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한빛교회 담임목사

밤에 찾아온 사랑
 한 여인이 사랑에 깊이 빠졌다. 병이 날 만큼 사랑에 젖었다. 여인은 자신의 남자를 자랑스러워했다. 때로 그 사랑은 여인에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 여인은 밤의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매며 님을 찾아 다녔고, 만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님을 보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남자들 중에 나의 사랑하는 자는 수풀 가운데 사과나무 같구나 내가 그 그늘에 앉아서 심히 기뻐하였고 그 실과는 내 입에 달았구나 그가 나를 인도하여 잔칫집에 들어갔으니 그 사랑이 내 위에 기로구나 너희는 건포도로 내 힘을 돕고 사과로 나를 시원케 하라 내가 사랑하므로 병이 났음이라'(아 2:3-5) '내가 밤에 침상에서 마음에 사랑하는 자를 찾았구나 찾아도 발견치 못하였구나 이에 내가 일어나서 성중으로 돌아다니며 마음에 사랑하는 자를 거리에서나 큰길에서나 찾으라 하고 찾으나 만나지 못하였구나 성중의 행순하는 자들을 만나서 묻기를 내 마음에 사랑하는 자를 너희가 보았느냐' (아 3:1～3)

 어느 날인가, 밤에 병이 날 만큼 사랑하는 그 남자가 여인을 찾아 왔다. 만나도 또 만나고 싶고, 보아도 또 보고 싶은 그 사랑하는 남자가 왔다. 여인을 찾아온 그는 문을 두드리며 부른다. "나의 누이, 나의 사랑, 나의 비둘기, 나의 완전한 자야 문 열어다오." 그런데 그 여인은 이미 잠들 준비를 하고 누운 후였다. 그렇기에 여인은 님을 맞으려면 다시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발이 더러워져 다시 씻어야만 했다. 야속하게도 여인은 그것이 귀찮았다. 그래서 비록 열병처럼 사랑하는 님이지만, 달콤한 사랑의 님이지만 일어나지 않았고 맞이하지 않았고 응답하지 않았다. 님이 간절히 부르며 두드리는 소리를 못 들은 체 했다.

 그 남자는 머리에 밤이슬을 축축이 맞으면서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사랑하는 목소리로 불렀다. 그럼에도 여인은 단지 옷을 갈아입는 것과 발을 다시 씻는 것이 귀찮아서 못 들은 체 한다. 그 사랑하는 남자는 계속 문을 두드리며 부르고 불렀지만 응답이 없자 이제는 안타까움에 손을 문틈으로 넣는다. 그 때 여인은 사랑하는 님의 손을 보게 되었다. 그제야 비로소 여인은 마음을 바꾸고 드디어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여인이 몹시 사랑하는 남자는 밤이슬에 젖도록 부르며 두드리다 이미 여인이 깊이 잠든 것으로 생각하여 지쳐 돌아가고 난 후였다.

 그런데 여인은 문을 열다가 문고리에 몰약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 갈 때는 문에 꽃을 놓아두거나 문고리에 몰약을 묻혀 놓는데, 그 남자는 문고리에 몰약을 묻혀놓고 가버린 것이다. 그때 여인이 문고리에서 몰약을 만지는 순간 '그리운 그대 만나러 왔었으나 만나지 못하고 가오' 하는 음성을 문고리에서 손가락 끝으로 듣게 된다. 그러자 여인은 정신없이 님을 부른다.

그러나 이미 멀리 가버린 후였다. 여인은 님을 만날 수 없고, 음성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여인은 미친 듯 성중으로 찾아 나섰고, 순라꾼이 이 여인을 발견한다. 한데 순라꾼은 여인을 밤손님이거나 정숙치 못한 윤락녀로 오인하고 봉변을 준다. 사랑을 찾아 미친 듯이 밤거리를 헤매는 여인이 그렇게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여인은 계속 사람들에게 자기의 사랑하는 님을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사랑하기에 병이 났다고(아 5:2～8).

 이것은 술람미 여인의 사랑 이야기인데, 이 사랑에는 모순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사랑하여 애절하게 보고싶고 만나고 싶어하면서도, 단지 옷을 갈아입는 것과 발을 한번 더 씻는 것이 귀찮아서 밤이슬을 축축이 맞으며 간절하게 찾는 님의 목소리를 못들은 체 할 수 있단 말인가? 술람미 여인의 사랑은 우리들의 경험으로는 모순이다. 풋내기들의 허술한 사랑도 만약 사랑한다면 간절한 부름을 못들은 체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남녀간의 사랑은 그렇다.

 그렇지만 성도들의 하나님과의 사랑은 이 술람미 여인의 사랑 같은 모순된 면이 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면서 하나님의 부름을 못들은 체 하여, 찾아오신 하나님을 문전박대하기도 한다. 하나님은 대체로 예배의 형태로 성도들을 찾아오신다. 그런데 믿음이 있다는 성도들이 사소한 불편과 상황의 어려움으로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술람미 여인이 열병처럼 사랑하면서도 단지 옷을 갈아입고 발을 한번 더 씻는 것이 귀찮아 님의 애절한 사랑의 목소리를 못들은체 하듯이, 믿음이 있다고 자신하면서도 하나님의 간절한 사랑의 부르심을 못들은 체하며 거절한다. 성도가 하나님의 초청이며 방문인 예배와 심방을 거절한다. 봉사를 요청해도 사양한다.

심각한 결과
 술람미 여인의 문전박대는 아름답게 해결되었지만, 간혹 하나님을 문전박대하고 거절하므로 심각한 결말이 초래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배설하고 많은 사람을 청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모든 것을 준비한 후에 종들을 보내어 초청하였다. 그런데 형편상 모두 초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정중하게 거절을 하며 용서를 빌었다(눅 14:15). 어떤 사람은 밭을 샀기 때문에 살펴보아야 했으며, 어떤 사람은 무려 다섯 겨리의 소를 샀기에 시험하지 않을 수 없었고, 어떤 사람은 가정을 지켜야 함으로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은 결코 무례하지 않았다. 당연하고 합당한 사양할 만한 이유가 있었기에, 겸양으로 거절했다. 오히려 사양하는 것이 성실한 것이다.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잔치자리에서 흥청거리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미와 베짱이'의 교훈 중에서 베짱이의 불성실함이 아닌가?

 '여름의 무더운 날에 개미는 놀지 않고 근면하게 일을 했으나, 베짱이는 일은 하지 않고 가무(歌舞)만을 즐겼다. 그래서 개미는 겨울을 따뜻하게 맞이했으나 베짱이는 혹독한 겨울을 맞이했다.' 그러므로 인생들은 개미처럼 성실해야 하며, 불성실한 베짱이처럼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즐기면 안 된다는 것이 '개미와 베짱이'의 교훈이다. 따라서 이 교훈에 의하면 분명히 초청을 거절하여 잔치에 참석하지 않고 주어진 임무에 충실한 그들은 '개미'와 같이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 더군다나 율법은 신혼인 신랑에게 가정에 충실하도록 1년 간 병역과 기타 다른 직무도 면제시켜 준다. 만약 이들에게 일이 없었고, 한가로운 여유가 있었다면 초청을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성실한 사람들에 대한 성경의 평가는 어떠한가? 상급을 받을 사람들이라는 것인가? 아니면 심판을 받을 사람이라는 것인가? 도대체 이 사람들이 잘한 것인가? 잘못한 것인가? 성경을 읽는 성도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실상 술람미 여인의 거부는 비난받을 만 하지만 이들의 거절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렇지만 성경은 이들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성경의 판단은 매정하리 만큼 단호하다. 그들은 천국에 갈 수 없고, 결국 영원히 지옥에서 고통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태복음 22장의 혼인잔치 비유에서는 거절당한 왕이 그들을 진멸하고 동네를 불사른다.

어떠한 이유가 있어도 초청에 응하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 은혜받지 못한다. 그저 지옥에 가야 할 뿐이다.
 
수지맞은 예배
 반면에 예배 때문에 솔로몬 왕은 수지 맞았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의 꿈에 오셨다. 그리고는 솔로몬에게 성취하여 주실 것이라며 소원을 물으셨다. 그래서 솔로몬은 지혜를 구했고, 전무후무한 지혜를 받았다.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 너의 전에도 너와 같은 자가 없었거니와 너의 후에도 너와 같은 자가 일어남이 없으리라". 이 말씀은 솔로몬이 받은 지혜가 인류역사상 최고의 것이라는 평가이다(왕상 3:4～15).

솔로몬의 지혜는 천하를 통달했다(왕상 29～34). 그래서 그의 지혜는 관광거리가 되기도 했다. 스바 여왕을 비롯하여 열왕들과 천하가 예물을 가지고 솔로몬의 지혜를 보기 위해 이스라엘로 관광을 왔다(왕상 4:34, 10:23～25). 그리고 솔로몬 왕은 보너스로 부와 영광도 받았는데 그것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왜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셨을까? 왜 친절하게 솔로몬에게 소원을 물으셨을까? 그것은 우연인가? 우리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서 솔로몬에게만 주는 불공평인가? 하나님께서 그때 유독 한가로우셨기 때문에 괜히 한번 그렇게 하신 것일까?

 그러나 결코 우연도, 불공평도, 한가로움도 아니다. 그것은 예배의 결과였다. 솔로몬 왕이  기브온에서 1,000의 번제를 드렸었는데, 그 제사의 응답으로 솔로몬에게 소원을 물으셨고, 그처럼 풍성한 응답을 하신 것이다. 번제란 헌신의 제사이다. 그러므로 솔로몬의 기브온에서의 제사는 헌신을 서원하는 예배였다. 그 1,000번의 기간은 알 수 없지만 1,000번의 제사는 결코 간단한 형식적이며 일상적인 제사가 아님이 분명하다. 1,000번제는 온 마음과 힘과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드릴 수 없는 제사이다. 솔로몬 왕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나라와 백성을 맡겨 주셨지만, 맡겨 주신 사명을 감당하기에 능력이 부족함을 인식했다. 그래서 그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은사를 요청하는 헌신예배를 간절히 드렸다. 이것이 기브온에서의 1,000 번제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그 제사를 받으시고 오신 것이며, 솔로몬이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지혜의 은사를 주셨을 뿐 아니라 더불어 부와 영광도 주신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일상적으로 드리고 또 드리는 그 흔한 예배, 그것으로 솔로몬은 엄청난 은혜를 받았다. 솔로몬은 은혜를 받을 만하게 예배를 드렸다. 하나님을 맞아들인 것이고, 초청에 응한 것이다.

 예배를 게을리 하는 것이 작게는 술람미 여인 같이 사랑의 불성실함이며, 크게는 영벌에 처하는 참화를 당하기도 한다. 반면에 솔로몬 왕은 신령과 진정의 예배를 드려서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찬 은혜를 입었다. 하나님께서는 정기적으로 성도들을 찾아오시며, 초청하시기도 하고(교회의 정기예배), 때로는 개인적으로 비정기적으로 찾아오시며 초청하시기도 하신다(개인적인 경건의 시간).

귀찮게 하시는 하나님, 베짱이 성도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하나님께서는 잠자리에 준비하고 누운 후에 오실까? 왜! 하필이면 성실한 그들이 바쁠 때 초청하셨을까? 하나님은 성도들을 곤혹스럽게 하신다. 귀찮게 하신다. 그러나 그것은 그 때가 은혜를 베풀 때이기 때문이다. 그 때가 제일 좋은 때이기 때문이다. 기회는 좋은 환경과 편안할 때만 오는 것이 아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순종하여 독자 이삭을 제물로 바쳤다. 만약 아브라함이 아들을 사랑하여 살리려고 아들을 품에 끼고 하나님의 요청을 거부했다면 결과적으로 아들에게 복이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하나님께 순종하여 이삭을 제물로 드렸기에 아들에게 복이 되었던 것이다. 술람미 여인은 님의 방문이 귀찮아서 편안하기 위해 음성을 듣고도 모른 체하여 문전박대하고 누웠지만 편안할 수 없었다. 사랑을 놓친 고통으로 밤거리를 미친 듯 헤매며 봉변을 당해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서 밭과 다섯 겨리의 소와 가정을 지키려고 하나님의 초청을 거절했지만 그들도 행복하지 않았다.

 성도는 때로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초청에 응하는 것이 자신의 것을 지키는 길이다. 설령 소중한 것을 잃는다 해도 더 큰복을 얻는다. 성도들은 과감하게 '믿음의 배짱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방문과 초청이 있으면 과감하게 때로는 배짱이처럼 세상 일을 중단하고 하나님과 달콤한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 하나님의 잔치자리에 참석해서 은혜로 흥청거려야 한다. 세상의 베짱이는 추운 겨울을 맞지만 '믿음의 베짱이'는 생명과 풍성한 은혜를 얻는다. 성도는 하나님께서 초청하면 세상의 일을 제쳐두고 하나님의 잔치에서 참석하여 흥겨워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생명과 천국과 풍성을 주시기 위해서 오시며, 초청하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의미를 부여하는 새 천년에 베짱이 성도로서 은혜와 복이 풍성하기를 기원한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