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대회 참석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미군철수반대’를 외치고 있다

3월 1일 서울 시청 앞에서 열린 ‘3·1절 국민대회’는 미국에 대한 우호 표시와 북한에 대한 적개감 표시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주최측에서 제공한 녹색풍선과 성조기, 태극기를 들고 행사장에 입장했다. 주변에는 북한의 전쟁야욕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장사진을 이뤘다. 행사장 앞줄에는 상이군인과 전쟁 미망인들이 앉았다. 군복을 입은 해병대전우회와 재향군인회측에서도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힘찬 찬양이 끝난 후 정각 12시, 애국가와 함께 1부 기도회가 시작됐다.
지덕 목사(한기총 명예회장)의 기도에 이어 김홍도 목사(금란교회)가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커다란 환호성으로 그를 맞았다. ‘반핵반김, 자유통일을 위해’ 기도한 김 목사는 “좌경세력을 두둔하는 목사가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라며 “공산주의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목사는 또 우리나라가 공산화되지 않은 것은 미군이 주둔해 있기 때문이라며 “공산주의를 좋아하는 사람은 북한에 가서 살아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김 목사는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어린 생명이 죽은 것이 슬프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성조기를 태우거나 국민 감정을 흥분시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등단한 신현균 목사(민족복음화운동본부 총재)는 대한민국의 안보에 구멍이 났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 목사는 “아직도 이 땅에 간첩이 횡행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심지어 대통령 인수위원회에도 간첩이 들어가 있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김한식 목사(한사랑선교회 대표)는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2만여 명의 미군이 전쟁의 위협을 막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철수계획을 준비하고 있어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상태”라며 한반도 전쟁에 대한 위기감을 강조했다.
2부 국민대회는 대형 태극기·성조기·유엔기의 등장으로 화려하게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봉두완 대표(천주교한민족돕기회 회장)는 월드컵 응원구호였던 ‘대한민국’을 순서가 진행될 때마다 반복했다. 그는 참석자들과 함께 ‘아! 대한민국’, ‘전우야 잘자라’ 등 귀에 익숙한 노래를 합창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기도 했다. 재치 있는 말솜씨로 사회를 진행한 봉 대표는 “김정일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이 자리에도 간첩이 잔뜩 와 있을 것 같아 못 하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원식 전 국무총리는 한미동맹을 강화해 세계평화를 지키자고 역설했다. 정 전 총리는 “북한이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지키지 않아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라며 “이 땅의 자유와 평화에 틈이 생긴다면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한미 동맹을 더욱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의 발언이 끝난 후 한미우호의 세레머니로 미국국가를 연주하기도 했다.

2시간 40여 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는 기독인 여성 대표 이금영 회장(여전도회전국연합회)의 선언문 낭독과 이철승 총재(자유민주민족회의)의 만세삼창으로 끝이 났다.
행사에 참여한 상이용사 박무옹씨는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국민대회에 참석했다”며 “미국에 대한 감정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해병대전우회 이성금씨 역시 “젊은 세대들은 전쟁의 비참함을 모른다”며 “확고한 안보의식이 없는 젊은층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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