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대학생 선교운동의 핵심은 제자양성이다. 그리고 그들을 통한 대학선교와 세계복음화다. 따라서 청년·대학생 선교운동은 그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뿐 아니라 세계선교라는 지상명령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역이다. 이 운동은 항상 소수에 의해 시작하였으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작은 열정과 헌신을 크게 쓰셨다. 기독교 역사를 새롭게 하실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대학을 통해 영적 각성운동을 일으키셨던 것이다. 이 같은 청년대학생 선교운동의 역사와 국내 선교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자.

청년·대학생 선교운동의 시작
선교의 세기인 18, 19세기 세계복음화의 위대한 역사는 대학에서 일어난 작은 불꽃에서 시작되었다. 최초의 소그룹은 독일 경건주의 운동의 중심이었던 할레대학에서 진젠도르프가 만든 ‘겨자씨 모임’이다. 겨자씨 모임은 최초의 평신도 전문인 선교사들을 3천명 이상 파송한 모라비안 선교회로 발전했으며, 할레대학 출신으로 우리나라 서해안 군산 앞바다에 와서 섬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했던 귀츨라프도 있었다.

▲ 1832년 성경을 전해주었던 네델란드 선교사 귀츨라프의 <전도 여행기>

할레대학과 모라비안 형제들의 타는 듯한 선교열정은 영국 웨슬리 형제의 홀리 클럽을 비롯해 옥스퍼드의 작은 성경공부 모임(IFES)과 찰스 시몬을 중심으로 한 케임브리지 운동(CICCU) 등에 불을 지폈다. 홀리 클럽의 회원이었던 조지 휫필드는 조나단 에드워즈와 함께 미국의 1차 영적 대각성운동의 주역이 되었다. 이후 에드워즈의 손자인 티모시 드와이트가 예일대학의 총장이 되면서 학생들 간의 신앙회복운동이 시작되어 미국의 2차 대각성운동으로 번졌다. 그 가운데 사무엘 밀스를 중심한 윌리엄스 대학의 ‘건초더미 7형제들’은 미국 청년·대학생 선교운동뿐 아니라 미국 교회 선교운동의 조상이 되었다. 올해는 이 건초더미 기도회가 시작한 지 2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조직된 학생들의 모임은 작았지만 하나님은 이들을 주목하셨다. 소수의 젊은 지성인들은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경건한 삶을 살았으며 당시 교회의 세속주의와 형식주의에 반대해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고 지상명령을 선교사명으로 받았다. 순수한 학생들의 마음에 불붙은 선교열정은 대륙과 미국의 대각성운동을 일으켰으며 세계선교의 탑을 쌓아 본부역할을 감당했다.

한국의 청년·대학생 선교운동
국내 청년·대학생 선교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의 선교운동을 크게 3시기 즉, 1945년 이전과 해방 이후, 그리고 1980년 이후로 구분한다. 해방 전에는 YMCA가 주도했고, 해방 이후에는 초교파 선교단체들이 주도하게 됐다. 1980년 이후에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협력하는 운동들이 많이 생겼다. 해외 유학생 선교운동인 코스타나 2년마다 열리는 선교한국 운동이 그 예다. 1세대 운동이 민족적 지도력을 갖고 있었다면, 2세대 초교파 단체의 운동은 성경공부와 해외선교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3세대 학생운동은 네트워크 운동으로 연합과 협력을 이루어가고 있다.

1. 해방 이전의 청년·학생운동
우리나라 최초의 청년·학생 선교운동은 1903년 질레트 선교사의 주도로 결성된 ‘황성기독교청년회’라는 이름의 한국 YMCA이다. YMCA는 1844년 영국 런던에서 조지 윌리엄스가 12명의 청년들과 함께 산업혁명 직후 혼란한 사회 속에서 젊은이들의 정신적, 영적 상태의 개선을 도모하고자 설립한 것이다. 한국 YMCA 역시 복음 전도와 사회 운동을 함께 아우르며 한국 사회의 근대화와 한국 교회의 부흥에 기여했다. 그러나 1910년 ‘105인 사건’을 거치면서 황성기독교청년회는 윤치호, 이승만, 질레트 등 주요 지도자들이 투옥, 망명, 추방당하는 일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는 일제시대 한국의 인권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는 최초의 사건이 되었다.

대학생선교자원운동(SVM)을 세계적으로 이끌던 존 모트(John Mott)가 1907년 2월, 한국에서 최초로 강연을 하고자 했을 때 2천500명의 젊은이들이 2시간 전에 홀을 가득 메웠다. 강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3천500여 명의 젊은 청중들은 살을 에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창문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복음의 메시지를 3시간 동안 들었다. 그 때 약 200명의 한국 젊은이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자 결단했다. 이처럼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감동을 받고 돌아간 존 모트는 그의 보고서 에서 “만일 한국에 더 많은 선교사가 계속 파송되고, 복음전파가 계속 된다면 한국은 세계의 비기독교국가 중 20세기 최초의 기독교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시대 최고의 독립운동인 3.1운동의 핵심 경로에는 기독교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 추진세력은 기독청년학생들이었다. 이후 기독청년·학생운동은 공산/사회주의와 대립하고 신사참배의 강요라는 두 가지 면에서 큰 위기와 좌절을 만났다. YMCA는 농촌운동에 직접 뛰어들게 되고 농촌을 답사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예루살렘 국제선교협의회에 안건을 논의했다. 비로소 기독교 내의 조직적 농촌운동과 기독청년·학생들의 구체적 농촌운동이 지속되기 시작한 것이다.

▲ 선교대회가 열린 한 대학 캠퍼스 전경. 등록하려는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다

2. 해방 이후의 청년·학생운동
해방 후, 때마침 제공된 성경공부는 한국의 기독학생운동을 에큐메니칼운동 차원에서 그 폭을 넓히고 전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민주화 운동 양상을 갖기 전에 지적인 면에서 기독학생들에게 상당한 공감을 준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1958년 시작된 WSCF의 ‘교회의 삶과 사명’(LC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한국의 진보기독학생운동 단체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민주화운동기반의 하나를 갖추게 되었다.

한국 IVF는 1956년 국제 IVF로부터 한국의 복음주의 학생운동을 전개하고자 파송받은 영국 유학생 이정윤이 학생신앙동지회 계열과 연합하여 시작했다. 한국 CCC가 1958년 10월에 설립되어 믿지 않는 학생들에게 복음을 심으며 각기 자기들이 속한 대학 캠퍼스에 돌아가 전도하도록 하는 일을 시작했다. 사영리와 김준곤 목사의 설교를 통하여 CCC는 한국 사회 전반에 보다 복합적인 복음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1960년 5.16이후 한국 기독교는 ‘민주화’와 ‘복음화’라는 민족적 과제를 안게 되었다. 기독학생들이 4.19학생운동의 주축이 되어 학생운동에 큰 자극제가 되었고 기독학생들로 하여금 기독교와 신앙의 내적 문제에서부터 대학과 사회로 운동의 지평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다. KSCF 창립은 진보기독학생운동의 1960년을 정리하고, 1970년대 운동의 문을 열었다. 또한 학사단 운동은 보다 넓은 의미에서 민중신학이 탄생하는 환경적 기반이 되었다. ‘전태일 분신사건’은 진보기독학생진영이 민중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여 진보기독학생 그룹이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도록 하였으며, 민청학련사건 이래 기독학생운동 출신자들이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1971년 1월 1일 공식적으로 민족복음화운동이 선언되었다. 이로써 한국의 보수적 기독학생운동은 캠퍼스라는 경계를 넘어 본격적으로 한국 교회의 민족복음화운동 주도에 첫발을 내딛어, 교회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1974년에는 ‘EXPLO 74’ 대회가 CCC 주최로 서울에서 개최되어 연 655만 명이 참가하고 20만 명이 가두전도에 나서는 등 사상 최대의 전도집회가 일어났다.

1973년 미국의 복음전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한국을 방문해 6개 도시에서 순회 집회를 했는데 450만 명이 운집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집회가 끝난 후 “6개 대륙을 다니며 집회를 인도한 것 가운데 가장 거대하고 성공적인 집회였다”며 “나의 사역이 이후에 또 이와 같은 경우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감격했다. 그는 또 “기독교 세력의 중심 세력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교계는 물론 기독학생운동 내에서 보수, 진보 양 진영의 서로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기 시작했고, 한국교회성장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 청년대학생들의 연합집회

3. 1980년 이후의 학생운동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한국 기독학생들은 한·미 관계를 비롯한 외세 및 민족자존의 문제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결국 민중, 민족, 민주운동을 지향하는 운동의 성격을 명확히 하게 되었다. KNCC는 1988년 2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선언’을 채택했는데, 이 선언은 한국 기독교의 통일신학운동을 집약한 것이었다. 또, 진보기독학생들이 정권유지 차원에서 주로 이용하던 통일논의를 NCC와의 협력 기반위에서 대중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보수기독학생진영에서는 해외선교를 중심으로 한 선교단체간의 연합운동, 캠퍼스복음화라는 목표로 선교단체들과 교회와의 새로운 연합관계를 시작했다. 이 흐름으로 1988년 청년·대학생 선교동원대회인 ‘선교한국’을 열게 되었고 올림픽을 통해 선교운동이 가속화 되면서 성경공부와 외국 선교사들과의 관계를 통해 해외선교에 대한 각성을 이루었다. 그리고 보수진영 학원선교단체와 보수진영 교회들이 ‘학원복음화’라는 하나의 이슈를 공유하며 상보적 협력관계를 공식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1990년대 들어 한국 청년·학생 선교운동 1세대에 해당하는 단체들이 일제히 ‘분리’를 경험하면서 동시에 ‘캠퍼스 선교 위기론’이 등장했다. CCC에서 분리한 그룹은 DFC를 만들었고, IVF에서는 한기연이, UBF에서는 CMI와 ESF가 독립했다. 양희송 전 학원복음화협의회 연구실장은 “회심 성장이 아닌 기신자의 가입으로 회원이 구성되는 경향과, 전도보다는 양육에 치중하게 되는 현상, 그리고 90년대의 변화된 세대의식과 문화에 대한 대처능력 부족 등이 캠퍼스 선교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한 선교단체가 작업한 수원지역 대학 로고들 이미지. 이 선교단체는 이 로고 이미지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걸어놓고 집중적으로 기도하고 있다

한국 청년·대학생 선교운동 현황
국제대학선교협의회 김요한 공동대표는 지난 6월 서울에서 개최한 ‘2006세계선교대회’에서 한국에는 현재 약 18개의 크고 작은 대학생 선교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단체가 약 6만~7만여 명의 기독 대학생들을 직, 간접적으로 포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4.19와 5.16혁명을 전후해 한국의 대학생 선교운동은 국가의 발전과 더불어 크게 성장했다”며 대학생 선교운동을 6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특정 교파를 배경으로 한 대학생 선교단체가 있다. 예를 들어 예장 고신의 SFC와 순복음 계통의 CAM의 경우다. 그러나 대학선교운동은 그 성격상 초교파적이고 범대학적인 운동이기 때문에 교파중심 대학선교 활동은 일정 한계를 갖는다.
△ 대학선교와 함께 외적인 운동을 전개하는 단체가 있다. 사랑방운동, Explo74, 새생명2000 등 민족복음화 같은 거대한 전도운동을 주도한 CCC나, 부흥사들과 연합하여 미스바 회개 운동을 전개한 한사랑선교회의 경우다. 대형 찬양집회와 국내·외 단기선교를 감당하는 YWAM 역시 여기에 속한다.
△ 대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만나 이 시대에 예수님의 제자로 양육하는데 사역 중점을 두고 있는 선교단체들이다. 네비게이토와 세계로선교회, CMI, UBF, ESF, DFC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헌신적이고 탁월한 제자 한명을 길러내기 위해 일대일 제자양육에 힘쓰고 있다.
△ 교제(Fellowship)에 힘쓰는 선교단체가 있는데, IVF와 JOY의 경우이다. 이들 단체는 현재 건실한 기독교 신앙과 사상을 가진 서적출판 등 문서선교에도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 또한 기독교세계관 운동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 특정 교회들의 활발한 대학 청년부 활동과 대학에 대한 관심이다. 현재 교회 내에서 가장 큰 대학부를 갖고 있는 교회는 사랑의교회와 온누리교회이다. 이들은 또 하나의 선교단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 각 교회와 선교단체를 초월한 각 대학 중심의 기독인대학생연합(기연) 운동이다. 이 기연은 IVF에서 분리되어 나온 대학생들이 모체가 되어 각 대학별로 활성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 기연이 최근에 상당히 소강상태에 있는데, 그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대학선교운동이 간사(Staff) 중심이 되어 학생운동의 특징인 학생중심의 자발성과 리더십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처음에는 청년·대학생 선교운동 형태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대다수 교회 청년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교인들의 선교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이 있다. 바로 단기선교운동이다. 이 운동은 스스로 자원하여 헌신한다는 점에서 대학생선교자원운동의 본질과 가까우며, 2, 3회 참여한 청년들 가운데 60~80%가 장기 선교사로 전환하는 것을 볼 때 한국 선교 동원에 있어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 청년대학생 선교대회인 선교한국(2004)에서 선배 선교사들이 선교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대행 선교한국 기획실장은 “2000년 이후 선교 동원과 헌신의 형태가 불균형의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우려한다. 즉, “2000년 이후, 성경의 진리와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무장되어 교회뿐 아니라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층이나 의식층 없이 대다수 추종 층의 맹목적이거나 감성적인 헌신이 선교 헌신의 주요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실장은 “준비가 잘 되지 않는 이들이 대량 선교지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이제는 질 높은 선교동원이 절실하다”며 작금의 과제를 “선교동원에 있어 핵심층과 의식층을 확보하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또 강남호 총무(학원복음화협의회)는 “최근 10년간 대학은 이단과의 전쟁 중”이라며 각종 이단단체와 민족 종교의 침투에 대해 청년·대학생 선교단체들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한국 청년·대학생 선교운동의 미래
현재 한국의 청년․대학생들은 기성세대들이 이루어 놓은 경제성장의 터 위에 고생을 모르고 자란 신세대들로서 소시민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데 인생의 목적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 대학은 취업의 정류장이 되어버렸고 캠퍼스는 꿈을 잃은 젊은이들의 안주의 터요, 쾌락주의의 본산이 되고 말았다. 한국의 대학이 잠들어버리면 이 나라의 장래도 함께 잠들어버린다. 각 시대마다 한 국가가 정신적, 도덕적, 영적으로 심히 타락했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죄악의 잠에서 깨어나게 한 것은 캠퍼스에서 일어난 학생 복음화운동이었다. 대한민국과 한국 교회의 미래는 현재 청년·대학생 선교운동의 성패에 달려있는 것이다.

▲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주최한 기독인대학생연합(기연) 수련회

현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교동원과 훈련, 파송을 위한 교회와 선교단체의 네트워크와 파트너십, 교회의 주변대학 선교를 위한 대학입양운동, 대학선교단체지원, 다양한 선교학 강좌개설, 실제적인 선교현장체험을 위한 선교여행과 단기선교, 어학연수, 현지 선교사 인턴십 훈련, 선교사 현장보고회와 선교대회, 선교에 관한 전문적 서적출판과 문서선교 등은 청년·대학생 선교운동의 전략과 미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