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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사고방식: 한번 재고해 보십시다
2001년 10월 01일 (월)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만풍 목사(워싱턴 지구촌교회 담임, 국제전도폭발 미주 한인본부 대표)

1434년 세종 16년 11월에 반포한 삼강행실도 열녀편에 나오는 열녀 110명 중에서 95명이 중국 여성인데 거기 52번째로 소개된 이야기를 잠시 나누겠습니다. 그 제목은 “중국 오대에 이씨가 남편의 유해를 지고 오다(李氏負骸 中國五代)“로 되어 있습니다.

 이씨는 남편 왕응과의 사이에 어린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중국의 청주와 제주 사이에 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괵주 사령부에 가서 군복무를 하던 중에 병들어 죽었는데 이씨가 아들을 데리고 가서 남편의 시신을 화장하여 그 유해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개봉 땅을 지날 무렵 해가 저물어 여관에 들게 되었는데 그 여관 주인이 여자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수상히 여겨 방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이씨는 날이 어두워 가는데 달리 묵을 곳이 없었습니다.

여관 주인은 나가려 하지 않는 이씨의 팔을 붙잡고 끌어내었습니다. 그 때 이씨가 하늘을 쳐다보고 통곡하며 말하기를 “내가 부인으로서 절개를 지키지 못하여 이 손을 외간 남자에게 붙잡혔단 말인가! 이 한 손 때문에 나의 남은 몸까지 더럽힐 수는 없으리라“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도끼를 가져다가 그 손을 찍었습니다. 이것을 본 행인들은 둘러서서 슬퍼하며 탄식하되 어떤 이들은 손가락질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개봉윤(開封尹)이 듣고 그 사실을 조정에 알리자 관에서 약을 주어 이씨의 상처를 싸매게 하고 후하게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관 주인은 태형에 처했습니다.

 1392년에 이성계가 세운 조선왕조는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리며 백성을 가르쳤는데 바로 이러한 이야기들이 사회에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우리 민족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왕응의 아내 이씨가 손을 잘라버린 사건은 흑백논리의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던 것이죠. 자, 오늘의 주제는 “극단적인 사고방식: 한번 재고해 봅시다!“ 하는 것입니다.

 여관집 주인이 무슨 동기로 손을 붙잡았든지 간에 자기 남편이 아닌 외간 남자가 자기 몸의 한 부분에 손을 대게 한 것 자체가 부인으로서 절개를 지키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나 단순하고 극단적인 흑백논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완전히 희던가 아니면 완전히 검다는 생각이 너무나 현실과는 거리가 먼 극단적인 사고방식이라는 말씀입니다.

 중국여인 이씨는 더럽혀졌다고 생각하는 손만 잘라내고 살아서 자식을 키웠습니다. 이러한 이씨의 이야기를 배우고 난 한국 여인 중에는 이씨보다 더욱 극단적인 행동을 한 양반 부인들이 있었습니다. 지봉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의 열녀 항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임진왜란 때 양반 부인들이 왜군을 피하여 도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성난 파도에 배가 흔들렸기 때문에 그들은 뱃전을 굳게 붙잡아야 했습니다. 그 중에 어떤 양반 부인이 있었습니다. 그 부인은 여종도 데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배에 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뱃사공이 그 양반 부인의 손을 붙잡아 배에 태웠습니다. 그 양반 부인은 소리쳐 말하기를 “내 손이 네 손에 붙잡혀 더럽혀졌으니 이제 내가 살아 무엇하겠는가!“ 하고는 갑자기 물에 몸을 던져 죽었습니다. 그 양반 부인의 여종이 울면서 말하기를 “내 상전이 이미 죽었으니 나 홀로 어찌 살리요?“ 하고 그도 역시 물에 뛰어 들어 죽었습니다.

 이수광은 이 양반 부인의 행동을 두고 평하기를, “그 얼마나 열렬한 정절이란 말인가! 당시 위급한 난리 가운데서 그와 같은 부인들이 수없이 많았을 터이나 그 중에 몇몇만 세상에 알려졌으되 알려진 부인들마저도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그것이 애닯도다!“ 라고 했습니다.

 조선의 부인으로서 각각 자기 남편에 대한 정절을 지키도록 격려하고 교육하기 위해서 인용된 모범 열녀들의 대부분이 죽음으로써 자신의 정조를 지켰던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대가 흐를수록 점점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앞서 소개해 드린 그러한 여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행동은 따르지 못하면서도 생각은 흑백논리의 극단을 향해서 줄달음친 것이었습니다. 비록 양반 계층에서만 아니라 서민의 계층에서도, 그리고 기생의 계층에서도 그러한 사고방식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자, 애독자 여러분, 흑백논리의 극단적인 사고방식은 여성들만 아니라 남성들의 세계에서도 삶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체면과 명분의식에 부채질을 한 극단적인 사고방식, 현실감각을 상실하고 실리를 추구하지 못하게 만든 흑백논리, 절충이나 양보의 틈을 주지 않는 흑백논리, 오직 승부욕에 눈이 어둡게 만드는 흑백논리, 지게 되면 정직하고 여유롭게 승복하지 못하고 보복심이 들끓어 오르게 하는 흑백논리, 인간관계에 화목을 추구하지 못하게 하는 흑백논리···.

오늘날에도 우리 자신의 생각 속에 여전히 스며 있지는 않은지요? 한번 재고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흑과 백 사이에는 회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총천연색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아주 다양하고 변화로운 인간관계, 그러면서도 조화롭고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추구하기 위해서 흑백논리의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과감히 벗어 던지지 않으시겠습니까? 네, 여러분, 다음 이 시간에는 체면의식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드세요.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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