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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저주론'을 차단하라
1999년 10월 01일 (금) 00:00:00 장운철 기자 kofkings@amennews.com

「가계 저주론」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불거지고 있다. 본지 지난(1999년) 8월호 보도 후 이 문제에 대한 문의 및 제보가 본사에 크게 늘었다. "조금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이런 내용의 책인 줄 모르고 읽었다"는 것뿐 아니라, "목사님의 추천으로 여전도회에서 단체로 읽게 됐다. 모기도원에서는 그 책의 내용으로 설교를 계속하고 있다"는 등의 제보도 이어졌다. 심지어 모 신학교에서는 한 실천신학 교수의 추천으로 신학생들이 단체로 읽기도 했다는 것이다.

   
▲ 가계저주론 관련 책자들

한 여(女)청년의 고백에 귀기울여 보자. "연초에 같은 교회 친구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저주를 끊는 기도문도 서로 외우듯 읽어왔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된 것인지 혼동됩니다. 제 친구는 저주를 끊는다는 기도문을 크게 써서 자기 방에 붙여 놓기까지 했거든요."

계속해서 그녀는 "이제는 무엇을 믿겠느냐"며 허탈한 심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유명하다는 책을 읽고 나름대로 감동을 받아왔는데, 후에 그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화'까지 난다는 것이다. "그 책들에 대한 문제점을 왜 이제 와서 밝혔느냐"는 등의 항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가계 저주론」사상은 지난해(1998) 9월 모 기독교잡지에서 "세대에 흐르는 저주를 끊어라"라는 제목 아래 '특집'으로 다루면서 크게 알려졌다. 제목에서 풍기듯 위 특집물의 전체 내용은 '저주는 세대를 통해서 흐른다. 그것을 끊어라'는 것으로 편향되었다. 이 특집물 기획자가 서두에서 밝힌 기획의도에서도 그것을 엿볼 수 있다. "기도에 힘쓰고 몸부림치며 수 차례 다짐을 하건만, 그 죄악의 쓴 뿌리는 쉽게 거두어지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세대에 걸쳐 흐르는 죄악이 있는지 확인해보십시오. 회개하지 않은 조상들의 죄악이 전가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위 잡지를 통해서 필자들은 마치 무속신앙을 소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조상으로부터 우상숭배가 있고 주술의 영, 점술, 점치는 것 무당 등을 가까이 한 경우 자손들에게 반드시 간음과 음란의 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K목사), "여기에 신앙인의 딜레마가 형성된다. 그러한 경우 핏줄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상의 어느 세대에서 지은 죄의 결과가 자신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S씨)

   
▲ 메를린 히키. 그녀는 <가계에 저주를 끊어야 산다>는 책으로 영향을 끼쳤다.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석모 교수는 "저주의 원천은 잘못된 삶, 불신의 출발,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자연스런 원리에 있다"며 "죄악된 인간의 본성이 저주라는 또 하나의 방패와 변명을 만들어낸 것뿐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계 저주론」관련,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서적은 총 4권이다.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끊어야 산다'(메릴린 히키, 베다니출판사),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이렇게 끊어라'(이윤호, 베다니출판사), '축복이냐 저주냐 당신이 선택하라'(데릭 프린스, 베다니출판사),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축복으로 바꾸시는 하나님'(메릴린 히키, 베다니출판사). 이 책들은 대형서점의 판매 1순위의 자리를 상당기간 차지해왔다. 지금도 여전히 '잘 팔리는 책'으로 선정, 서점의 명당자리(?)에 진열되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 출간된 히키의 책이 22판 발행했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는 아직까지 「가계 저주론」사상이 한국교회 성도들 손에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본지는 지난 8월호에 이어 「가계 저주론」문제 분석을 기획했다. 독자들의 '좀더 자세한 분석' 요구에 따른 것이다. 오광만 교수(장신신학원), 정훈택 교수(총신대신대원)께 분석을 의뢰했다. 약 1주일 후, 두 교수는 "이런 내용의 책이 읽히고 있다는 것에 놀라왔다"며 '첫 소감'을 전해왔다. 두 분은 9월 새학기를 앞둔 분주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성도들이 위 책들을 통해 「가계 저주론」 사상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시간을 내기로 결정했다.

편집 마감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분당의 모 교회 특별집회에 친구의 소개로 참석했다는 한 성도는 "아담과 하와의 죄를 회개해야 한다. 조상의 죄를 회개해야 한다"며 집회 중에 회개의 시간까지 즉석에서 주기도 해 놀랬다고 한다. 그는 이름만 들으면 누군지 알만한 유명한(?) 목사가 공집회 시간옇가계 저주론」사상을 전하고 있다는 데 씁쓸한 마음을 훑을 뿐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됐다. 국민일보 9월 16일자 광고란에서다. '가계의 흐르는 저주를 끊는 축복성회'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가계 저주론」으로 연속 16주 집회를 연다는 광고다. 강사는 고바울 목사. 「가계 저주론」이 유행되고 있다는 뜻일까?

저주가 가계를 통해서 흐른다는 사상. 그것을 끊어야만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까지 제시하고 있는 「가계 저주론」. 이제 그 사상을 속히 차단해야 할 때이다.

(월간<교회와신앙> 199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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