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 / 고양 홍익교회 사모

2000년 10월 8일은 우리 부부는 물론 함께 교회를 섬기는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개척 5년만에 드디어 상가 월세로 시작한 개척 교회에서 어엿한 성전을 세우고 입당 예배를 드리게 된 까닭이다. 어느 교회인들 교회 건축에 감격과 눈물이 없을까마는 우리 교우들의 감회는 분명 남다른 것임에 틀림없었다.

 입당 감사 예배를 드리는 시간 예배 사회를 인도하던 남편은 물론이요, 온 성도들은 하나같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 눈물은 불가능해 보였던 여리고가 무너진 것을 목격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흘렸을 하나님의 전적인 도우심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기도 하였고 성도들의 눈물의 기도와 땀방울로 이루어진 것을 기뻐하는 감격의 눈물이기도 하였다. 물론 나 자신에게 있어서 그 눈물은 더 많은 것을 내포할 수밖에 없었다.

늘 비좁은 공간에서 예배드리느라 부대끼던 일이며 예배당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의 큰 교회들로부터 받았던 설움이며 사무실이나 주방은 엄두도 못내고 예배당만 달랑 꾸밀 수밖에 없던 시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상가 복도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물을 끓여 예배 후 성도들에게 차대접을 하던 일, 분반 공부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이리저리 빈 공간을 찾아다니던 일 등. 그 시절엔 어디든 공간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후 교회가 부흥되어 월세를 벗어나 비록 지하지만 조금 더 넓은 상가를 분양받아 교회를 이전하게 되었다. 그곳에선 계단 밑에도 작은 방을 꾸미고 목양실과 자모실도 조그맣지만 예쁘게 꾸몄다. 그리고 두 화장실 중 한 곳을 개조하여 주방으로 꾸며서 취사를 할 공간까지 생기게 되었다. 사실 단칸방 신세를 면하고 작지만 내 집을 갖게 된 기쁨처럼 그곳에 입당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좋아했던지.

 그러나 처음에는 그렇게 넓어 보이던 그 예배당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비좁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어른 예배가 3,4,부로 늘어나면서 교육부서가 예배드릴 공간이 없어지면서 교육관을 필요로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교회 가까운 곳에는 임대할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동부와 중고등부 아이들은 교회와 제법 떨어져 있는 곳에서 별도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까지 생기게 되었다. 아이들 중에는 정작 자기 교회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있을 뿐 아니라 예배 공간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한 집사님의 아이는 이런 재미있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우리 교회는 여긴데, 엄마 교회는 어디야?"하고. 주일 예배 시간이 한쪽이 늦어지기라도 하면 아이와 부모는 서로 찾아 헤매는 일이 벌어져 주일 이산 가족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어느 주일에는 부모와 길이 어긋난 아이가 집을 찾지 못해 파출소에서 데려온 경우도 있었다.

 결국 많은 개척 교회들은 교회 부흥과 함께 공간의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선뜻 성전을 건축한다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예배 공간을 분양 받았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부채를 다 갚지 못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그런 처지이고 보니 우리 부부의 눈에는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든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언제나 번듯하게 보이는 교회당 건물이었다.' 언제 우리에게도 우리가 꿈꾸는 예배당에서 온 성도가 다함께 예배드리는 순간이 올 것인가?'

 2000년이 시작되면서 우리 교회는 거창한 표어를 가지고 새해를 출발하였다. 그 표어는 바로 '두 손을 높이 드는 교회'라는 제목으로 찬양의 두 손을, 기도의 두 손을, 성전 건축의 두 손을 높이 든다는 내용이었다. 성전 건축의 두 손은 높이 들겠지만 언제쯤 그 일이 현실로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수 년 내에만 이루어져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놀랍고도 놀랍게 하나님은 올해 안에 꿈만 같았던 그 일을 응답해 주셨다. 우리가 든 두 손은 지극히 미약했지만 우리의 간절한 소원을 기억하셔서 대지 뿐 아니라 그야말로 성전 건축까지 우리 손에 부치신 것이다. 

 교회가 있는 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몇 년 전 한 교회가 세워졌다. 그런데  제법 크게 세워져 있던 그 교회는 이러저러한 어려움으로 교회를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교회가 어려워진 탓인지 교인들은 모두 흩어져 버리고 교회당으로 세워진 그곳은 예배드리는 예배당이라기보다는 마치 강도의 굴혈처럼 변해 있었고 마무리 공사를 다 마치지 못하고 방치된 탓에 참으로 황량하기 그지없는 건물로 전락해 있었다. 새 천년의 시작과 함께 온 성도가 다 함께 성전 건축을 위해 기도하며 찾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하나님은 그곳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셨다.

                                       Ⅱ
                                    
 남편은 그동안 성전 건축을 위해 몇몇 곳의 부지를 알아 보았지만 이런저런 조건들이 맞지 않아 때를 기다리고 있던 차에 뜻밖의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그 일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교회나 그러하듯 성전 건축은 첫걸음부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부정적인 여론이 들려오기도 하였다. 만만치 않은 자금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건축에 대해 식견이 있다는 분들 중에서는 건물의 부실을 이유로 아주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기도 하였다. 개중에는 목사님이 욕심을 부린다며 변질되었다는 등 남편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결단은 필요하였다. 기회는 언제나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남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직 믿음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보니 그야말로 인간적인 생각과 판단이 우선인 사람들의 눈에는 무모하고 황당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남편은 지금의 실상이 아니라 그 너머를 바라볼 것을 원했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것. 그것이 믿음이라고 하지만 몇몇 성도들은 반신반의하며  그 일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대부분의 성도들은 남편의 결정에 따르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의 순종으로 따라주었다. 먼저 물질의 헌신자들 가운데 참으로 귀한  예물을 드린 손길들로 인하여 우리 부부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교회 성도 가운데는 특별한 부자가 없다. 이제 겨우 신도시에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함으로 내집을 갖게 된 젊은 부부들로 대부분이 월급쟁이다. 또 나이가 드신 분들은 한때는 잘 사시다가 사업에 실패하신 뒤 변경으로 밀려나신 분들이 많았다. 어느 한 사람 거액의 헌금을 드린 분도 없다. 그러다 보니 형편껏 온 성도가 적은 가운데서 열심히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건축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몸으로 봉사하는 일이었다. 3개월이 넘도록 온 성도들은 아동부에서 80이 훨씬 넘으신 집사님, 권사님까지 공사장의 일꾼이 되어 열심히 땀을 흘렸다. 60을 훨씬 넘기신 어느 남자 집사님께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을 하시어 몸소 그 더위 속에서 땀으로 멱을 감으시며 수고를 하셨다.

모두가 아마추어였지만 권사님, 여집사님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밥을 해나르는 것은 물론이요, 모래와 벽돌을 나르고 철거한 수많은 폐자재들이며 벽돌을 자루에 담아 나르기를 수없이 반복하곤 하였다. 수많은 흙먼지를 마시고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도 모두들 기쁨으로 그 일을 감당하였다. 논에다 밥을 해 나르고 참을 차리듯 점심 저녁 수십 명의 일꾼들을 위해 그 더위 속에서 밥을 해 나르셨던 분들. 그리고 자원함으로 참 때가 되면 참거리들이 배달되었다.

 남자 성도들은 퇴근 후에 다시 교회로 달려와서 12시가 되도록 작업에 참여하였다.

 전기 공사에 달란트가 있으신 분은 전기공사를 도맡아 하셨고 바닥을 까는 일이며 벽에 무늬목이나 방음판을 부치는 일이며 곳곳의 방에 도배를 하는 일, 보도블럭을 깔고 천장에 텍스를 붙이는 일까지 사실 전문가의 손이 필요한 많은 일들을 여성도 남성도의 구분 없이 모두 합심하여 매달렸다. 오직 주의 성전을 꾸미고 보수하는 일에 참예하는 기쁨에 마치 느헤미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 보수 작업에 참예하듯  온 성도들은 여름 휴가도 잊고 아침에 시간이 있는 분들은 아침나절에 오셔서 봉사를 하셨고 또 오전조가 가고 나면 오후에 봉사 할 수 있는 분들이 오셨다.

 아마 우리 교회가 재정적으로 풍족했더라면 전문가에게 맡겨서 손쉽게 할 수 있었을 일들이었겠지만 물질이 없는 탓에 너나 없이 몸으로 헌신하는 가운데 그동안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분들까지 한마음으로 모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었고 나의 손이 닿은 곳이라는 생각 때문에 더욱 교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성도들이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황량해 보이고 부실해 보이던 그 곳에 성도들의 기도가 쌓이고 땀방울이 떨어지면서 교회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남편은 인테리어를 공부한 적이 없지만 기도하면서 직접 곳곳의 인테리어를 결정하였다. 을지로나 청계천에 가서 필요한 자재를 사날랐고 공사에 필요한 수 많은 공구들을 직접 사서 모든 공사를 담당했다. 그래서 성도들은 농담으로 이 참에 건설회사를 하나 차려도 되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동안 공사에 동참한 총 인원만 해도 2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온 성도가 한사람도 빠짐없이 어떤 모양으로든지 동참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성전이 생긴 사실에 한편으로는 흥분이 되면서도 우리가 과연 어떻게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염려를 했지만 하나님은 그분의 사람들을 통하여 놀라운 일을 친히 이루신 것이다.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위치하고 있는 탓에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성도들이었지만 이번 성전건축에는 너나없이 궂은 일을 마다 않고 수고한 성도들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속에서부터 벅차오르는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손으로 직접 꾸민 성전인 까닭인지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너무 아름다운 성전이다. 우리의 성전 건축은 그야말로 주님께서 주신 뜻밖의 선물이었다.
(월간 <교회와신앙>2000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