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한 주간(3월 21일~26일)은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의 절정-고난주간이다. 이때가 되면 새벽기도회에 나와 기도하는 성도들의 수가 많아지고 교회들마다 세족목요일 행사, 성금요예배, 특별새벽기도회 등으로 주님의 고난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애를 쓴다.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요 또한 바람직한 일이다. 이 십자가의 의미와 능력을 바로 알면 우리는 엄청난 복을 누릴 수 있게 되고 개인과 가정과 교회는 전혀 새로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십자가는 구속사건이요 화해사건이다. 루터의 말을 빌리면 이 십자가 사건을 통하여 ‘즐거운 교환’(frohlicher Wechsel)이 일어난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의 아들이 되시어 우리들의 것(nostrum)을 자기 것으로 삼으시고 자기의 것(suum)을 우리에게 분여하시고 본질상 그의 것(guod suum erat nafura)을 은혜로 말미암아 우리의 것이 되게 하신 것이다.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다”(갈 2:20).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우릴 대신하여 죄로 삼으심으로 우리로 하여금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셨다(고후 5:21).

십자가는 성도들의 ‘즐거운 교환’ 장소이다. 고난 주간은 모든 성도들이 ‘즐거운 교환’을 경험하는 때이다. 우리는 그분 앞에 죄를 가지고 나아가 용서를 안고 돌아간다. 상처를 가지고 나아가 치유를 가지고 돌아간다. 가난을 가지고 나아가 부요를 가지고 돌아간다.

죄책감을 가지고 나아가 자유함을 가지고 돌아간다. 염려를 가지고 나아가 평강을 가지고 돌아간다. 열등감을 가지고 나아가 자존감을 가지고 돌아간다. 영벌을 가지고 나아갔다가 영생을 얻어가게 된다. 이 얼마나 즐거운 교환의 행복인가?

영화에서 종종 보는 마약 거래 장면은 거의 예외 없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마약과 돈의 교환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혹시 돈 가방이 비어 있거나 위조 지폐로 가득 차 있지나 않은지, 혹은 밀가루 탄 마약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가 번뜩인다.

그러나 ‘쓰레기’(빈 가방, 가짜 마약)를 가지고 나온 눈치가 있으면 양측의 총구는 불을 뿜으며 피를 튀긴다. 모두 다 손해 보는 교환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교환은 다 그런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 참 이해할 수 없는 교환을 하신다. 인간들이 하나님께 가져오는 것이란 모조리 ‘쓰레기’들 뿐인데 하나님은 그것을 모두 천국의 복으로 교환하여 주신다. 그러면서도 조금도 언짢아하시거나 짜증을 내지 않으신다. 오히려 즐거워하신다.

우리의 고통, 절망, 미움, 원망, 분노의 쓰레기를 다 받아주시고 즐거워하신다. 하나님은 참 이상한 교환을 즐기신다. 그래서 십자가는 나도 즐겁고 하나님도 즐거우신 ‘즐거운 교환’이다.
고난절기를 보내고 부활절을 기다리며 참으로 즐거운 교환을 시도하고 즐거운 교환을 맛보자.

첫째, 개인적으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즐거운 교환을 맛보았으면 한다. 자신의 몸과 가슴 그리고 삶의 환경 속에 남아 있는 모든 저주를 주께 가져가 천국 복으로 교환해 보자.

둘째, 이 땅의 모든 상처 입은 가정들이 즐거운 교환의 복을 누렸으면 한다. 이 고난주간 멀어졌던 부부, 부자, 친구 관계들이 온전하게 회복되었으면 한다.

셋째, 갈등을 빚고 있는 교회들, 분쟁 중에 있는 교회들, 분열된 교회들이 특별히 치유되고 회복되어 화해하고 하나 되었다는 소식이 많았으면 좋겠다. 상처로 교회를 떠난 성도들이 돌아오고 목회자들의 영성과 리더십이 회복되고 교회들마다 예배의 영광이 회복되는 소식으로 이 땅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넷째, 우리사회, 우리민족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예수 안에서의 진정한 화해란 누르는 자와 눌림 당한 자, 자본가와 노동자의 자리바꿈이 아니다. 둘 중 한 쪽의 구원도 아니다. 둘이 함께 화목 되고 함께 샬롬에 이르기 전에는 누구도 아직 오늘의 구원을 경험한 것이 아니다.

십자가와 부활을 통한 ‘즐거운 교환’의 소식들이 이 땅을 환히 밝히는 고난절, 부활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즐거운 교환’이 루터나 칼빈 혹은 바르트의 신학서적에나 나오는 단어가 아니라 오늘 우리 가운데 살아 숨쉬고 움직이는 복음 능력과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