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사이의 대단한 화두, 동거(同居)가 음지에서 양지로 부상하고 있다. 몇몇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음성적으로’ 조성되는 정도였던 동거문화가 이제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동거를 ‘당당하게’ 밝히는 커플도 늘고 있다. 대책이 시급하다.
이렇듯 요즘 들어 동거 코드가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대중매체의 ‘동거에 대한 긍정적 묘사’가 꼽히고 있다.

동거를 소재로 하고 있는 MBC 미니시리즈 <옥탑방 고양이>는 그 대표적 사례이다. 사법고시를 앞두고 있는 철부지 대학생 경민(김래원 분)과 묵묵히 경민을 짝사랑하는 정은(정다빈 분)이 옥탑방이라는 조그만 공간에서 동거를 시작하며 겪는 여러 일들을 밝고 신선한 터치로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 원작자 김유리 씨는 실제로 현재의 남편과 결혼 전 동거하면서 겪은 일들을 인터넷 소설로 발표해 대단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7월 11일 개봉한 영화 <싱글   즈>(사진) 역시 동거를 밝게 다루고 있다. 서른을 앞둔 직장 여성 동미(엄정화 분)와 그의 친구 정준(이범수 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동거 사실을 쉬쉬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고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드라마나 영화가 청소년들이나 젊은이들에게 동거는 나쁜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는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옥탑방 고양이>에서 주인공 정은은 아버지에게 동거사실이 발각됐지만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당당히 밝히는 모습은 좋은 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여권의 신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과거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남녀 관계에서 수평적이고 평등한 구조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동거에 대한 각종 설문조사는 동거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스포츠신문 <굿데이>는 네티즌 2천6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혼전동거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네티즌 10명 중 7명은 동거를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15.5%는 배우자가 동거의 경험이 있어도 상관없이 결혼하겠다고 답변했다. 특히 ‘성관계 없는 혼전 동거가 가능한갗라는 질문에 83.5%의 응답자가 불가능하다고 답해 동거와 성(性)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거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결혼 전 같이 살아본다면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어 이혼율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더욱 행복한 결혼생활을 설계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네티즌 이승희 씨는 “3년 연애보다 3개월 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상대방과 함께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어 결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 결혼정보회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많은 응답자들이 동거를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 ‘한 번 살아보고 결혼하면 더 안전하기 때문’으로 응답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동거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변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대다수의 사람들은 동거에 대해 부정적이다. 회사원 이종만 씨는 “동거를 해야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진실로 사랑한다면 대화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슬기 씨 역시 “우리 사회 속에서 동거로 인한 피해자는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라며 “동거는 결코 결혼 부작용을 막는 지름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사역자들은 동거 문화 확산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교회에서부터 혼전 동거에 대해 올바른 관점을 심어주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선교연구원 원장 임성빈 교수(장신대)는 “동거를 통해 결혼의 관계성을 맛볼 수 없다”며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동거는 매우 모험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각 교회에서 결혼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