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길 목사 / 장로회신학대학교 객원교수

지금까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훈련시킨 목회학에 대하여 연구해 보았다. 이제 남은 두 번의 기회는 이런 훈련을 받은 제자들이 어떻게 목회에 적용했는가를 찾아보는 데 사용하려고 한다.
사도행전 6장에 나오는 예루살렘 교회의 분규는 어찌 보면 간단한 문제였던 것 같이 보이나 사실 이 문제는 예루살렘 교회가 안고 있던 오래되고도 속 깊은 문제였다.

두 문화의 충돌이 어떤 계기를 통하여 밖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피곤이 쌓이다 보면 몸의 가장 약한 부분으로 표출되는 것과 같은 이치(理致)인 것이다.
유대 본토 크리스천들과 디아스포라 크리스천들 사이에 갈등은 어찌 보면 예루살렘 교회가 한 번은 해결해야 할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언어의 차이, 생활 습관의 차이, 또 본국에 돌아와서 느끼는 소외감, 그리고 열악한 생활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많은 문제를 지니고 살던 사람들이 바로 헬라파 신자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외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데, 거기에다 생활이 어려운 과부들이 구제에 빠지는 일이 일어난 것은 무서운 폭발력을 지닌 문제였다. ‘헬라 파 중엷, ‘과부’ 그리고 ‘구제 빠짐’이란 세 단어는 그들의 극한 상황을 말해주는 표현이다.
이들이 구제에서 빠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사도행전 2장 42절 이하를 보면 예루살렘 교회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서로 돌보며 살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도들은 최선을 다하여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보았다. 그렇게 하기까지 그들은 기도하고 설교 준비하고, 그리고 교인들의 식사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당하여 온 것이다. 그런데 교회가 계속 성장해서 사도들의 손이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미치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일어났다.

사도들이 돌보기엔 너무나 많은 교회 크기가 되어서 그들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생기고, 소외된 곳에 있는 교인들이 더욱 소외를 당하면서 드디어 문제가 터졌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하여 지금 본국에 들어와서 생활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을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들 몇 사람이 작은 교회에서 중형교회로 성장하는 교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야말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져서 발언권이 강해졌다고 상상해 보라. 예루살렘 교회는 기독교 초유의 분열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 문제를 사도들은 어떻게 수습했는가? 먼저 상황을 파악하는 사도들의 눈이 평신도들이 보는 것과는 달랐다.
평신도들 입장에서는 이건 헬라파 과부들이 구제에 빠졌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도들은 이 사건의 진원지는 구제 문제가 아니라 영혼의 문제라고 본 것이다. 자기들이 말씀에 소홀히 하고, 기도에 게을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를 여기서부터 풀어가려고 했다. 결국 사도들은 기도하면서 얻은 해결 방법을 회중에게 제시하고 회중 스스로 모든 일들을 처리하게 한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은 제쳐놓고서, 음식 베푸는 일에 힘쓰는 것이 좋지 못합니다. 그러니 형제자매 여러분, 신망이 있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여러분 가운데서 뽑으십시오. 그러면 그들에게 이 일을 맡기고, 우리는 기도하는 일과 말씀을 전하는 일에 헌신하겠습니다.”

목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언제나 영혼의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영혼이 건강한 사람들은 웬만한 일엔 인내한다. 그리고 남을 이해하기도 하고, 일을 바르게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영혼이 건강하지 못하면 일을 그릇되게 처리해 나가는 경향이 생긴다. 그래서 사도들은 기도하는 일과 말씀을 바로 전하는 일에 전념하겠다는 것이고, 자기들이 하던 자리를 평신도들에게 위임하겠다고 한 것이다.

선거에 관한 일체의 과정도 교인들에게 위임한 것 같다. 교인들이 일꾼을 뽑아서 그들을 사도들 앞에 세우니 기도하고 안수하여 일을 맡겼다고 한 것을 보면 그렇다. 이때 뽑힌 일꾼들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집사라 부른다. 그러나 성경에는 이들이 집사였다는 말이 없다. 이들을 집사라고 부르게 된 것은 우리 개역성경 사도행전 21장 8절에 “일곱 집사 중 하나인 전도자 빌립의 집에 들어가서”라고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집사란 말은 본래 작은 글씨로 써 있던 것이다.

새 번역 성경에는 단지 “일곱 사람 가운데 하나인 전도자 빌립의 집에 들어가서”라고만 되어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여기서 뽑힌 일곱 사람은 지금으로 말하면 장로와 집사의 직분이 통합된 직분을 맡은 사람들이다.
이때 뽑힌 일꾼들의 이름을 보면 모두가 헬라식 발음인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불평하는 사람들 편에 있는 일꾼들을 모두 뽑았던 것 같다.

 그 후에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고, 교회는 부흥되기 시작하였다. 사도행전에서 교회의 부흥이란 말 대신에 말씀이 왕성하고, 예루살렘에 있는 제자의 수가 더 심히 많아졌다고 표현한다. ‘말씀이 왕성하고, 제자의 수가 많아졌다’는 표현은 목회의 본질이 무엇이고, 목회의 목표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가 초대교회에서는 분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회의 문제가 해결된 후 제사장들까지도 그리스도께 돌아오는 엄청난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사도들의 목회는 군더더기가 없다. 문제를 숨기지 않고 온 교인들에게 공개(open)하는가 하면, 문제의 책임을 자신들이 모두 지고, 모든 처리는 교회 회중에게 맡긴다. 사도들은 오직 해결 방법만 회중에게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사도들의 목회 방법은 누구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성령 안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데 초점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문제를 만나면 그것을 통하여 영적으로, 제도적으로 계속 성숙해 간다. 오늘날엔 모든 일을 당회가 다 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당회는 조사 위원을 구성하여 구제를 잘못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불러 조사함으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을 것이다. 당회가 만능은 아니다. 모든 것을 당회가 안고 처리하려고 하니까 당회 중심의 교회로 발전하면서 교회는 침체되고 있다. 사회는 변했는데, 교회는 중세 봉건주의 시대적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 가고 있는 게 한국교회의 문제 중의 가장 큰 문제이다. 예수님 안에서는 문제가 꼬여본 적이 없듯이 제자들에게도 그런 증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