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광 목사/ 열린문교회,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최근에 영국의 위대한 청교도 목회자 가운데 한 사람인 매튜 미드(Mattew Mead, 1629-1699) 목사님의 유사 그리스도인(원제: The Almost Christian Discovered) 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매튜 미드 목사님은 청교도 목회자들 중에서도 참으로 귀한 분입니다. 그는 영국이 종교 개혁 이후에 극심한 핍박기를 거쳐 최고의 영적 부흥기를 맞았을 때 활동했던 분입니다.  

 당시 영국은 걸출한 청교도 목사님들의 설교를 통해서 복음에 눈을 뜨고 있었고, 깊이 있는 진리의 말씀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외쳐지고 있었으며, 또 그러한 영향으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탄생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복음에 무르익은 영국의 교회 현실 속에서 매튜 미드 목사님은 유사 그리스도인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보고 그들을 진단하는 메시지를 전했던 목사님입니다.

 매튜 미드 목사님은 당시에 누구나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여기고 있을 그 때에 유사 그리스도인의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사실 그의 그러한 언급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에 대하여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하거나 모른 척 했을 뿐입니다.

 사실 저는 매튜 미드 목사님의 책을 읽으면서 범위와 규모, 환경에서 어느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오늘 우리 시대의 교회와 비교해 볼 때 너무나 적중하는 언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의 교회 안에도 소문나고 유명한 설교자들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복음을 듣고 있으며, 예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70년대, 80년대를 거치며 한국 교회는 실로 엄청난 부흥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90년대 이 후로 우리의 교회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대형 행사를 통하여 또 다른 부흥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수 많은 그리스도인이 탄생했습니다. 그들 가운데서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배출되었고, 또 그들은 오늘 우리 시대의 사회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성도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그들 중 아무도 스스로를 유사 그리스도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교회 안에는 분명히 유사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목사나 전도사도 있고, 장로나 권사, 기타 직분자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옷을 입고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들 가운데 수 많은 성도들이 실족하여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우리는 자주 봅니다. 이를테면 그들이 유사 그리스도인인 셈입니다. 참으로 슬픈 일이지요. 그런 이유 때문에 어떤 철학자는 자꾸만 방송에서 강의를 하면서 기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난도질하듯 비방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우리 시대의 교회와 우리들 스스로를 참된 교회나 참된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자기를 볼 줄 알며, 자기를 진단할 줄 아는 영성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은 자신이 참된 그리스도인인가, 아니면 유사 그리스도인인가를 아는 영성입니다. 그리고 우리들 자신이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필요한 때입니다.       

 저는 목양의 길에 들어선 지가 17년째입니다. 그런데 짧지 않은 지난 시간 동안에 늘 저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성도들이 유사 그리스도인이 아닌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온전히 변하는 이들이 참으로 적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온전히 변한다는 것이 천국에 가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유사 그리스도인이 아닌 예수님을 닮은 참된 그리스도인,  헌신된 그리스도인들이 참으로 적다는 사실 말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들이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그러나 변한 듯이 보였지만 다시금 옛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더 큰 아픔이기도 합니다. 많은 세월이 지나도 성도들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목회자에게 있어서는 형극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나를 괴롭히는 것은 그러한 유사 그리스도인을 만든 범인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입니다.

 후안 까를로스 오르티즈 목사님의 「제자입니까」라는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고 말했다(고전11:1). 우리 목사들은 살아야 할 삶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바울처럼 말하기를 가끔 두려워한다. 그 대신 형제님, 저를 보지 마시고 말씀만을 따라 가세요라고 말한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하는가? 이 말은 "노력은 했지만 실천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도 노력해 보시지요?"라는 말과 똑 같다. 그러니 평신도들이 낙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목사가 성경 말씀대로 살 수 없다면 도대체 누가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바울은 주저 없이 본이 되었다. 』

 목회를 하면서 성도들로 하여금 주님을 닮은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원했지만 사실은 내 자신이 그들이 유사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는 장본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내 자신도 유사 그리스도인인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