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아름다운교회, 월간 <교회와신앙> 편집인

인간이 흙으로 만들어졌음은
인간을 겸손하게 한다(1, 15, 1).
진흙과 먼지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
자신의 잘남을 자랑한다는 것이
그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교만한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틈만 나면 자랑하고
남을 깔보는 것이 우리가 아니던가.
흙에서 나와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이
자신 안에 무엇 하나 의지할 만한 것이 있을까.
하나님 앞에서 우리 자신의 유래를 명상함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우리가 가진 모든 약점은
우리를 낮아지게 한다.
배경과 외모와 지능 등 누구나 가진 약함은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힘만으로는
아무 것도 아님을 절감하게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러한 그릇에 생명을 담아 주셨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불멸하는 영혼이 거할 수 있게 하셨다.
이렇게 한 줌 흙에 지나지 않는 인간을
자연과 다르게 만드신 하나님의 관대하심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1).
더욱이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음은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함께
자신의 고귀한 시작을 확신케 한다.
이것이
인간을 다른 피조물과 구분 짓는 분기점이 된다.
세상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감사하지도 않는다.
믿는 이들은 다른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알고
귀하게 여긴다.

하나님의 형상의 주요 좌소(座所)가 어디던가?
마음인가, 영혼인가?
어디든 간에 인간의 모든 부분,
심지어는 육체에까지도
그 광채가 빛나지 않은 곳은 없다.
타락 이전의 인간은 바른 이해력을 가졌다.
감정은 이성에 종속되었고,
모든 감각은 질서 있게 조절되었다.
이제 그것은 사라졌고,
하나님의 형상은 흔적만 남게 되었다.
타락 이후에 남은 것은
파괴되고 오염된 것뿐이다.
이제 그것은 성령으로 인해 중생한 사람들에게서
부분적으로만 보여진다.
하지만 장차 하늘나라에서는
완전한 빛을 다시 발하게 될 것이다(1, 15, 4).

비록 원조로 인해 타락하였다 하여도
하나님 형상의 흔적은
아직도 자연에서 인간의 탁월성 전체에 미친다(1, 15, 3).
눈에 보이는 피조물에 비해서
인간은 아직도 존귀한 존재이다.
그리고 다른 피조물보다도 뛰어난 그 무엇이
아직도 흔적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인간에게 긍지를 주는 아름다운 것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불신자들은
이것들도 모두 자신의 교만을 위해서 사용할 뿐이다.
귀신들린 자의 괴력은 귀신의 것이 아니라
인간 속에 잠재된 힘이다.
그리고 중생한 신자가
이것을 믿음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믿는 자들에게는
인간 속에 하나님 스스로가 들어가
거처로 삼아 주신다.
이것은 신자를 세상의 그 무엇보다
위대한 존재로 만든다.
진흙 집 속에 들어와
내 영혼과 살아주시는 성령의 겸손과 사랑을 믿는 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하는 겸손함과
하나님의 임재로 인한 흔들리지 않는 자부심은
신앙을 바로 이해한 신자의 특징이다.
즉 자랑거리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 속의 하나님이다.
자신의 약함과 하나님의 크심을 아는 인간은
하나님을 의지하여 그의 힘으로만 살려고 할 것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