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 한빛교회

아버지가 아들의 손가락을 절단한 마음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모든 부분에서 대표적인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요즘 같아서는 우리 나라에서 극악무도한 사람의 대표라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들의 손가락을 절단한 아버지일 것이다. 매스컴에서 앞다투어 그 추악성을 연일 보도했다. 그리고 기자들이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하면 모두가 그를 비난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욱 신랄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곤 했다.

 그러나 행위 자체는 그것이 가장 흉악하다고 할 수 없다. 손가락 하나만을 절단한 행위가 가장 잔인한 행위라면 오히려 그것은 기쁜 소식일 것이다. 차라리 고작 손가락 하나만을 절단한 사건이 가장 끔찍한 사건이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유형적으로나 무형적으로 그보다 더욱 극악한 일들, 흉악무도한 사건들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들 주변에는 아주 작은 사고와 실수로 손가락을 잃어버린 이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그런 상처를 잘 극복해 내고들 있다. 주위의 시선도 그런 분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손가락 하나 없는 것을 자연스럽게 대한다. 그것이 도리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 하나 없는 것이 혹 큰일일지는 몰라도 될 수 있는 대로 작게 여기고 사는 것이 당사자의 마음이고 주위 사람들의 배려이다. 그렇기에 손가락 하나를 잃는 일은 결코 큰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때로는 스스로 손가락을 작은 이익과 교환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러한데도 사람들이 왜 그토록 겨우 손가락 하나를 절단한 이 사건에 대해서 경악하는 것일까? 왜 그토록 그를 질책하는 것일까? 왜 유달리 이 작은 사건을 모두가 피부로 끔찍하게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손가락 하나를 절단한 행위가 끔찍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 사건의 잔인성은 강도가 할 짓을 아버지가 아들에게 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버지들은 작은 바늘로 아들의 손가락에 박힌 가시를 빼는데도 식은땀을 흘리며 어려워한다. 고작 손가락에 박힌 가시를 빼는 그렇게 작은 고통조차도 아들이 당하는 고통이기에 감당하지 못한다. 그것은 비겁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의 마음이 아버지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그런데 겨우 보험금 1,000만원을 타기 위해서 마취도 하지 않고, 수술 칼이 아닌 무딘 가위로 아버지가 아들의 손가락을 자른 것은 분명 흉악한 짓이다. 이것은 마치 컬트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사실로 들리지 않는다.

 만약 그에게 아버지의 마음이 있었다면 차라리 자신의 손가락을 잘랐을 것이다. 이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것 같은 사건은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마음이 없었기에 일어났다. 차라리 강도가 갖고 있어야 할 마음이 아버지에게 있었기에 일어난 불행하고 충격적이며 몹시나 슬픈 사건이다.

우리들의 비극
 그리고 우리들의 비극은 이 나라의 어떤 대통령들에게 대통령의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며, 많은 정치인에게 정치인의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 나라의 비극은 어떤 경제인에게 경제인의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인의 마음은 소비자들에게 유익을 주면서 그 대가로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도록 정상적으로 잘 경영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어떤 경제인들은 차라리 사기꾼의 마음이다.

어떤 공무원들은 공무원의 마음이 없으며, 어떤 교수는 교수의 마음이 없고, 어떤 선생님은 선생님의 마음이 없으며, 어떤 경찰은 경찰의 마음이 없고, 어떤 검사는 검사의 마음이 없으며, 어떤 변호사는 변호사의 마음이 없고, 어떤 의사는 의사의 마음이 없다. 그들에게 찬란한 학력과 현란한 능력과 남다른 실력은 있어도 그 마음은 차라리 도둑의 마음이요 날강도의 마음이며 깡패의 마음이다. 이것이 우리들의 비극이다.

 깡패만이 깡패 짓을 하고, 도둑만이 도둑질을 하고, 강도만이 강도질을 하고, 사기꾼만이 사기 치고, 흉악범만이 살인하는 나라는 좋은 나라이다. 설령 그들의 숫자가 많더라도 적어도 현실 세계에서는 좋은 나라이다. 그러나 능력 있고, 권세 있고, 학력 있고, 명예 있고, 지위가 있으며, 대접을 받는 지도자들이 도둑질하고, 강도질하고, 사기 치고, 살인을 하면 그 나라는 불행한 나라이다. 그리고 목사에게 목사의 마음이 없고, 장로에게 장로의 마음이 없으며 교인에게 교인의 마음이 없는 나라는 절망의 나라이다.

이 마음
 짐승에게는 짐승의 마음이 있고 사람에게는 사람의 마음이 있다. 그런데 짐승에게는 사람의 마음이 있을 리가 없겠지만 간혹 어떤 사람에게는 짐승의 마음이 있는가 보다. 세상은 그러한 사람을 짐승이라고 질책하고 혐오한다.

 짐승에게는 단순히 짐승의 마음만 있으면 되지만 사람에게는 사람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마음이 있어야 하며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의 마음이 있어야 하고 그리스도인에게는 '이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 마음은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며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은 하나님께 '복종'하는 마음이다. 바로 이 마음이 없기 때문에 생일잔치 날에 세례요한이 목베임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생일잔치 날의 살인 사건
 헤롯(안디바스)이 동생의 아내인 헤로디아를 취해 장가들었다. 이 결혼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잘못된 결혼이었던 같다. 그렇기에 세례요한이 잘못된 결혼임을 지적하였다. 그래서 이 일로 헤롯왕의 아내가 된 헤로디아가 세례요한을 원수로 여기게 되었으며 그를 제거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작 헤롯은 세례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헤롯은 세례요한을 옥에 넣기만 했을 뿐 오히려 보호했다. 하지만 헤로디아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드디어 음모와 비극의 날이 왔다. 헤롯이 대신과 천부장들과 귀인들과 더불어 생일잔치를 벌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헤롯의 기분은 한껏 고조되었다. 그때쯤 되어서 헤로디아의 딸이 황홀스럽게 춤을 추었다. 그러자 헤롯이 딸에게 덜커덕 약속을 한다. '너 원하는 것을 내게 구하라 내가 주리라' '무엇이든지 네가 내게 구하면 내 나라의 절반까지라도 주리라'고 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딸은 헤로디아에게 자문을 구했고 헤로디아는 세례요한의 머리를 구했다. 헤롯은 그제야 근심하며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옥에 있는 세례요한의 목을 베어 그 즐거운 생일잔치 날에 피가 뚝뚝 흐르는 머리를 소반에 담아서 헤로디아에게 바쳤다.

 헤롯은 세례요한을 의롭고 거룩하게 여겼고, 두려워하기까지 했으며, 말씀을 들을 때 번민을 느끼면서도 달게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러한 은혜를 받고서도 이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그것은 말씀에 큰 은혜를 받을지라도 복종하는 이 마음으로 말씀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헤롯이 일찍이 세례요한의 말씀에 복종했더라면 이러한 큰 죄를 짓지 않았을 것이다. 이 생일잔치 날에 은혜를 받은 이가 존경하는 하나님의 종의 목을 벤 사건은 복종하는 마음이 없었기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마음, 복종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마음이 없을 때 아들의 손가락을 절단하는 추악한 짓을 할 수 있으며 대통령이 대통령의 마음이 없음으로 국민이 불행에 빠지듯이 그리스도인이 이 마음, 복종하는 마음이 없으면 헤롯과 같이 누구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마음의 능력
 그러나 이 마음을 품으면 기적이 일어난다. 복종하는 마음에는 능력이 따른다. 예수님께서 승리를 하시고 영광을 얻으시며 크신 뜻을 이루신 것은 하늘을 가르고 땅을 뒤엎는 능력으로 하지 않으셨다. 오직 복종함으로 이루셨다. 간혹 예수님은 하나님이시기에 하나님의 능력으로 뜻을 이루셨다고 짐작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 하나님으로서의 능력을 행하시기는 하셨으나 그 뜻을 이룸에 있어서는 결코 신적인 능력으로 하시지 않았다. 단지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심으로 이루셨다.

주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나 십자가 위에서 어떤 기적도 능력도 행하시지 않으셨다.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을 뒤엎을 만한 능력으로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뜻을 이루실 때에는 그저 복종하셨을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감히 누구도 할 수 없는 인류 구원의 뜻을 이루신 것이다. 그것은 믿음의 조상들도 마찬가지였다. 능력은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능력은 복종에서 나온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빌 2: 5 -11)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응답이 없고 믿음의 능력이 없는 것은 이 마음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며 복종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거나 하나님의 능력을 원한다면 복종하기만 하면 된다. 단지 그것뿐이다. 인생고나 믿음의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을 하며 처절한 고통을 당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결핍은 은혜의 부족이거나 말씀의 부족이 아니다. 오직 이 마음의 부족이다. 복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오한 신앙적인 문제를 학자처럼 탐구하고 구도자처럼 그 진리를 찾아 순례하는 이들에게도 실상은 단순한 불복종의 문제가 있다. 그런 이들은 고차원적인 신앙적 고민을 하고, 고상한 신학적 멋을 사치스럽게 부리지만 결코 복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디에서도 시원한 정답을 얻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책임질 수 없는 사람
 당뇨병은 불치병이 아닌 난치병으로서 약보다도 식이요법으로 치료한다. 그런데 식이요법이라는 것이 맛있는 것을 먹지 않거나, 배를 고프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떤 당뇨병 환자들은 입원하여 치료를 받을 때 의사가 지정한 병원의 식사가 고통스러워 밤이면 몰래 기름진 음식을 사먹기도 하며, 심지어 치료를 거부하고 퇴원해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당뇨병은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으로서 퇴원 후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심각한 합병증에 걸리곤 한다. 그러면 다시 담당 의사를 찾는다. 그러나 그럴 경우 담당 의사는 지시에 따르지 않는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며 매정하게 거부하기도 한다.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을 고칠 수 없다.

 순종하지 않고 복종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도우실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복종하는 이 마음을 품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능력을 행하시지 않는다.

복종
 까짓 것 목사의 말에 복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한 목사의 설교와 가르침에는 복종해야 한다. 주님께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같이 그렇게 죽음으로까지 복종하신 것처럼 성경말씀에,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면 응답이 있으며, 능력이 나타나고, 기적이 일어나고, 하나님께서 역사 하셔서 문제가 해결되며, 승리하고 영광을 얻을 수 있다. 주님께서도 하나님께 복종하심으로 뜻을 이루셨다. 방언도 좋고 신유의 은사도 좋으며 산을 옮길 만한 능력도 좋다. 그러나 승리의 기적은 복종할 때 일어난다(월간 <교회와신앙> 1998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