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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 대학교수 탄생을 기대하십시오"
황순의 청년
2001년 05월 01일 (화) 00:00:00 장운철 기자 kofkings@amennews.com

'당찬 자매'
오랫동안 알고 지내고 있는 맹주완 기자(극동방송)로부터 황순의 씨(29)에 대한 소개 첫 마디가 '당찬 자매'였다. '수화통역사'라는 그리 흔하지 않은 '인생의 길'을 흔들림 없이 올곧게 걸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고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  농아인 대학교수가 꿈인 황순의 청년
지난 4월 11일 오후 5시. 약속 시간에 맞추어 기자는 동안교회(김동호 목사) 휴게실에 도착했다. 잠시 후 기자의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지하철을 잘못 탔어요. 조금 늦을 것 같아요. 죄송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핸드폰 메시지에 익숙치 않은 기자가 단지 "네"라는 문자를 전송하기 위해 이리저리 '쿡쿡-'누르고 있는 사이에 문자 메시지가 또 날아왔다.

"참. 오늘 사진 찍나요. 사진 찍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왔는데 어떡하죠."

문자 전송을 포기한 기자는 인터뷰 상황을 설명해주기 위해 전화를 직접 걸고 말았다.

"핸드폰 문자전송을 자주 사용하다보니, 전화를 직접 거는 것보다 저에게는 이것이 더 편해요."

약속 시간 약 10분이 지나 뛰어온 황순의 씨의 말이다. 청각장애인 섬기기 약 10년 동안에 핸드폰 문자 전송 타이핑 속도가 1분에 최소 3백타가 나온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핸드폰 타이핑 실력만 가지고도 그녀의 사역에 대한 '전문성'을 엿볼 수 있었다.

"91년 우연히 '수화'에 대한 교육 안내 방송을 라디오로 들었어요. 그 다음날 그 광고가 또 들릴 때 왠지 그 내용이 제 마음을 확 끌어 당겼지요."

당시 직장생활을 했던 황순의 씨는 저녁 시간을 쪼개어 수화를 배우기 위해 담당 기관인 '이레 선교회'를 찾아갔다. 회사에서 선교회 간 교통시간이 편도 약 3시간이나 걸렸지만, 그녀에게 그 시간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버스, 지하철 안에서 눈에 보이는 광고 간판의 용어들을 끊임없이 수화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주변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곤 했지만, 그것을 의식할만한 여유가 그에게는 없었다. 한 번은 어느 학생이 떠듬거리는 수화로 '농아인입니까?'라고 물어왔다. 그녀는 웃으면서 '농아인이 아닙니다'고 역시 수화로 대답을 해준 일이 있었다. 농아인은 꼭 필요하지 않고는 대중 앞에서 수화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학생이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제가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던 것 같아요. 수화를 배우면 배울수록 너무나 재미가 있었어요."

이후 황순의 씨는 베데스다선교회(양동춘 목사)에서 계속해서 수화를 배웠다. 그리고 지난 해 '한국농아인협회' 주최 '수화통역사'에 당당히 합격을 했다.

농아인 전도를 위해
황순의 씨의 비전은 '농아인 전도'다. 단순히 복음 전파만으로 농아인들이 신앙을 꾸준히 세워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알고, 그녀는 신학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사렛대학교를 졸업한 후 학교 내의 '작은 손짓 동아리'의 담당간사로 농아인 섬기기와 후배 양성을 위해 뛰고 있다.

그녀의 사역은 단순히 농아인 예배 때나 기타 행사 때 통역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농아인들이 삶의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직접 찾아가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한 번은 한 농아인 집으로 엄청난 금액의 전기세 요금 고지서가 날아왔다. 그 농아인은 황순의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녀는 즉시 그곳으로 달려가 관공서를 오가며 그 일을 해결하기도 했다.

"농아인의 문맹률은 극히 높습니다. 따라서 그들을 전도하려면, 그들에게 글을 가르쳐주어야 하지요."

다시 말해 농아인이 글을 모르기 때문에 복음 전도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전도의 매개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황순의 씨는 그가 섬기고 있는 농아인들에게 글은 물론 사회생활의 여러 가지를 직접 가르쳐 주고 있다.

그녀는 매주 '청음회관'(청각장애인 복지관)을 찾는다. 금요일은 컴퓨터를 배우려는 13명의 농아인을 위해 통역과 함께 보조 강사로 그들을 돕는다. 화요일은 볼링을 배우려는 15명의 농아인을 또한 찾는다. 토요일은 제과제빵을 배우려는 15명의 농아인을 만나 통역과 함께 역시 기초적인 사회생활 훈련을 돕는다.

그녀가 돕는 농아인들은 이외에도 나사렛대학교 내에 약 30명, 동안교회 내에 약 13명이 더 있다. 지금까지 그녀를 통해 신앙을 찾은 농아인은 4명이다.

"농아인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고는 대화조차 하기가 힘들어요."

농아인 대학교수를 위해
"종종 농아인 중에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죠. 그러나 그들이 모두가 대학 수업에서 낙심하고 맙니다. 이유는 바로 '영어' 때문이죠."

현 체제로는 농아인들이 영어 수업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Student'라는 단어를 농아인은 '스튜던트'라는 한국어로 다시 써서 배운다는 것이다. 국어조차 농아인들에게는 '외국어'인 셈인데, 영어를 그 외국어로 배워야 한다는 이중적인 방식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배웠다 하더라도 효용 가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황순의 씨는 농아인들이 영어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농아인 대학교수가 나오기를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그녀는 '영어 수화'에도 도전했다. 아직까지는 일부분인 '읽기'만 가능한 정도이지만, 그녀는 '영어 수화통역사'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그래서 농아인 유학생을 돕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농아인 대학교수가 탄생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농아인의 높은 학력이 그들의 복음화를 높인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 동안 너무 사역에만 집중하다보니, 특히 가족에 소홀히 한 면이 있어요. 그래서 요즘 가족생활에 많이 헌신하고 있습니다. 아주 좋아요. 결혼은.. 글세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어요."

황순의 씨는 그의 스승인 이준우 목사(남서울은혜교회 농아부 담당)의 교훈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 '농아인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어야 진정한 '수화통역사'가 된다는 것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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