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Alexander)>는 전쟁 영웅의 활약상을 그리는 액션 영화의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막대한 제작비와 방대한 스케일로 만들어져 외형으로는 블록버스터의 형태를 띠고 있는 <알렉산더>는 정작 내용면에서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일반적인 공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영웅 서사극으로 유명한 영화 <글래디에이터>나 <트로이>에서처럼 스펙타클한 거대한 액션장면이나 전쟁영웅들의 일대일 대결을 이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끔 등장하는 거대한 전투장면마저 구경꾼의 관점이 아닌 실제 전투 현장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연출해서 액션영화의 재미보다는 전투의 사실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알렉산더>는 세계를 제패한 위대한 영웅의 멋진 활약상을 기대한 대부분 관객들을 외면하고 철저하게 알렉산더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는 한없는 정복욕과 동성애, 제왕으로서의 부담감으로 가득 찬 알렉산더의 고독한 일생을 그리는 데 대부분의 상영시간을 할애한다.

감독은 알렉산더(콜린 퍼렐)의 끊임없는 정복욕의 원인을 아버지 필립 왕에 대한 열등의식과 필립에 대한 철저한 복수를 다짐하며 아들을 더욱 위대한 왕으로 만들고자 하는 어머니 올림피아(안젤리나 졸리)의 야욕에서 찾고 있다.

비록 세계를 지배했으나 지나친 정복야욕으로 백성들과 신하들의 신뢰마저 잃어버린 서른 셋의 화려한 영웅의 일생은 결국 피로 물든 실패한 인생이었음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광기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월남전의 패인을 미군내부에서 찾았던 영화 <플래툰>이나 케네디 암살 사건을 통해 미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는 등 미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올리버 스톤 감독은 <알렉산더>를 통해서도 현재 미국 사회를 은유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듯하다. 감독은 칼로 세워진 국가는 반드시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현재 미국의 패권주의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영화 <알렉산더>는 인간의 욕망에서 기인한 전쟁과 승리, 정복은 결단코 인간에게 만족감을 가져다 줄 수 없으며, 결국 끝나지 않는 욕망의 늪 속에서 인생을 허비하게 됨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