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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릴라, 눈에 밟힌다
가볼 만한 곳 - 화진포 해수욕장
2002년 07월 24일 (수)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매체가 자연훼손에 기여한 공로(?)는 지대하다.
10여년 전에는 우리나라 관광지 중 가장 독특한 곳으로 정동진을 추천하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갖 기념품 상점과 모텔, 카페들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해안선의 모래는 다 씻겨 내려가 다른 곳에서 모래를 퍼다 부어야 할 형편이며 정동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위에는 거대한 배 모양의 콘도가 세워져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정동진 가까이 또 다른 한곳, 해안선과 나란히 가는 도로와 철길, 그리고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우리나라 해안 중 가장 멋진 곳으로 불렸던 안인진 해안은 지금 3천500톤급 대형군함과 북한잠수정을 전시한 안보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환상적인 해안은 군함의 그늘에 가려 더 이상 감상할 수가 없다. 이런 예는 비일비재하다. 동강이 그러했고, 광릉수목원이 그러했다.

이제 우리는 또 한 군데의 하나님이 주신 멋진 자연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최근 유명해진 화진포 해수욕장은 뛰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다. 너무 아름다워 인간의 발길에 언제 훼손될지 염려스럽기만 하다.

화진포 해수욕장의 가장 두드러진 매력은 맑은 바닷물이다. 피서철 해수욕장에서 깨끗한 물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이 된 요즘, 다행히 화진포 해수욕장은 청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단 한가지, 아직까지는 관광객이 적고 주변에 도시가 없다는 점이다. 위도 상 우리나라 최북단인 통일전망대와 인접해 있고 명파 간이 해수욕장이 개장하기 전에는 최북단 해수욕장이었기에 찾는 이가 적었다. 백사장 길이 1.7km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오염될 만한 물의 유입이 없어 늘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화진포 해수욕장이 명소가 된 이유가 맑은 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주변에 독자적으로도 관광지가 될 만한 곳이 여럿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석호(潟湖)인 화진포다. 해수욕장과 이어져 있는 화진포는 울창한 송림으로 둘러싸인 염담호수로 호수둘레가 16km나 되며 봄, 가을이면 고니, 백로 등의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하다. 가슴으로는 푸른 바다를 안고 뒤로는 잔잔한 호수를 등지고 선 화진포의 조화는 위대한 창조섭리를 느끼게 한다. 화진포 주변에 분포하는 고인돌 유적지 또한 볼거리와 함께 학습거리를 제공한다. 3층 건물인 화진포 해양박물관은 유료관람시설이다. 1∼2층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조개류, 갑각류, 산호, 화석류 등 1천500여종 4만여점이 전시되어 있고, 디오라마 영상관 등이 설치되어 있다. 3층에는 휴게시설을 갖추고 있어 동해바다와 화진포의 경치를 감상하며 안락하게 휴식할 수 있다.

화진포와 화진포 해수욕장의 경관이 절경이라는 증거가 바로 역사적 인물들의 별장이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가장 경관이 좋은 자리에 있는 것이 김일성 별장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1948년부터 김일성 일가의 휴양지로 사용했었고, 전쟁 중 훼손된 것을 현재 상태로 복원한 후 안보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일성 별장에서 바라보는 화진포 해수욕장의 모습은 비경이라 할 만하다. 호수 주변에는 이승만 별장과 이기풍 별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최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화진포 관광지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진 이후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 콘도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노래방, 호프집 등 유흥시설이 들어섰다. 더욱이 영동고속도로가 확장되어 동해안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섰고, 주 5일 근무제로 여가시간이 많아진 이 때 화진포의 오염은 눈에 보듯 뻔하다.

화진포는 멋진 해수욕장과 호수가 함께 있는 모습이 경포대와 닮았다. 그러나 모텔과 유흥시설로 포위 당한 경포호와 피서객의 무질서가 심하기로 유명한 경포해수욕장의 현재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화진포의 몇 년 후의 모습이 지금의 경포대와는 닮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양평을 거쳐 홍천, 인제, 원통을 지나 미시령과 진부령이 갈라지는 용대리에서 좌회전하여 진부령을 넘는다. 간성읍 대대리 삼거리에서 북쪽 통일전망대 방향으로 약 13km정도 가면 화진포 관광지에 도달할 수 있다.
최근 확장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주문진 나들목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속초방향으로 진행한다. 속초를 지나 간성, 거진을 거치면 화진포를 만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고속버스를 타고 속초로 가서 시내버스로 갈아타거나, 동서울에서 화진포로 가는 직통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옛 명태잡이 본산 ‘거진항’
   
우리나라 명태잡이의 본산이었던 거진항은 요즘 고깃배가 들어오는 시간이면 맥 빠진 선원들과 한숨뿐인 아주머니들로 가득하다. 1987년 이후부터 명태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수온상승으로 인해 냉수성 어종인 명태가 휴전선 이남으로 내려오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명태어획량이 급감하자 명태잡이를 주업으로 삼던 선원과 상인들이 차츰 거진읍을 떠나 인구 또한 73년 2만14명에서 지난해 9천900명으로 줄었다. 이젠 다른 지역에서 오징어를 잡는 등 원정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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