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주먹이 운다> 사진제공 쇼이스트

사업이 망한 후 거리로 나서 돈받고 매맞아 주는 일로 생을 꾸려나가는 왕년의 복싱 은메달리스트 강태식(최민식). 그의 아내는 다른 남자와 살고, 아들은 아빠를 창피하게 생각한다.

 강태식에게는 더 이상 삶의 희망이 없다. 동네 건달 유상환은 강도짓을 하다 교도소에 들어간다. 할머니는 과로로 쓰러지고,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돌아가셨다. 유상환은 어떻게해서든 할머니를 보러 교도소 밖을 나가야 한다. 이 두 명은 권투장갑을 끼고 같은 링에 오르게 된다.

영화 <주먹이 운다>는 망가져 가는 두 인생이 권투라는 매개체를 통해 찾는 삶의 희망을 담고 있다. 단편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시작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 거칠고 화려한 장면을 선보인 액션영화 전문감독인 유승환 감독이 <주먹이 운다>에서는 스타일을 바꿨다.

권투라는 액션을 선보이긴 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권투를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왜 하느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생의 절망적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권투다. 이 둘에게 있어서 권투는 삶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목적이 된다.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 둘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같은 링에 오르고,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권투영화의 대명사인 <록키> 영화에서처럼 통쾌하거나 멋진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주먹이 운다>에서는 권투의 매력은 없지만, 권투를 하는 사람의 매력이 가득하다.

경기 내내, 그리고 판정이 내려지는 순간, 관객은 어느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둘 중 누구도 지기를 원치 않는 안타까움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철저하게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감동을 선사한다.

강태식과 유상환이 권투를 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다. 가족이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족은 유일한 희망이며, 이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권투가 유일한 방법이다. 때문에 이들은 링에 오르고, 또 절대 쓰러질 수가 없다.

<주먹이 운다>는 액션영화가 아니다. 영화 내내 거친 대사가 가득하고, 얼굴에서 터져 나온 피가 스크린에 묻어나지만 <주먹이 운다>는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하는 한편의 따뜻한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