인지경이며 안하무인 것은 떼쓰는 기도만 하기 때문이다. 기도는 하나님께 협박하거나 떼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응답을 위해서 기도의 강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기도를 하도록 힘써야 한다.

응답 받기 위해서 산으로 가고 밤과 새벽으로 기도하고 금식만 할 뿐이 아니라 생활 중에 믿음과 순종이 나타나도록 힘써야 한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면서 산으로 가든지 금식을 하든지 밤에 기도하든지 새벽에 기도하든지 해야 한다. 강도를 높여야 할 기도제목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구하는 것이다. 그래야 통쾌하게 응답을 받을 수 있다.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는 기도는 떼쓰는 기도가 아니라 기뻐하시는 기도이다. 그리스도인이 힘써야 할 기도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기도이다.

나쁜 기도(사 58:6-14)
 아주 나쁜 기도가 있다. 남을 압제하며 학대하고 남과 다투고 싸우면서 하는 기도는 나쁜 기도다. 돕지 않고 베풀지 않으며 허망한 말을 하고 성일에 오락을 행하며 성일을 존귀히 여기지 않고 사사로운 말을 하며 다른 길로 가면서 하는 기도는 나쁜 기도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이가 하는 기도는 보지 아니하시며 알아주시지 않는다. 그런 기도는『그들이 금식할지라도 내가 그 부르짖음을 듣지 아니하겠고 번제와 소제를 드릴지라도 내가 그것을 받지 아니할 뿐 아니라』오히려『 칼과 기근과 염병으로 그들을 멸』해 버리신다(렘 14:12). 기도는 어떻게 하느냐가 보다도 누가 기도하느냐가 중요하다.

파격적인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는 것은 다 받을 것이라고 약속하셨다(마 21:22, 요 15:7). 심지어는 파격적으로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택하신 이유자체가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기 하려는 것이라고까지 하셨다(요 15:16). 그러나 많은 신자들은 이 약속에 대해서 시큰둥해 하며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정도야 응답 받을 수는 있겠지만 설마 '무엇이든지' 혹은 '원하는 대로' 다 받을 수야 있겠냐고 양보한다. 너무나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약속을 문자 그대로 믿는 사람을 오히려 맹신자라고 생각하고 무시한다. 그들은 하나님을 의심하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성경이 너무 심하게 과장한 것이라고 웃어 넘긴다. 하지만 그런 소극적인 믿음들은 믿음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게 응답을 받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크게 기대하지 않거나, 응답을 포기하고 하는 기도가 정상적인 것이나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왜 하나님께서는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기도하면 주신다고 하셨음에도 우리는 그런 응답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효율적인 기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성경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님께서는 원하는 대로 구하기 전에 먼저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요 15:7)이라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즉 기도자가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기도자의 안에 거해야' 무엇이든 구하는 대로 응답을 받는다는 것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구하는 대로 응답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 조건에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신을 믿는 사람들은 한 겨울이라도 이른 새벽에 냇가의 얼음을 깨고 목욕재개 한 후에 기도를 한다. 기도의 효험을 바랄수록 더욱 그렇게 정성을 드린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이 응답을 위해서 정성을 드려야 할 것은 하나님 안에 거하고 자신 안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거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 철야도 하고, 새벽기도도 하고, 산 기도도 하고 금식기도도 해야 효과적으로 응답을 받을 수 있다. 

털도 뽑지 않고?
 성도들이 철야기도, 산기도, 새벽기도, 금식기도를 목숨을 걸고 몸부림치며 하는 것은 분명히 앞섰던 믿음의 선배들이 그런 기도를 통해서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여 응답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앞섰던 믿음의 선배들은 하나님께 떼만 써서 응답을 받아 낸 것이 아니다. 그분들의 삶은 처절한 기도만큼이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려고 몸부림을 쳤다. 예전에는 분명히 기도를 많이 하는 성도는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훌륭한 분들이셨다. 아무런 배움도 없는 궁벽한 곳의 촌 무지렁이 같은 분이셨을지라도 그분들은 교회 밖에서도 인정받고 존중받는 분들이셨다. 

 그러나 요즘은 '우리가 하나님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있게 하려고 애는 쓰지 않고, 더 굶고 더 밤을 새우려고만 한다. 그저 나무뿌리만 뽑으려고 한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좋은 속담을 어떤 이는 털도 뽑지 않고 거저 먹으려고 오용한다. 물론 때로는 한 마디의 기도만으로도 응답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욱 삶을 말씀에 불려서 응답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기도이다. 세탁물을 불려서 빨래를 하듯이 우리들의 인격과 삶을 말씀에 불려야 한다. 그리고 기도하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구하는 대로 받을 수 있다. 선진들은 그렇게 몸부림치면 기도하셨고 큰 응답을 받으셨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