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경을 ‘비유 풀이’ 방식으로 해석하며 성도들을 현혹시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성경이 특별한 영적 내용의 ‘비유’ 또는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그 비밀스러운 내용을 해석해 주는 ‘열쇠’가 바로 자신들의 단체 대표자에게 주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난무하는 그들의 비유와 그것을 해석한다는 열쇠란 과연 무엇인가?

▲ 엉뚱한‘비유풀이’ 방식의 서적들.

최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A기도원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리고 있다. 강사 K씨가 소위 성경을 잘 ‘쪼갠다’(분석해 설명한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씨는 설교 중 “2천년 동안 감추어졌던 말씀이 이제야 풀렸다”며 마치 자신만이 성경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권위자인 양 주장했다.

그는 “예수님의 부활은 실제로 육신이 죽었다가 살아난 것이 아닙니다”며 부활 사건 자체를 비유라고 말했다. 즉, 부활을 그는 “영적 의미로 죽었다가 말씀으로 새롭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K씨는 “말씀을 깨닫는 자는 예수가 될 수 있다”며 참석한 신도들끼리 서로 ‘예수’라고 부르도록 하기도 했다. 그는 ‘재림, 성탄’ 등도 모두 비유로 해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한 신도들은 “정말 새로운 말씀이다”, “교회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말씀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마치 ‘새로운 것=옳은 것’이라는 등식으로 설교를 듣는 듯했다.

이렇듯 성경의 단어 등이 특별한 영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식의 엉뚱한 비유 풀이식 해석은 J단체에서도 발견된다. 교주 J씨는 “예수님이 승천할 때 구름이 가리워졌다는데 그때 그 구름은 진짜 구름이 아니다”며, 그는 “구름은 바로 사람들의 무리를 뜻하는 말이다”고 했다.

그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히브리서 12장 1절의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라는 구절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가 주장하고 싶은 말은 메시아가 자신처럼 사람들의 무리 중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의 성경 풀이가 옳다면, “인자가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것을 보리라”(마 24:30)고 했던 성구는 예수님이 사람을 타고 오신다는 꼴이 되고 만다.

최근 “하나님의 교회에서 나왔습니다”는 식으로 홍보 전략을 다변화한 ‘안상홍 증인회 하나님의 교회’는 자신들의 교주 안상홍의 이름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들은 요한계시록 14장 2절이 바로 그것을 뜻한다며 성경을 서슴없이 펼친다. 성경 구절 중 “맑은 소리도 같고”가 교주 이름 중 ‘홍’자에 해당하며, “거문고 타는 것 같더라”는 ‘상’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옥편을 찾아서 ‘상(商)’의 뜻 중에 ‘거문고 소리’라는 부분을 지적해 주기도 한다.

그들의 비유풀이식 방식이 옳다고 가정해 보고 성경을 다시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성경은 그들이 주장한 ‘홍’자와 ‘상’자 사이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하나 더 있다. “큰 뇌성도 같은데”라는 부분이다. 이것을 흔히 ‘우뢰 뢰(雷)’자와 관련된 것으로 보면, 성경의 순서상 안상홍측의 교주 이름은 ‘홍뢰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단 교주들은 자신만이 성경의 비밀을 풀 수 있는 특별한 존재임을 드러내려고 한다. 무료로 성경을 가르쳐 준다며 성도들을 미혹시키고 있는 ‘무료성경신학원’의 이만희 씨는 자신을 마치 ‘사도 요한’처럼 표현한다. 특별히 요한계시록을 자신만이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새빛등대중앙교회’의 김풍일 씨는 자신을 ‘생명나무’라고, 서울 동대문과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기독교에덴성회’의 이영수 씨는 자신을 ‘이긴자’라며 모두 요한계시록에 나타나는 용어를 사용하며 자신만이 요한계시록을 해석할 수 있다고 동일하게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요한계시록의 ‘두 증인’이라는 용어의 첫 번째 ‘증인’은 신앙촌 교주 박태선이며 자신은 두 번째 증인에 해당된다는 식으로 풀이하는 이도 있다.

마치 ‘천상의 특별한 의미의 지상 이야기’와 같은 식의 황당한 비유 풀이식 성경 해석은 이미 교회사에서도 그 뿌리가 깊다. 성경 본문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본문에 등장하는 소품을 통해서 특별한 ‘무엇’을 찾으려는 경향이다. 그동안 가장 대표적으로 그렇게 사용되어 온 성경 본문은 소위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눅 10:25~37)이다. ‘네 이웃이 누구인갗라는 본문 자체가 분명히 제시해주고 있는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이야기에 나오는 각종 소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온 것이다.

이런 식의 비유 풀이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도 발견된다. ‘짐승=그리스도의 몸’, ‘여관=교회’, ‘여관주인=사도바울’, ‘동전 두 개=구약과 신약’ 등이 그것들이다. 구원파의 한 부류인 이요한 씨(본명 복칠, 서울중앙교회)도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비유 풀이를 하고 있다.
이러한 엉뚱한 비유 풀이식 접근은 비단 이단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쏟아져 나오고 있는 기성교회 목회자의 TV 방송 설교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한 목사는 TV설교를 통해 ‘가나 혼인 잔캄(요 2:1~12)를 설교했다. 그는 본문 내용 중 ‘물이 포도주로 바뀐 시점이 언제인가?’라는 접근이 중요하다며,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 질문은 다시 말해, 하인이 물을 주전자에 담으려는 순간에 바뀌었는지, 아니면 물을 담은 주전자를 옮기는 동안인지 또는 물을 잔에 따라주는 순간에 포도주로 바뀌었는지를 밝혀보자는 것이다. 그 목사는 설교를 통해 ‘하인이 주전자를 옮기는 동안에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다’며 이는 성도의 충성봉사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가나 혼인 잔캄 사건의 의미는 ‘성도의 충성 봉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광만 교수(합동신학교)는 “비유는 어떤 실체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며, “비유와 실체의 상관관계를 잘 파악,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드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않고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을 ‘풍유적 해석’이라고 언급한 오 교수는 “풍유적 해석의 가장 큰 단점은 해석자마다 그 내용이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며 이현령비현령 식의 해석을 경계했다.

정훈택 교수(총신대 신대원)는 “주어진 성경 본문을 꼼꼼히 잘 읽어만 봐도 풍유적 해석에 빠지지 않는다”며, 올바른 성경읽기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