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열 목사(말씀사역원장)

성경의 제비뽑기와 오늘날의 제비뽑기는 어떻게 다른가?

성경에는 제비뽑기, 즉 추첨이라는 것이 있다. 제비뽑기 형태인 우림과 둠밈이라는 것도 있다. 이런 방법으로 하나님의 뜻을 계시하였다. 그 계시가 곧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다. 성경에 제비뽑기(추첨)란 형태로 범죄자를 찾아내고 직분자를 선택하기도 했다. 또한 재판과 전쟁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하나님께 묻곤 했다(우림과 둠밈).

성경은 이 같은 제비뽑기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계시하셨다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자들에게 칼빈은 그의 주석을 통해서 제비뽑기를 통한 하나님의 계시를 변호했고 옹호했다. 사도행전에서 제비뽑기를 통한 하나님의 뜻을 전달해 주셨다는 것을 옹호했다. 그러나 어떤 자들은 이같은 칼빈의 이야기조차 오늘날 제비뽑기를 통해서 직분을 뽑는 것을 옹호하는 것처럼 착각한다.

성경이 분명하게 제비뽑기를 말하고 있기에 오늘날에도 직분자를 뽑을 때 제비뽑기 방법이 지극히 성경적인 선거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성경대로 제비뽑기를 통해서 장로도 뽑고 집사도 뽑고 총회장도 뽑자고 한다. 과연 그렇게 해야 하는가? 이 이야기가 신학과 계시와 성경해석의 어떤 무지에서 온 주장은 아닐까? 과연 이 이야기가 우리 대한예수교 장로회 총회가 따르고 추구하고 있는 개혁신학인가? 또한 반대로 이왕 선거 제도를 추첨(제비뽑기)으로 하려면 어떤 원리와 근거에 의해서 추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면서 아울러 이런 방식의 선거는 우리들의 어떤 치부를 드러내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살펴보려고 한다.

성경주의와 성경해석의 중요성
우리가 보통 "성경적"이라고 할 때 주의가 요망된다. 우리가 어떤 문제점에 대해서 성경적인 판단을 찾고자 할 때 조심해야 한다. 여기에는 성경 해석이라는 것이 개입된다. 동성애를 찬성하는 자들과 반대하는 자들이 제각각 자신의 주장이 성경적이라고 한다. 여성목사 안수를 찬성하는 자들과 반대하는 자들이 다 자신들의 주장이 "성경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엿새 동안 힘써 네 모든 일을 하라는 말씀에 비추어 주 5일 근무는 성경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마 20:15)라는 말은 회사 노조가 성경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또한 제비뽑기(잠 16:33)는 거룩한 하나님의 뜻을 계시하는 신령한 방법이기에 제비뽑기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성경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한 제비뽑기가 성경적이기에 오늘날도 제비뽑기라는 방법으로 직분자를 선택하는 것이 성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과연 "무엇이 성경적인가? 여기에는 성경해석이라는 것이 개입된다.

제비뽑기에 대한 성경해석
성경해석은 올바른 계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박윤선 박사께서는 사도행전 1장의 주석에서 "제비뽑기는 옛날에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레 16:8, 잠 16:33). 오순절 강림 이후 이 풍속은 없어졌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이 더욱 밝히 계시되었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또한 그는 잠언 16:33절을 주석하시기를 "옛날에는 거룩한 백성의 중요한 사건 처리에 있어서 제비뽑기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것을 통하여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났다. 그러나 성경이 완성된 후 교회 시대에는 이런 제도가 계속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알려주지 못한다. 우리 시대에 있어서는 성경 말씀만이 우리를 인도하는 빛이 된다"라고 했다. 박윤선 박사께서도 분명히 특별계시의 전달 방법으로서의 제비뽑기를 이해하고 계신다. 제비뽑기가 계시의 방편이라고 한다면 계시가 종결된 지금은 더 이상 제비뽑기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우리들에게 계시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성경에 기록된 제비뽑기와 오늘날의 제비뽑기는 그 권위와 근거 면에서 전혀 다르다.

이것은 바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보면 잘 나타나 있다. 이 고백서 1장 1절과 6절에 "하나님께서 과거에 계시하시던 이전 방법은 중지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과거에 계시하시던 이전 방법은 중지되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이 답변은 합동측 경기노회 제96회기(1971.5.11년) 때 모교회에서 질의한 내용을 경기노회 제97회기(1971.11.23) 때 답변이 보고되었다(답변위원장:김희보 교수, 김득용 교수는 위원).

그 답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 이전 방법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느냐에 대한 해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답: ① 하나님의 현현으로 ② 음성으로 ③ 꿈으로 ④ 환상으로 ⑤ 우림과 둠밈으로 ⑥ 선지자들을 통한 영감으로. 이상과 같이 나타났으나 오늘에 와서는 이와 같은 방법은 중지되었는데 이는 성경 히브리서 1:1-2의 말씀대로 '이 모든 날 마지막에 아들로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 란 곧 성경 계시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늘에 와서는 이 같은 계시 방법은 중지되었다는 말입니다"(A.A하지 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강해 P.29에 이렇게 말해 주고 있다).

왜 장황하게 박윤선 박사의 해석의 근거와 경기노회 회의록의 내용까지를 근거로 제시하느냐 하면 제비뽑기는 특별계시의 방편으로써 이제 이런 하나님의 뜻을 묻는 제비뽑기 방법은 중지되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오늘날 제비뽑기는 지극히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마치 제비뽑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성경신학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밝히기 위해서다. 제비뽑기를 주장한 자들이 단순히 선거의 방법 가운데 하나로 제비뽑기를 주장하면 그것이 가능하나 마치 제비뽑기가 성경에서 하나님의 뜻을 묻는 방법이었기에 오늘날 선거는 "성경대로 제비뽑기를 해야 한다"는 말은 개혁신학을 저버린 성경해석의 무지에서 온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선거의 방법으로써 제비뽑기
기존의 여타 다른 선거방법과 같은 차원에서 제비뽑기를 주장하면 된다. 그러나 성경에서 제비뽑기를 했듯이 우리들도 성경적으로 오늘날 제비뽑기, 즉 추첨으로 투표하여 하나님의 뜻을 묻자는 이야기는 안 된다는 말이다. 만약에 오늘날 신학 훈련을 받지 않는 자들이 왜 하나님의 뜻을 묻는 제비뽑기를 선거 투표에만 국한시키느냐고 하면서 우리들의 생활 전반에서 제비뽑기로 하나님의 뜻을 묻는다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오늘날 교회 안에서 선거 풍토가 너무나 타락했기에 선거 방법 가운데 하나로 추첨을 하자면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목사님들께서 도저히 기존의 방법으로 총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하면 추첨제도로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목사님들의 자질이 그렇게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돈으로 거룩한 하나님의 교회 직분을 사려고 하는 자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믿는다. 우리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목숨을 걸고,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되심을 믿고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선거 풍토가 타락되었다면 제비뽑기로 한 번 해보기를 권한다. 여기에는 우리들의 아픔과 치부를 각오해야 한다. 어떤 아픔과 치부인가? "평신도들도 아무 탈없이 기존의 선거 제도로 직분자들을 뽑는데 왜 목사님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오죽했으면 추첨으로 뽑는다는 말인가?"라는 지적이다.

맺는 말
선거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일 뿐이다. 십자가 아래서 우리들의 회개만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문제 해결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복음에는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복음과 거리가 먼 자들이 설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뿐이다. 돈으로 거룩한 교회의 직분을 취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탄적 사고방식이다. 아니 어쩌면 사탄의 조종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자들에게 기회를 주든지 아니면 강력한 권징으로 다스리든지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법이 있고 노회가 있고 총회가 있지 않는가?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