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광 교수 / 서울장신대 설교학

 문화선교연구원(원장 임성빈)은 4월 4일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2005년 제 1차 기독교 문화교실(설교하는 영화, 영화 보는 설교자)을 열고, 교회가 사회와의 소통을 회복하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영화를 소개했다. 즉 이 세상과의 대화와 이해에 매우 중요한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다. 특별히 영화를 통해서 그 시대의 문화적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교회와 영화의 공통점으로 삶의 가치와 의미 그리고 비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 연구원은 설교자들이 영화를 활용해 설교할 경우, 설교의 내용을 더욱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과 설교에 있어서 영화 활용의 범위와 한계, 영화와 상담치유 등을 소개했다. 문화선교연구원의 협조를 받아 3회에 걸쳐 이와 같은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들어가는 말

영화는 20세기 초에 등장하여 과학문명의 발달과 함께 발전하다가 TV의 등장으로 한때 쇠퇴하고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현대인에게 큰 영향을 주는 매체가 되었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그 영향력은 커서, 청년 사역자들은 영화에 관심을 갖지 않고는 안 되는 상황이다.  설교에 영화를 활용하는 이슈가 등장하기 오래 전부터 영화는 교회에 들어와 선교적,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고, 이후 기독교 상담에서도 영화를 중요한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영화 활용의 정당성

기독교교육, 선교, 상담에서 영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과는 달리 설교에서 영화 활용은 매우 조심스럽다. 설교가 예배의 상황에서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설교의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예배에 대한 회중들의 이해와 경험에 거스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설교에서 영화 활용을 말하는 것은, 영화의 힘을 인정하는 시대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인데, 그 이유들을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청중과의 교감
청중의 삶의 자리에 대한 관찰과 이해는 설교자가 성서 본문 해석과 함께 책임져야 할 요소다. 이러한 청중분석과 이해를 위해서는 심방과 상담이 중요한 수단이었는데, 현대 회중들을 위해서는 새로운 수단들이 추가된 것이다. 즉, 베스트셀러 서적, 신문의 중요한 통계, TV 드라마 그리고 영화다. 영화는 청중의 삶의 이슈들 뿐 아니라, 예술적 통찰과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주제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설교의 메시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회중들의 삶과 연결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2. 이미지를 통한 메시지 전달
구약에서 메시지 전달의 방법을 관찰하면 메시지의 선포와 함께 이미지를 적절히 사용해왔음을 알 수 있다. 성서의 메시지는 사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구약의 메시지는 이스라엘의 출애굽사건을 중심에 두고 회상하는 형식을 띠고 있고, 신약 교회의 메시지는 그리스도의 사건에 기초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적 성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구어적 선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이미지, 소리, 빛, 그림자, 그리고 행동과 정지(still)의 요소들을 지니고 있어서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것이다.

3. 성서적 증명과 몽따쥬의 원리
설교에서 전하려는 주제를 성서에 의해 증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다. 어거스틴이나 대부분의 종교개혁자들은 이러한 방법들을 잘 사용했는데, 빌리 그래함이 선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것이 역사적 교회에서나 현대의 대중들에게 큰 매력을 주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대에 와서 이러한 방법과 함께 새로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성서에 의한 증명을 현대의 예술과의 유비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루돌프 보렌은 이런 경향은 일종의 몽타주(montage)로 분류하는데, 그는 특히 영화의 언어가 여기에 관계있다고 말한다. 몽타주라고 하는 것은 관객의 사상이나 연상을 하나의 목적을 향하여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몽타주가 하나의 목적에 토대를 두고, 회중들의 마음을 흥분시키든가, 차분하게 하든가, 긴장시킨다면 회중들에게 목적한 바를 제대로 전할 수 있는 것이다. 

4. 인용과 콜라주의 원리
인용(引用)이라는 면에서 보면, 설교는 수많은 서로 다른 성격의 이야기들의 인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루돌프 보렌은 이 때 인용의 메카니즘을 콜라주의 원리로 설명하는데, 그의 통찰을 빌리면 영화의 활용에 대한 가능성이 열린다. 콜라주는 “풀로 붙이다”는 뜻으로, 재질감이 서로 다른 평면재료를 부착하는 시각적이며 촉각적인 예술의 기법인데, 하나의 설교를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조각의 내용들을 인용할 때의 과정을 성서에서 제비 뽑는 신탁(神託)과 연관시킬 때, 콜라주의 원리는 신탁적 성격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원리는 기존의 그리스적 말씀 개념을 뛰어넘은 것으로, 인용에 있어서 재질감이 다른 재료들을 부착하듯이 말씀과는 전혀 다른 질감의 영상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것을 설교에 적용하면 두 가지 면에서 설교에도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하나는 설교의 형식에 우연이라는 것을 채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회중에 의해 비로소 성립되는 설교다.  또한 세계가 하나님의 것이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창조자의 영 안에 있고, 따라서 세계는 새로운 말씀으로 충만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설교에서 영화 활용에 대한 토론

최근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우현 감독이 제작한 <팔복 맨발의 천사 최춘선 할아버지>라는 15분 분량의 작품인데, 감동적인 내용과 극적인 전개로 보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지난 2월 8명의 목사로 구성된 소그룹의 연구모임에서 함께 이 영화를 보고 이것을 설교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참가자들은 설교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다양한 관점으로 응답했다. 다양한 견해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보면,
A: “빨리 영화 CD를 구해서 교회 교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B: “부담스럽다. 최춘선 할아버지와 비교되는 것 같아서….”
C: “보여주기에는 여러 가지 설명과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   

설교 중 영화 활용에서 부딪치는 질문

1. 설교를 영화로 대치할 수 있는가? 어느 교회에서 중국으로 파송한 선교사가 잠시 귀국해서 설교하는 시간에 설교 대신 ‘mission’이란 영화를 상영했다고 한다.  예배 후에 여러 가지 면에서 부정적인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 선교사가 자신의 중국 선교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설교보다 영화상영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택했을 것인데, 그 설교자는 영화의 효과와 힘만을 생각한 나머지 교회의 분위기나 회중의 기대를 전혀 고려치 못한 실수를 범했다고 할 수 있다. 구도자예배를 드리는 윌로우크릭교회의 경우, 주일예배에서 과감히 드라마나 예술적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원칙이 있는데 어떠한 예술적 프로그램도 메시지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메시지의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서 보조적으로 돕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2. 성(sacred)과 속(secular)의 문제: 한 영화가 지니고 있는 대중들의 평가와 선입견의 방해 없이 설교메시지에 전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가? 이야기나 그림들과는 달리, 영화 한편 한편은 칭찬과 비판의 많은 평가들을 지니고 있고, 대중들의 선호도와 취향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선택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요소가 설교의 목적을 위해 선택되었지만, 설교자의 의도와는 달리 회중들을 불편하게 하고,  혼란을 주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 

3. 영화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다음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 주도면밀하게 연구하고 준비할수록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즉, 상상력에 있어서 음성과 영상의 차이를 인식하여 결정할 것, 회중들의 현실과 영화 속의 세계를 연결시키는 문제, 설교 흐름이 단절되지 않도록 치밀하고도 수준 높은 상영이 될 수 있는가? 몇 %의 회중이 영화를 알고 있는가? 소외되는 회중은 없는가? 또한 영화에 대한 회중 개개인의 선호도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이 주제와 핵심 아이디어에 대해서 이야기대신 영상으로 해야 할 만큼 이 영화가 신선하고 설득력 있는 것인가? 이 영화에 대한 설교자의 해석은 적절한가? 등이다.

설교에서 영화의 역할

1. 문제제기
하나님의 날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다가 큰 화를 당한다는 메시지를 위해서, 히로시마원폭의 장면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2. 주제와 설교 중심어에 색깔을 더함
딤후 1장 너희 속에 있는 은사를 불일듯하기 위하여. 본문을 설교하면서, 그 설교의 중심어인 “불” 그리고 주제인 불을 붙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 Cast Away의 한 장면을 사용한다.

3. 적용의 구체적인 예를 제시
한 설교가가 희생이란 주제의 예로 영화 타이타닉에서 배가 침몰한 후에, 여주인공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은 차가운 물속에 있다가 죽어가는 모습을 실감 있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경우 영화의 이 장면을 준비하여 보여줄 때 회중들에게 더욱 강력한 도전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설교를 위한 영화 읽기

1. 영화의 두 차원: 논술적 차원(discursive level)과 관념적 차원(presentational level)
예술철학자 Susanne Langer는 그의  <Philosophy in the Key>라는 책에서 예술품을 읽을 때, 두 가지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즉, 논술적 차원과 관념적 차원이다. 전자는 객관적 사실을 설명한다고 하면, 후자는 그것이 어떤 의미를 형성하고, 그 의미가 관객의 인지와 감각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앞에 것이 ‘무엇에 대한 영화냐(what the film is about)’라고 하면, 후자는 ‘이것이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바다(what the film is). 설교자는 이 두 가지 차원으로 영화를 보며, 설교에의 활용을 구상할 수 있다.

2. 설교자의 영화읽기
설교자들이 영화를 보며 설교에 적용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될 때는 다음 영역에 대해 잘 표현한 경우일 것이다. 즉, 사회적 현상과 이슈, 역사적 사실, 예술적 작품, 윤리적 주제, 철학적 통찰, 신학적 주제 등이다. 이러한 주제의 영화를 대할 때 어떤 눈으로 읽는 것이 좋을까? 텍사스의 침례교 목사 Brett Younger는 영화를 신학적인 눈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4가지 관점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즉, 사회적 이슈, 청중들의 필요, 신앙적 질문, 계시적 순간이다.

나가는 말

다른 예술적 장르에 비해 영화가 지닌 매력이 매우 크다. 감정을 자극하고, 재미를 느끼게 하고, 다양한 사건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하게하고, 역사적 이해와 현대문화적 감각을 돋우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매력들은 설교자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