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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폐지운동, 어떻게 볼 것인가
2001년 07월 01일 (일)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조덕영 목사/ 참기쁜교회 담임목사, 한국 창조과학회 전 대표 간사


지난 6월 11일 미국에서 한 죄수의 사형 집행이 있었다. 1993년 미국 텍사스 와코에서 종교집단 다윗파 신자와 가족 등 90여 명이 숨진 원인이 연방수사국(FBI) 때문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에 대한 복수로 지난 1995년 미 오클라호마시의 연방청사를 차량폭탄으로 폭파시켜 168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부상당하는 화를 입힌 폭파 주범 벡베이(33)라는 사람이었다. 이미 97년 연방대배심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은 이 사람은 감옥에서 연명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맞겠다고 줄곧 말해 왔었다.

그 동안 미국에서는 주(州) 차원의 사형집행은 있었지만 미국 정부가 이번처럼 직접 형집행을 하는 것은 1963년 이래 처음이다. 사형이 집행된 인디애나주 테러호트 연방교도소 앞에는 취재진, 구경꾼 등 1천4백여 명이 몰렸고, 방송사 중계차량이 길을 메운 가운데 교도소 주변의 지정된 곳에서는 “희생자들을 기억하라“ “티모시, 미안하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사형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이 각각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이다. 신부, 수녀들이 희생자와 맥베이 모두를 위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걸프전 참전군인 출신인 맥베이는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였다. 조금도 뉘우침이 없이 미 정부에 대해 정정당당한 일을 했다는 소신을 죽을 때까지 굽히지 않았던 이 사람은 사형 이틀전 희생당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하다는 짤막한 말을 남겼다는 소식이다.

이 사형집행에 대해 유럽에서는 부정적이고 동양에서는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라는 흥미있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1977년 국제사면위원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존중이라는 관점에서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스톡홀름 선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후 유엔총회와 유엔인권위의 사형폐지 권고를 거치며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유엔이 ‘사형폐지의 해‘로 선포했던 89년,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는 79개국이었고 유지 국가는 101개국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러시아를 포함하여 사형폐지국이 106개국, 유지국이 89개국으로 그 수가 역전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사형 폐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형폐지운동협의회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를 비롯한 인권단체 그리고 종교계 등을 중심으로 사형제도폐지운동을 펴고 있다.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사형선고 수치가 세계 13위로 꽤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96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최소한 동등한 가치가 있는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 않은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적용되는 한, 생명권을 박탈한다고 해서 반드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며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물론 헌재는 국민의 법감정 변화 등 시대상황이 바뀌면 사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토를 달았다.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의 일부 주를 제외하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군사독재국가나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점차 인류사회에서 사형제도는 감소하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 정부는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사형폐지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당장 실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즉 사형을 자제하는 식으로 사형제도를 운영하다가 상당기간을 거친 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사형폐지 입법화를 검토한다는 것으로, 특별히 제도화는 안했지만 사실상 사형집행을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국민의 정서는 사형제도의 존속에 무게를 두고 있다. 1999년 11월에 실시된 한국갤럽의 전국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중 사형제도에 대한 질문의 결과를 보면, 찬성이 50%, 반대가 43%, 그리고 잘모르겠다가 7%로 집계되었다.

종교계는 어떠할까? 불교와 원불교, 가톨릭 계는 이미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일치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듯하다. 불교는 인본주의적 생명존중사상을 기반으로 ‘불교 사형제 폐지 운동본부‘를 만들어 ‘사형제 폐지를 위한 불교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사형제 폐지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석가모니께서는 999명의 사람을 죽이고 친어머니까지 살해하려 했던 앙굴리 말라를 진심으로 참회시켜 제자로 받아들였지 않았느냐“는 것이 불교계 사형폐지론의 입장이다. 가톨릭도 1989년 개정된 교리서 시안이 전세계 주교들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 보내졌는데, 그 교리서 시안 3541항이 사형 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서 사형 제도는 정당한 것이지만 그리스도교는 자비와 사랑의 동기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지 말자는 입장을 내세웠다. 다만 기독교계에서는 아직 일치된 목소리가 없는 듯하다.

지금까지 사형제도를 두어야 한다는 논리의 핵심은 사형이라는 응분의 조처가 있어야 극악한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범죄예방 효과론이었다. 사회를 유지하는 법의식 차원에서 사형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맞선 폐지론은 첫째, 인간의 생명권을 빼앗는 사형은 헌법에 위배되며, 둘째, 잘못된 판단으로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킬 수 있고, 셋째,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는 점 등을 든다. 특히 사형으로 범죄율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범죄는 대부분 감정적이며 충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어떠한 입장일까?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들도 여전히 사형긍정론과 금지론으로 나귀어져 있음을 보게 된다.

먼저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라는 입장과 살인하지 말라는 제 6계명을 들어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생명은 창조주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국가권력이 법과 제도라는 명목아래 사람의 생명을 박탈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 사형제도폐지운동연합회 대표회장 문장식 목사는 “아무리 악한 악인일지라도 하나님의 형상은 남아있다“고 말하고 “사람을 죽이는 사형제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형제도에 대해 긍정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성경은 가인의 살인 이후 사람들의 보복과 살인의 경향이 많이 있었음을 암시한다(창 4:14). 하나님은 오히려 사형을 제도화 함으로써 사망한 사람들의 가족이 임의로 살인자를 처단하려는 경향을 금지하고 있다(창 4:15). 홍수 이후에도 사형의 법은 엄존하였다(창 9:6).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노아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으니 살인자를 죽이라는 명령은 결코 한 시대나 어떤 특정 종족에게만 국한된 명령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살인자를 죽이라는 명령은 노아뿐 아니라 모세의 율법에도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출 21:12, 14; 레 24:17; 민 35:31). 성경은 제 6계명에서 사용된 살인(라짜흐)하지 말라는 단어와 달리 법정에서 선고된 형벌이나 공식적인 전투행위에서 가해진 살인에는 ‘하라그‘와 ‘헤미트‘, ‘나카‘와 같은 전혀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성경(출, 레, 민, 신)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대략 사형에 처해 마땅한 21가지 범죄를 열거한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이 세우신 세상의 관원들이 악을 행하는 자에게 칼로 진노(롬 13:4)할 것이라 하여 사형제도를 수긍한다. 그는 베스도 앞에서 자기가 죽을 죄, 사형당할 만한 죄를 지었다면 죽기를 사양치 않겠다고 하여 간접적으로 사형제도를 인정하고 있다(행 25:11).

예수님도 빌라도 앞에서 인간정부가 사형을 집행할 권리를 인정하신다(요 19:11).

예수님과 역사의 수많은 순교자들이 모두 사형제도 아래에서 희생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십자가에 달려 사형당하신 예수님의 모습에서 세상의 악법에 대응하시는 예수님의 파라독스를 본다. 악한 사형 제도에 자신을 맡긴 예수님의 죽음은 부활을 내다본 승리였다.

사형이 잔인하고 때론 비정상적인 처벌이며, 범죄를 억제하는 도구 또한 아니며, 범죄자도 이성적으로 교정될 수 있는 누구도 함부로 생명을 건드릴 수 없는 고귀한 하나님이 주신 생명체이며, 사형이 용서라는 개념과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사형 제도를 반대하지는 않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분명해진다. 사형 폐지 운동도 훌륭한 사회운동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오히려 억울하고 무죄한 사람들이 정죄당하거나 희생당하지 않도록 하는 일에 더욱 집중된 관심을 갖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38년 만에 미국 땅에서 멕베이라는 겨우 한 사람이 사형 집행을 당하는 동안, 최소한 지난 3년간 3천여 명의 우리 북한의 백성들이 제대로 된 재판절차 전혀 없이 소, 돼지처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지난 수 년간 최소한 수 백만 명의 노약자들이 굶주림에 죽는 방치된 살인을 당하였다.

아직도 생체 실험이 존재하고, 정치범 수용소에서 하늘을 믿는 이들(그리스도인)의 머리에 뜨거운 쇳물이 쏟아져 살이 녹아 죽고, 반동 분자라고 임산부가 발길에 차여 죽는 사형제도가 바로 우리 철책 너머에 있다(카타콤 소식지를 참조하면 이보다 더한 북쪽의 참형의 모습들을 볼 수 있음). 사형폐지 운동하는 사람들치고 이러한 북쪽에 대고 과감히 한 마디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우리에게 사형 제도가 있기는 하나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천주교인)은 사형제 폐지에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휴머니스트들과 온 종교인들이 떼거리로 나서는 명분 좋은 사형폐지운동! 참으로 시간 많은 사람들이 하시는 너무나 행복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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