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처럼 기독교 가정에서 나와서 기독교를 난도질한 철학자도 드물 것이다. 대다수의 현대신학자들이 기독교를 나름대로 해석해 본래의 의미를 왜곡했다. 하지만 니체는 아예 기독교 자체를 부정하고 하나님은 죽었다고 선언해 버린 사람이다.
니체의 아버지만이 아니라 외할아버지도 그 외할아버지의 아버지도 목사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가 다섯 살 되었을 때 죽었다. 그래서 완전히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자라났다. 그의 어머니, 할머니, 이모들, 누나들이었다. 그래서 어려서는 작은 목사님으로 불릴 정도였다.
20살에 본대학에 들어간 그는 릿츨의 지도 아래 철학을 공부하였다. 이때 그는 쇼펜아우어의 무신론에 빠져들었다. 원체 뛰어난 머리를 인정받아 25살, 아직 박사학위를 받기도 전에 릿츨은 그를 바젤대학에 교수로 추천했다. 십 년 뒤 건강도 나쁘고 교수직도 싫고 해서 그만 두고 방랑한다.

◆ 하나님의 사망

당시는 자유주의가 절정에 달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니체는 그 가운데서 현대가 문화적으로 한없이 기울어가고 있음을 보았다. 그것을 허무주의로 불렀다. 니체는 “한 쪽은 죽었고 다른 한 쪽은 힘이 없어 태어나지 못하고 있는 두 세상 사이”에 있는 불행한 존재였다.
그의 ‘광인’이란 예화는 이 점을 강력하게 선포한다. 한 미친 사람이 대낮에 등을 들고 다닌다. 끊임없이 소리 지른다. “하나님을 찾습니다. 하나님을 찾습니다.” 주위의 불신자들이 비웃고 둘러섰다. 하나님이 애들처럼 길을 잃었나? 화장실 갔거나 숨었나? 이민 갔나?
“하나님이 어디 있냐고? 말해줄까?” 광인이 소리 지른다. “우리가 죽였다. 네 놈들과 내가.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살인자들이다. 어떻게 그 일을 했을까? 어떻게 바다물을 다 마시고 지평선을 지웠던가? 어떻게 지구를 태양으로부터 끊어냈던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나님이 죽었으니 질서는 다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무서운 허무만이 지배한다. “앞으로 뒤로 옆으로 모든 방향으로 어디로 헤매는가? 공허한 공간의 숨결을 느끼지 못하는가? 하나님을 파묻는 자들의 삽질 소리가 안 들리는가? 하나님도 썩는다. 하나님은 죽었다.”
사람들은 그의 광기에 눌려서 아무 말도 못한다. 광인이 등을 땅에 던지자 깨지고 불은 꺼진다. “나는 너무 일찍 왔구나. 내 때는 아직 오지 않았어.” 이것은 니체 자신의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이 죽었다는 외침의 시작이었다. 광인은 교회들을 가리키며 묻는다. “이제 이것들이 하나님의 무덤이 아니냐!”

◆ 혼란에 빠지는 서구문명

니체에게 하나님의 죽음은 철학적 결론이 아니라 문화적 현실이었다. 물론 당시까지 그것이 서구인의 의식 속에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차츰 그들은 죽은 하나님의 그림자 속에 살며 조금씩 깨달으리라. 결국 하나님이 죽은 것을 알게 될 때 광기에 빠지리라.
왜 그런가? 서구의 모든 것은 하나님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죽음은 전통적인 가치와 궁극적인 토대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제 서구문명의 기초는 사라진다. 그러면 그 혼란은 어찌 다 감당할 것인가! 니체는 금새 다가올 유럽의 문명을 예언하고 있다.
수천 년간 사람들은 “하라”와 “하지 말라”를 하나님으로부터 유추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사라졌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고 아무도 복종하지 않는다. 물론 죄도 없다. 하나님의 죽음을 선언하면 모든 궁극적인 기준과 의미가 일시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허구 속에 남게 될 것이다. 있지도 않은 꾸며진 내용을 믿어야 한다. 하나님과 보편적인 도덕과 은혜와 불멸 등을 믿어야 한다. 결국 끝까지 경험할 수 없는 내용들은 사람들을 허무주의로 떨어뜨리고 말 것이다.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독교를 버리고 가치를 변화시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선과 악, 진실과 미가 어떤 것인지 인간은 결정해야 한다. 니체에게는 무신론이 바로 신성한 진리를 향한 기독교적인 이상의 마지막 진화 단계였던 것이다.

◆ 초인인가 광인인가?

그러기 위해서 어떤 상태로 나가야 할까? 예수는 어떨까? 예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캄처럼 순진무구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무력했다. 그는 “너무 일찍 죽었다. 만약 그가 내 나이만큼만 살았더라면 자기가 가르쳤던 것들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할 만큼 고상과 순진했기 때문이다.” 그 예수를 왜곡시킨 것이 성경의 저자들, 특히 바울이었다.

그러므로 니체는 기독교를 저주했다. 그리고 초인을 만들었다. 이 초인이 하나님을 계승해야 한다. 초인은 동물적인 본능을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온전함을 훈련해서 자신을 창조해야 한다. 초인은 관용한다. 약해서가 아니다. 자유의 영으로 능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인은 아직 역사에 없었다. 로마황제 줄리우스 시저가 가장 근접한 모습이었다. 이 초인은 하나님을 버린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인간 신이었다. 포이엘바하가 만든 신과 같다. 니체는 초인을 이상 속에 그려보았지만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었다.

결국 46세에 정신이 분열되면서 누나가 그를 돌보게 되고 마지막에는 정신 병원에서 한 많은 일생을 마치게 된다. 하나님을 거부하고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써보았던 지성인이었지만 결국에는 자기가 만들었던 광인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고 말았던 것이다.

니체로부터 일어난 20세기의 혼란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다. 독일의 나치스도 바로 니체가 말했던 초인이 되려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신이 죽었다는 많은 사람들이 발광하는 세계가 이어졌던 것이다. 20세기를 돌이켜보면 충분히 니체의 말에 공감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