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열 목사(말씀사역원장)

"그리스도께서 너희를 사랑하신 것같이 너희도 사랑 가운데서 행하라 그는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버리사 향기로운 제물과 생축으로 하나님께 드리셨느니라"(엡 5:2)

오늘날 우리 교회가 구약의 절기를 지키는 것이 있는가? 없다. 왜 구약의 절기를 지키지 않는가? 구약의 절기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성취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들은 구약 성경의 절기를 통해 그 절기가 어떻게 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예언의 말씀이었고 그 예언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어떻게 성취되어 하나님의 구원과 사랑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들에게 적용되는지를 살핀다. 이것이 구약 성경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신약 그리스도 안에서 구약의 모든 사건과 역사와 인물과 각종 절기들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인정하지 않는 유대인들은 구약의 절기를 그대로 문자 그대로 지킨다. 맥추감사주일은 구약의 맥추절을 지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 추수감사주일과 같은 맥락에서 맥추감사주일을 지킨다.

추수감사주일은 1년 중 마지막 추수라고 한다면 맥추감사주일은 1년 중 맨 먼저 추수하는 보리 추수에 대한 감사주일이다. 우리 민족의 조상들은 이 보리 추수가 의미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보리 추수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는 보릿고개를 경험한 분들은 잘 알고 있다. 그 감사를 우리들은 잊으면 안 된다.

골 2:16절에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월삭이나 안식일을 인하여 누구든지 너희를 폄론하지 못하게 하라.“

구약의 모든 절기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절기들이었다. 따라서 이런 절기들은 하나님의 분명한 계시의 의도가 있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들이 지키는 맥추 감사주일은 추수감사주일과 같은 그런 차원에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 것이다. 계절적으로 가을의 추수감사주일은 1년 동안의 마지막 추수에 대한 감사주일이다. 그러나 맥추감사 주일은 1년의 첫 추수에 대한 감사주일이다. 맥추(麥秋)라고 할 때 맥은 ‘보리 맥‘이다. 1년의 첫 추수인 보리 수확을 거두어 들이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절기이다.

우리 민족의 과거 보릿고개

우리 민족은 일제 36년 동안의 식민지와 6.25전쟁을 통해서 나라가 망했고 황폐화되었다. 50년대 60년대, 70년대를 보내면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세대는 보릿고개를 경험했다. 보릿고개란 가을에 추수한 곡식이 다 떨어지고 봄에 보리는 미처 덜 여물어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를 가리켜 보릿고개라고 한다.

식량이 다 떨어지고 아직 보리가 덜 여물었는데도 불구하고 보리를 베어다가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보리를 겉보리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여물지도 않아서 알이 껍질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는 보리를 먹겠는가? 그래서 이런 말까지 나왔다.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 한다“는 옛말이 있다.

가을에 추수하는 식량이 떨어졌다. 아직 벼를 심어서 가을에 추수하기까지는 아직도 몇 개월이 남았다. 그 사이에 하나님은 보리를 수확하게 해 주셔서 우리들의 생명을 지탱하게 해 주셨다. 보릿고개의 쓰라린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은 보리 수확의 감사를 잊지 못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제 제법 먹고 살만 하다.

어린 자녀들에게 보리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는 자녀가 그리 많지 않다. 쌀 밥 먹는 것이 얼마나 큰 자랑거리가 되었는가? 쌀밥 먹기가 쉽지 않는 시절 보리밥에 된장으로 잘 비벼서 먹는 그 맛을 우리가 어떻게 잊을 수가 있는가? 우리들은 이 보리 추수감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즈음은 경제적으로 많은 복을 받았다. 하나님께서 보리 추수를 허락해 주신 은혜를 잊으면 안 된다. 이제 그 보리는 술 원료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마다 맥추감사주일에 보리밥 잔치를 했으면 좋겠다.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하나님께서 보리라는 것을 통해서 우리들의 생명을 보호해 주셨음을 깨닫는 그런 감사 주일을 보냈으면 좋겠다. 1년의 첫 수확인 보리에만 국한시키지 말자. 식량이 떨어졌을 때 보리 추수를 통해서 계속해서 식량을 공급해 주셨듯이 맥추 감사주일을 통해서 가장 어려울 때 피할 길을 주시고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절기로도 드릴 수 있도록 하자.

우리들은 맥추 감사주일을 통하여 단순히 보리에만 국한시켜 생각하고 감사할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생명의 은총에 감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빛의 열매를 맺게 해 주신 은혜를 감사하는 그런 주일이 바로 맥추감사주일이다.

사랑의 실천

엡 5:1~2절에 “그러므로 사랑을 입은 자녀 같이 너희는 하나님을 본받는 자가 되고 그리스도께서 너희를 사랑하신 것 같이 너희도 사랑 가운데서 행하라 그는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버리사 향기로운 제물과 생축으로 하나님께 드리셨느니라.“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은 자녀가 부모를 닮아 가듯이 우리들도 하나님으로부터 사랑을 입은 자녀로서 하나님을 따라갈 수 있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들을 사랑하신 것 같이 우리들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맥추 감사주일로 지키면서 우리들만의 잔치로 끝나 버리면 안 된다. 우리들끼리 모여서 먹고 즐기는 것으로 끝내 버리면 하나님은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맥추 감사주일을 지키면서 먹을 식량이 떨어져 굶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가정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나라가 제아무리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많은 가정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하루 한 끼 식사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많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도 굶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우리들에게 허락해 주신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들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여 그들이 복음을 믿어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야 한다.

어떤 목사님은 교회에서 성미를 한 달에 네 말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목사님은 그 성미를 아끼고 아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나누어 주었다. 어떤 집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는데 아침에 라면도 없어서 국수를 끓여 먹고 학교에 다닌다는 것이다. 그런 형편에 무슨 점심 도시락을 가져 갈 수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교회가 목사님 가정이 성미가 남아넘친다고 하면서 네 말 주는 것을 세 말로 줄였다고 한다. 이런 모습이 우리 교회 현실이면 안 된다. 그렇다. 우리들은 이제 정말로 우리 이웃을 위해서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들이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는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버리사 향기로운 제물과 생축으로 하나님께 드리셨느니라“는 사실이다.

예수님은 나를 대신해서 하나님께 제물로 드렸다. 나를 위해서 희생의 제물로 드렸다. 우리들은 이런 엄청난 은혜를 받았는데 우리들은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인색하다. 맥추 감사헌금을 놓고 “천원을 드릴까, 만원을 드릴까.“ 내 마음에서 갈등을 일으킨다. 만원이 아까워서 천 원을 드린다면 우리들은 다시 한번 우리들의 믿음을 점검해 봐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만원을 주시면 좋겠는가? 아니면 천 원을 주시면 좋겠는가?“ 이렇게 물으면 아예 우리들은 욕심이 많아서 “백만 원을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답변한다. 감사하는 일에 인색함이 없어야 한다.

감사하는 말

엡 5:3~4절에 “음행과 온갖 더러운 것과 탐욕은 너희 중에서 그 이름이라도 부르지 말라 이는 성도의 마땅한 바니라 누추함과 어리석은 말이나 희롱의 말이 마땅치 아니하니 돌이켜 감사하는 말을 하라.“ 옛말에 “그 사람을 보려거든 그 친구를 보면 안다“라는 말이 있다.
끼리끼리 친구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우리들에게도 적용된다. 원망하고 불평하는 사람과 친구하면 그 사람도 똑같이 상대와 같이 원망하고 불평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마약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친구를 하면 그렇게 성실하게 살았던 사람도 그렇게 변해 버린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에서 불평하고 원망하고 교만한 사람과 함께하면 자신도 원망하고 불평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감사하고 찬양하고 말씀을 묵상하는 사람과 함께 어울리면 내 자신도 감사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된다. 망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나도 망해 버린다. 그래서 세상에서도 사업을 하면 항상 실패하는 사람들에게 투자하면 안 된다. 하는 일마다 성공하는 사람에게 투자하면 그것은 성공이다. 나는 상대에게 원망과 불평,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 주는 사람인가? 아니면 감사하는 마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는 사람인가? 묵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음행과 더러운 것과 탐욕을 가까이 하는 사람과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더러운 말을 입에 두지도 말자. 또한 난잡한 말이나 농담은 입에도 담지도 말자. 오직 우리들은 하나님께 감사하는 말을 하자.

에베소서 4:29에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데 소용 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고 했다. 이런 생활 태도가 바로 맥추 감사주일에 우리들이 배워야 하고 실천해야 할 말씀이다.

그리고 엡 5:5에서 “너희도 이것을 정녕히 알거니와 음행하는 자나 더러운 자나 탐하는 자 곧 우상 숭배자는 다 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에서 기업을 얻지 못하리니“라고 말씀하고 있다.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고 우상을 숭배하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수 없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의지하며 믿음으로 우리 죄를 회개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 이런 고백이 맥추 감사주일에 고백되어져야 할 우리들의 믿음이다.

빛의 자녀, 빛의 열매

엡 5:6에 “누구든지 헛된 말로 너희를 속이지 못하게 하라 이를 인하여 하나님의 진노가 불순종의 아들들에게 임하나니“라고 말씀한다. 하나님의 진노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헛된 말로 속이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임한다. 헛된 말로 속이는 자들은 어떤 자들인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알지도 못한 자들이요, 깨닫지도 못한 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임한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들은 이미 하나님의 진노를 받았기에 입술에 더러운 말이 가득할 뿐이다. 감사하지도 않았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엡 5:7에 “그러므로 저희와 함께 참예하는 자 되지 말라“고 한다. 이것은 단호한 명령이다. 죄 짓는 자리에서 피해야 한다. 하나님을 거역하는 자들의 모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엡 5:8에서 “너희가 전에는 어두움이더니 이제는 주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기 전에는 우리들도 그 가운데서 행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빛의 자녀들이다. 빛의 자녀같이 행해야 한다.

빛의 자녀들에게서 나타난 빛의 열매는 9절에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고 했다.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으로 열심히 땀흘려 일하여 남을 베풀고 교회를 섬길 수 있는 자들에게 맥추 감사주일은 복된 날임에 틀림없다.

맺는 말

맥추 감사주일은 구약의 절기를 지키는 날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영접한 하나님의 자녀들이 믿음을 고백하며 삶을 통해서 실천하는 자들이 감사드리는 특별한 주일이다.

1년 52주일이 바로 이같이 특별한 주일이 되어야 한다. 말로만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허락한 삶의 진액들을 감사하므로 하나님께 드려서 사랑을 실천하는 성도들이 되어야 하겠다. 여기에 하나님의 크신 축복이 있음에 감사하자. 아멘.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