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  한빛교회

창문 밖의 고철덩어리
몇 년 전, 교회에 부임하여 사택에 입주했다. 그런데 사택 창문 밖 길가의 화단에 커다란 고철덩어리가 있었다. '누가 고철 덩어리를 이곳에 버렸을까?' 하고 흘끗 보고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후에 그 고철 덩어리가 없어졌다. 누군가 가져간 것이다. 창문 밖의 그 고철 덩어리가 없어진 그 해의 여름은 불볕 더위로 유명한 여름이었다. 연일 수은주가 기록적으로 40도 가까이 올라가곤 했었다. 낮의 더위야 그런데로 참을 수가 있었지만 여러 날 계속되는 열대야는 몹시 힘겨웠다. 며칠이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체력이 소진돼서 도무지 업무를 감당할 수 없었다.

낮에 달궈진 집이 아침까지도 식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아뿔싸! 그 보잘 것 없는 고철덩어리가 에어컨(창문형)이었을 줄이야. 전임자가 쓰던 것이었는데, 애당초 관심이 없었거니와 누구도 귀띔해주지 않아 추호도 에어컨이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했었다. 창문 밖에 버려져 있던 고철덩어리가 에어컨인 것을 알았더라면, 힘겨웠던 그 해의 여름을 좀더 능률적으로 지낼 수 있었을 텐데…. 그 당시만 해도 가정집에 에어컨이 드물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모두가 에어컨과 같은 보배로운 은혜를 받았다. 그래서 그 은혜로 혹독한 여름과 같은 인생을 시원하고 능률적으로 힘있게 지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한낱 창문 밖 길가의 고철덩어리같이 소홀히 흘려 보내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보배로운 은혜인 예배를 길가의 창문 밖으로 버려진 고철덩어리로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

고철덩어리 예배
예배는 절대적인 은혜와 복이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보배로운 은혜를 입은 것이다. 다른 아무것이 없다하여도 예배를 드릴 수 있다면 부족함이 없는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예배는 은혜와 복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복이 부족한 것은 보배로운 예배를 고철덩어리처럼 창문밖에 버려놓았기 때문이다. 가수가 노래할 줄 모르고, 교사가 가르칠 줄 모른다면 불행이며, 고통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이 예배를 믿음으로 드리지 못한다면 불행이며 저주이다. 그렇기에 축구선수는 공을 차는데 선수여야 하고, 그리스도인은 예배 드리는 데 선수여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예배에 대해 서투르면 수치이다. 그것은 사탄이 좋아할 일이며, 잔치를 벌일 일이다. 그는 사탄에게 축하를 받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인에게는 우물가의 여인과 같은 질문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적인 복인 예배는 쓸모 없는 고철덩어리가 되기 쉽다.

천박한 여인의 고귀한 질문 
사마리아 수가성의 한 우물가에게 예수님께서 천박한 여인을 만나셨다. 그 여인에게는 사람들과 상종하지 못할 수치스러움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뜨거운 한 낮에 물을 길러 우물로 올 수밖에 없는 천박한 여인이었다. 그런데 전적인 예수님의 전도이며 의도이기는 하지만 그 천박한 여인이 천박하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예배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그 여인은 주님으로부터 복된 진리와 은혜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혹 질문의 의도는 평가절하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질문 내용은 고귀했다. 영적인 것이며 신령한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어떤 질문이 있을까? 오늘의 그리스도인들도 건강, 직장, 명예, 물질 등등의 질문이외에 반드시 예배에 대한 질문이 있어야 한다. 이 여인이 예배의 중요성과 절대성을 얼마나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는지는 다르게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질문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이며 필수적인 것이다. 성공과 실패의 중요한 열쇠이다, 아브라함처럼 풍요러워지느냐, 롯처럼 모든 것을 잃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들끓는 가인의 후손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결단코 가인의 후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당신은 가인의 후손인가, 아니면 절대로 그렇지 않은가? 진정 자신이 가인의 후손이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하지만 교회 안에는 가인의 후손들이 들끓고 있다.

가인은 최초의 살인자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가인의 후손이라 함은 파렴치한을 지칭한다. 그러나 가인에게 살인보다 더 크고, 근원적인 오점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한 제사를 드리지 않은 것이다. 가인은 최초의 예배실패자다. 따라서 가인의 후손이란 단순히 살인자라는 파렴치한이 아닌,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한 예배를 드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가인의 후손은 감옥 속에 있는 범죄자나, 비기독교인인 세상사람만이 아니다. 가인의 후손은 선량하거나 심지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알고, 부르고, 믿고, 교회를 출입하며,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 중에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인의 후손들이 교회 안에도 들끓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한 예배를 드리지 않는 예배실패자들이 가인의 후손들이기 때문이다.

편식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예배를 편식하신다. 예배에 대한 선명한 취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도들이 드리는 예배 중에서 오직 취향에 맞는 예배만 골라 편식하신다. 결코 게걸스럽게 예배로 치장된 모든 예배를 받으시지는 않는다. 그리고 두려운 것은 예배실패자들은 가인과 같은 영적실패를 맞으며, 인생이 뒤틀리게 된다는 것이다.

아벨뿐만 아니라 가인도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가인의 제사는 받지 않으셨다. 믿음으로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렸기 때문이었다(히 11:4). 아벨의 제사는 믿음의 제사이었으나, 가인의 제사는 그렇지 않았다.

한편 예수님께서는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믿음의 예배를 영적예배로 '아버지께 참으로 예배하는 자들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때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자기에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찌니라'(요4:23, 24)라고 정의하셨다. 그리고 성경은 로마서 12장 1절에서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고 영적예배를 산제사로 규정하고 있다.

하나님이 받으시는 예배의 기준은 믿음이며,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예배는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이고, 영적예배는 자신의 몸을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는 것이다. 즉 믿음의 예배는 영적예배이고, 영적예배는 산 제사이다. 그러므로 산제사를 드리는 않는 성도는 예배실패자인 가인의 후손이다. 가인의 예배는 아무리 많이 드린다 해도 하나님께서 그 예배를 받지 않으신다. 하나님께서는 편식하셔서 산제사만 받으신다.

산제사
산제사란 예배를 통해서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롬 12:2)하고, 그대로 사는 것이다. 만약 분별함이 없고, 예배자의 삶을 드리지 않아 열매가 없다면 그것은 죽은 제사이다. 창문 밖의 고철덩어리이다. 그러므로 예배는 입례로 시작하여 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예배로 시작하여 생활하고 다음 번의 예배로 끝나는 것이다. 즉, 오늘의 예배로 깨달아 결단하고 삶을 드려서 생활 중에 열매를 맺은 후에 다음 예배 때 하나님께 보고함으로 마치는 것이다.

산제사는 말씀의 씨를 심고, 씨가 자라서 열매가 30배, 60배, 100배로 맺히는 것이다. 산제사는 예배자의 삶을 드리는 것이다.

굿으로 드리는 예배
성도들이 예배를 굿으로 드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굿이란 외형으로 귀신에게 정성을 드리는 것 같지만 실상은 명령이라 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관계없이 굿 자체로만 소원을 이루어줄 것을 귀신에게 지시하는 것이다.

믿음이 있는 성도들은 예배를 중요시한다. 좋은 일이다. 개업을 하고 예배를 드리고, 돌과 백일을 맞아 예배를 드리며, 차를 구입하고 예배를 드린다. 그래서 사업이 잘 되기를, 건강하고 잘 자라기를, 사고나지 않기를 소원한다. 그러나 소원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예배를 통해서 소원을 이루려는 과정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예배는 굿과 달라서 목사가 인도하는 예배를 드리기만 하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지시받지 않으신다.

예를 들어 개업예배는 사업의 주체가 하나님이신 줄 알고 그 사업체를 하나님께 드리면서, 예배를 통해서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한 후에 결단하고, 그리고 깨달은 대로 사업을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렇게 차를 사용해야 하며, 그렇게 자녀를 길러야 한다. 그러면 그것은 산제사로서 한낱 귀신나부라기가 아닌 천지의 대주제이신 하나님께서 선하시고 풍성하신 대로 예배자에게 복을 베푸신다. 결코 예배를 드렸다고 해서 사업이 잘되는 것이 아니다. 예배자의 삶을 드리지 않으면 그 개업예배는 굿과 다를바 없다.
 
산유국 그리고 그리스도인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나라도 산유국의 소망이 간절했다. 그때는 경제적으로 낙후되었고, 또한 오일파동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위기였다. 그런데 그에 반해, 중동의 산유국들은 조상들이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곳에 터를 잡았기에 풍요했다. 그런 중동의 산유국들이 못내 부러웠다. 그 나라의 그 땅 속에 있는 석유가 부러웠다.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랬다. 그때 어느날 갑자기 유전을 발견했노라고 대통령이 직접 실물을 보이면서 발표하는 촌극이 있었다. 산유국이 얼마나 부러웠던가? 아니 얼마나 절실했던가? 그렇게 오래지 않은 그때가 아련히 흑백 텔레비전 화면처럼 떠오른다.

그러나 저 중동의 산유국과 비교할 수 없는 큰 혜택을 받은 무리들이 있다. 중동국가에게는 석유가 있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복의 근원인 예배가 있다.

하지만 하와는 세대를 본 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지 못했으며, 삶을 드리지 않고 오직 사탄의 뜻에 따랐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도 그러했다. 그리하여 이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노아와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여 삶을 드림으로 모든 것을 얻었다.

주님께서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15:7)'고 철석같이 약속하셨다. 그러나 이 약속은 성도가 주님 안에 거하고 주님의 말씀이 그 안에 거해야만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되는 가장 좋고,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예배이다. 그것이 영적 예배의 특성이다. 그러므로 영적 예배를 드리는 이는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면 이루어진다.

그리스도인들은 예배를 드리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영적예배를 드리는 예배선수이어야 한다. 예배를 통해 능히 '하나님의 기뻐하시고 선하시며 온전하신 뜻을 분별' 하고, 삶을 드려서 분별한대로 열매를 맺어야 한다. 왜곡된 은혜를 받기 위해 예배를 드리기 보다는 차라리 복종할 명령을 받기 위해 예배를 드린다면 예배를 드릴 때마다 영적예배를 드릴 수 있는 예배선수가 될 수 있다(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