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역사기행 현장에서

“역사 자료는 객관적 자료입니다. 기독교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역사 속의 하나님의 섭리와 그분이 하신 흔적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빼곡하게 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앉을 곳을 찾아야 할 만큼 비좁아 보이는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에서 만난 이순자 연구원은 연구소의 사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연구소는 1982년 9월에 ‘한국기독교사연구회’란 이름으로 발족되었다가 1990년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로 이름을 바꿨으며 유일하게 교파를 초월해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기독교역사연구기관이다.
윤경로 소장(한성대·새문안교회)은 하나님의 역사적 섭리를 좀더 큰 관점에서 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일이 연구소가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기독교 역사와 교회사는 다릅니다. 교회사는 신학적 관점에서 역사를 평가하지만 기독교역사는 교회적 관점이 아닌 역사적 관점에서 자료를 평가하고 연구합니다. 민족사적 큰 틀에서, 그리고 역사 안에서 기독교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연구하지요. 아전인수격으로 교회를 교회 안에서만 보는 것을 지양하고 더 지평을 넓혀서 사회와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연구소는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20년이라는 녹록치 않는 세월동안 많은 연구 성과를 거두었다. 일반학문의 연구사에서 ‘한국기독교 역사’라는 독립된 학문영역을 구축하여 신앙적 차원이 아닌 학문적 차원으로 인정받게 했다. 개인적 차원의 연구를 벗어나게 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위한 자료 지원을 계속해 현재 한국 기독교역사와 관련된 사료 및 참고도서 1만2천여 점을 보유하게 되었다. 또한 한국 교회사와 관련된 여러 모양의 연구서와 번역서, 그리고 자료총서 및 학술지를 꾸준히 발간 보급하고 있다.

▲ 이만열교수(사진왼쪽) 등이 정기월례회 발제를 듣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기독교 역사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는 일과 함께 교회나 기관 그리고 성도들에게 역사의식을 심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달마다 개최하는 월례회 발표회와 함께 여름에는 기독교역사 기행을 떠난다. 올 여름 7월에도 15회 정기답사를 다녀왔다.

윤 교수는 한국 교회는 역사의식이 매우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한다. 개교회별로 주보와 회의자료 등을 모으는 데 소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식이 훗날 개교회 역사를 기술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한다.

연구소에서는 ‘개교회사 집필법’이라는 강좌를 통해 교회를 이루고 교회가 모여 한국 기독교를 이루는 일을 돕고 있다. 또한 <한국기독교 역사 Ⅰ·Ⅱ>를 통해 교회와 성도들이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런 작업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연구소의 역할이자 사명이기 때문이다.

“빌라델비아에 출장을 갑니다. 그곳에 한국 교회와 관련된 선교사 문건이 있어서 수집하기 위해서입니다. 일제시대의 교회 자료가 러시아와 동남아 등 여러 곳에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모아 정리하는 일이 꼭 필요합니다.” 윤 교수는 이런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연구소가 후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활발한 활동을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후원하는 교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 교수는 한국 교회가 역사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단적인 예가 단군상 문제이다. “한국 교회가 단군상 건립을 반대하는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십계명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고, 일제 시대에 신사참배문제로 인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단군 자체를 부인해서는 안 됩니다. 고조선이라는 사회가 우리 역사에 있었던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우려하는 것은 단군을 부인함으로 인해 우리의 고대사마저 부인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단군상을 종교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에 대한 보다 성숙한 토론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단군상을 학교에 건립하려는 처사도 잘못이지만 이것을 파괴하는 일 또한 적절한 대응방법은 아니라는 것이 윤 소장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