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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위기여! 사랑의 위기여!
1998년 08월 01일 (토) 00:00:00 최삼경 목사 sam5566@amennews.com

현대인은 위기 속에 살고 있다. 눈을 뜨면 위기요 눈을 감아도 위기이다. 이제 위기란 말에도 아무런 위기감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위기에 젖어 있다. 우리는 다리가 두 동강이 나는 것도 보았고, 빌딩이 무너져 수많은 사람들의 무덤이 되어 버린 처절한 상황도 겪었고, 그리고 비행기가 골짜기에 박히어 불타는 것도 보았다. 그래서 다리를 지날 때는 다리가 동강날까 염려하며 손잡이에 힘을 주어 보기도 했고, 빌딩을 바라 볼 때는 저 건물은 안전한가 염려하며 지나가기도 했고, 그리고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들은 생명 보험을 많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위기는 어디 그뿐인가? 도덕적 위기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 제자가 스승을 폭행하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아이들이 동료의 폭력이 무서워 자살들을 하고 있다. 정계는 물론 법조계와 학계와 종교계까지 뇌물 없는 곳이 없다. 돈과 권력이 결탁하면 안 되는 일이 없는 위기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무엇이 이 위기를 만들었다고 보는가? 무엇을 치료하면 이 위기들이 사라질 것인가? 이 현상들은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즉 이 모든 위기는 사랑의 위기에서 기인한 것들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을 높이고, 오히려 실패한 사람들은 경시한다. 힘있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멸시한다. 그리고 똑똑한 사람들을 귀히 여기고 무식한 사람들을 멸시한다. 그러나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한 사람일 것이요, 존경을 받아야 할 사람은 불의한 부자가 아니라 의로운 빈자일 것이요, 존경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의 부귀만 구하다가 나라를 망쳐버린 똑똑하신 어르신네들이 아니요 성실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땀흘려 살아온 무식한 사람들일 것이다. 사랑의 눈이 있다면 이런 가치의 혼돈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분명히 사랑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니고 무엇인가?

 비를 의로운 자는 물론 불의한 자에게도 내려주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마 5:44). 아마 세상을 살면서 미워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운 사람을 사랑하려고 조금이라도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원수를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어서 그 다음 주신 말씀은 더 어려운 말씀이다.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마 5:45)라고 했다. 믿음으로 하나님의 아들이 된다는 것은 기독교의 기초 중에 기초이다. 그런데 원수를 사랑해야 하나님의 아들이 된다는 말인가? 아니다. 미움을 해결하지 못한 사람은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란 말은 아니다. 십자가를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체험한 사람이라면 원수라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말이요, 그리고 내 힘이 아닌 성령의 힘으로 원수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체험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원수를 사랑해본 체험이 없다면 그는 분명히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란 말이다.

 바로 이 사랑이 없어서 위기가 왔다. 우리는 지난 1992년에 걸프전을 겪었다. 이라크에서 파괴한 유전으로부터 흘러나온 기름으로 걸프만이 검은 죽음의 바다가 된 것을 보았다. 그 때에 그 기름에 젖어 날지 못하고 죽어 가는 한 마리의 물새를 보았다. 나는 그 때 바로 전쟁은 사랑의 위기란 것을 알았다. 인간의 이기심과 잔악성이 낳은 결과였다. 우리 인간은 죽어 가는 물새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대인들은 눈만 뜨면 이 시대를 위기의 시대라고 말한다. 경제적 위기, 정치적 위기, 통치의 위기, 가정의 위기, 교육의 위기, 도덕의 위기, 그리고 전쟁의 위기가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위기가 사랑의 위기란 점을 모르고 있다. 지식의 위기를 말하지만 결코 지식의 위기가 아니요, 자원의 위기를 말하지만 자원의 위기가 아니요, 전쟁의 위기를 말하지만 전쟁의 위기가 결코 아니다. 그 근원은 사랑의 위기에서 나온 것이다.

 보라. 현대인들이 이 풍요로운 시대 속에 살면서도 절망과 공허와 불안에 허덕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식이 없어서는 더욱 아니다. 오락이 없어서도 아니다. 재미있는 코미디와 흥미 넘치는 영화가 없어서도 아니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은 고독에 몸부림치고 공포에 질려 있다. 작은 사건 하나에 증권이 춤을 춘다. 흔들거리는 증권을 볼 때마다 흔들거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 모두 사랑의 위기로부터 온 다른 현상들일 뿐이다.

따져 보자. 잘 사느냐 못 사느냐,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가 아니다. 사실 하나의 위기이다. 바로 사랑의 위기이다. 이것은 최대의 위기요 최상의 위기이다. 나라를 사랑하고 사람의 생명을 사랑했다면 무너질 집을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자식이 그 집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집을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극악한 강도를 자식과 함께 가마솥에 넣어 삶아 죽이는데 아버지는 자신은 타 죽어가면서도 아들만은 가마솥 밖으로 들어올려 타지 않게 하더라고 한다. 악한 부모도 그렇다면 내 자식이 그곳에 간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무너질 집과 다리를 지을 수가 있겠는가? 내 딸을 생각한다면 인신 매매를 하지 못할 것이다.

 사랑의 위기는 최대의 위기요 모든 것의 위기이다. 인간이 사랑을 위해 살았다면 사랑만은 남겨야 할 것이다. 사랑 찾아 나선 순례자가 사랑의 빈 바구니를 가지고 돌아온다면 그의 순례 길은 헛될 것이다. 분명 돈을 남기고, 자식을 남기고, 이름은 남겼는데 사랑을 남기지 못했다면 그 인생은 적자 인생이다. 사실 남긴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움의 광란으로 가득한 시장 바닥 같은 세상 한 가운데 서서 조용히 사랑의 탄식을 해 본다.
 "아 사랑의 위기여!"
(월간 <교회와신앙> 199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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