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쇼>와 <가타카> 등 그동안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만들어 왔던 앤드류 니콜 감독이 이번에는 가상의 배우를 소재로 한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시몬(S1mOne)>은 별 볼일 없는 감독 타란스키(알 파치노)가 가상의 매혹적인 여배우를 영화에 등장시키면서 영화의 흥행과 함께 부와 명예를 얻지만, 그 가짜 배우를 통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연기파 배우 알 파치노의 열연과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유쾌하게, 하지만 진지하게 주제에 접근하는 감독의 연출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이 영화의 주된 관심사는 ‘과연 2진법의 컴퓨터 코드로 만들어진 가짜 배우가 관객들을 속일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영화는 현재의 발달된 기술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감독은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상현실은 실현가능한 단계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언론이라는 것이 어디까지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에 대한 위험성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가 자기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만든 인간을 죽여가는 상황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경고한 암울한 미래의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영화는 진짜가 진짜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짜가 진짜가 되어 버리는, 가치관과 진실이 혼동되는 상황이 지금 현재 도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내가 기계에 숨을 불어넣었다’라는 이 영화 주인공의 대사와 전작 <트루먼 쇼>에서의 하나님의 말처럼 들리는 PD의 음성, <가타카>에서 나타난 타인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 인격적인 존재를 개인이 완전하게 소유하려는 인간의 빗나간 욕망을 공통적으로 그리고 있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통해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는 인간의 행동을 꾸준히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