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아름다운교회, 월간 <교회와신앙> 편집인

하나님의 공로를 힘입는 방법의 모든 것이
그리스도에서만 나온다.
하나님께 대한 믿음 자체가
곧 그리스도에 대한 것이다.
천지를 만드신 최고의 신을 경배하노라 해보았자
중보자 없이는 하나님을 알 길도,
접근할 길도,
그분의 자비를 맛볼 길도 없기 때문이다(2,6,4).
하나님의 모든 좋은 것은
죄로 인해서 우리와 단절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경배와 봉사는
하나님이 받으시기에 더러운 것뿐이다.
그러기에 그리스도를 우러러보며
그를 의지하지 않는 경배는
절대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한다(2,6,1).

그러나 그리스도를 의지하면
우리의 불완전한 경배를
하나님은 완전한 것으로 받아 기뻐하신다.
우리의 불완전한 기도와 복종도
그리스도는 보충해서 완전하게 만들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해주신다(2,7,4).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완전한 복종이요
완전한 희생물이시기 때문이다.
그는 율법을 완전하게 복종하셨고
우리가 당할 형벌에 대해
완전한 대가를 지불하셨다.
우리의 완전은
오로지 그리스도 안에만 있다.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할 수 있음을 알면
모든 면에서 그리스도를 의지할 것이다.

본래 정죄를 받아 영원히 멸망해야 마땅한 인간은
단지 그리스도 안에서 유일하게 구원을 찾는다.
하늘 수준의 의와 자유와 생명과 능력과 사랑은
오로지 그리스도 안에만 있다.
그러므로 언제나 그의 부요하심을 명상하면서
그의 안에 있는 구원의 지식을
목마른 사슴처럼 찾아야 한다(2,16,1).
그리스도와 연결되지 않으면
하나님은 우리의 원수가 되시니
언제나 그리스도의 날개 밑에 머물어야 한다(2,16,2).
그리스도와 결합하는 것은
곧 하나님과 결합하는 것이다(2,16,3).
그러므로 포수가 사슴에만 눈과 마음을 고정시키듯이
우리도 그리스도에게 그러하여야 한다.

복음은 그리스도를 보여 준다.
언뜻 보기에는 볼품없는 것 같지만
하늘과 땅의 모든 보화가 그 속에 숨겨져 있다.
물론 그리스도 이전의 경건한 사람들도
그의 빛나는 지식에 참여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이 본 것은
희미한 윤곽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 사람들이 자연을 통해서 볼 수 없던 것을
그들은 희미하게나마 보았던 것이다.
"옛적에 선지자들로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말씀하셨던 것들의 완전한 모습이
그리스도에게서 나타난다.
이제 그림자가 아닌 본체를 보고도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의 배은망덕과 타락은
더욱 가증하고 무서운 것이다(2,9,1).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그리스도가 반드시 사람이 되어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그렇게 결정하셨다.
죄악은 하나님과 우리의 사이를 완전히 격리하였고
우리는 천국의 축복에서 제외되었다.
수렁에 빠진 인간은 자신을 구할 수 없다.
움직일수록 더욱더 깊이 빠져들어 갈 뿐이다.
하나님께로 올라갈 힘이 없는 우리에게 내려오신 이는
바로 하나님 자신이었다.
우리의 처지로 내려오기 위해서
그분은 사람이 되셨다.
그러면서도 그분은 하나님이셔야 했다.
우리의 불결과 하나님의 거룩은
도저히 조화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2,12,1).

사람이 되신 하나님
곧 그리스도의 임무는
지옥의 상속자들을
천국의 상속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
중보자는 완전한 인간이요
완전한 하나님이셨다.
그가 우리의 몸을 취해서 자기 몸을 만들었다.
우리의 뼈와 살로 자신의 뼈와 살을 만들어
우리와 하나가 되셨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것을 우리에게 주시려고
우리와 하나가 되셨다.
그와 형제가 됨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것을 상속받게 되었다.
그가 생명이므로 죽음을 삼키고
그가 의이므로 죄를 정복하고
그가 세상과 악령보다 높으므로
그것들을 괴멸시킬 수 있었다.
그가 행한 것은
모두가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이다(2,12,2).

뿐만 아니라
그는 우리 대신 하나님께 복종하며
육신으로 우리가 받을 형벌을 받으셨다.
하나님만으로는 죽음을 맛볼 수 없고
사람만으로는 죽음을 정복할 수 없기에
인성과 신성이 동시에 필요하였다.
그리하여 약한 인성은 죽음에서 내어주고
신성으로는 그것을 극복하였다.
그가 우리와 본성이 같으므로
그와 교제할 수 있고
그가 하나님과 본성이 같으므로
하나님의 보화를 소유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쁜 것을 자기에게
좋은 것은 우리에게 주시는 부모의 역할을 하신 것이다.
참으로 그가 육신을 입으신 것은
우리를 구원하려는 유일한 목적 때문이었다(2,12,3).

그는 우리의 죄를 자기에게 옮김과 동시에
우리의 저주를 짊어진다.
재판정에서 죄인으로 고발당하고 유죄의 증거가 제시되고
재판장에 의해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가 두 강도 사이에 죽음으로
우리를 위한 범법자가 되셨다.
그러면서도 그의 빛나는 결백은
그가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지신 것이 분명해진다.
그것은 재판관 자신의 입으로도 증거가 되었다.
이 사실을 분명히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하나님의 법이나
죄로 인한 저주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2,16,5).
대속적인 죽음은 우리 확신의 근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의 부활하심은
우리의 구원이 완전히 실현되었음을 확증한다.
그의 죽음으로 우리는 하나님과 화해하였다.
벌은 완전히 받았고
저주는 확실히 제거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부활하심이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산 소망이 있게"한다.
그의 부활에 의해
의가 회복되고 생명이 넘쳐난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산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상의 우리 지체가 죽었다고 여기며
동시에 하늘의 일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2,16,13).
그리고 이미 부활의 생명 곧 영생불사의 영광이
우리 속에서 시작되었음을 믿어야 한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