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스트 장경애 사모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금주와 금연을 미덕으로 하여 왔다. 어떤 때는 금주와 금연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한국교회가 율법주의에 빠졌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처음부터 강조한 금주와 금연은 술과 마약에 빠져 건전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준을 제시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금주와 금연은 한국교회만의 전통일 뿐 세계교회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물론 세계의 모든 교회들이 다같이 금주와 금연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주와 금연의 전통은 한국교회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교회에서도 처음에는 가벼운 음주는 허용하였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술의 소비량이 급증하고 이것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복음주의적인 교회가 이것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특별히 19세기 미국에서 강하게 일기 시작한 성결운동에서 금주운동을 강하게 벌였다. 즉 성결한 사람은 술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것이 19세기 복음주의 교회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고, 많은 성결단체들은 금주를 입법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다.

금연도 비슷한 논리로 복음주의 교회에서 강조되었다. 특별히 담배는 마약성이 있어서 끊기가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담배를 끊는 것은 자기의 옛 사람을 장사지내는 것으로 인식되어졌다. 19세기말의 성결파 신자들의 간증을 들어보자.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이 사람은 부인의 인도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담배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의 유일한 낙이 바로 담배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어느 여름에 성결집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은혜를 받게 되었다. 그는 거듭남의 증거로서 자신의 긴 담뱃대를 부러뜨려 땅속에 묻었다. 그의 신앙은 요단강을 건너서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한국교회는 처음부터 이런 성결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언더우드는 구세군의 성결운동에서, 아펜셀러는 감리교의 성결운동에서 은혜를 받았다. 이들이 한국에 와서 미국 복음주의 교회의 금주·금연을 강조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초기 선교사들은 죄를 회개하고, 옛 삶을 청산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산다는 구체적인 표시로 금주와 금연을 가르친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처음부터 신자가 되려면 금주와 금연을 서약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금주와 금연은 신자의 표시로서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에서의 금주·금연운동은 미국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금주와 금연을 애국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일제가 한국을 침략하였을 때에 많은 한국 애국자들과 교회의 지도자들은 금주와 금연으로서 돈을 절약하여 일본의 빚을 갚자고 주장하였다. 또한 3·1운동 이후에는 금주와 금연으로 일본의 경제침략을 막고, 자주 경제를 이룩하자는 운동이 강하게 일어나기도 하였다.

한국교회에서 금주·금연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한 것이 절제회이다. 주로 평신도들이 주축이 되어서 전개한 이 운동은 금주·금연운동을 신앙적인 차원에서, 애국적인 차원에서 전개하였다. 그리고 나중에는 이것을 법적인 차원으로까지 끌고 나갔다. 이 절제회의 노력으로 1938년에 미성년자 금주·금연법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해방 후 한국교회에서 금주·금연운동은 시들해졌다. 오히려 일반사회에서 술과 담배의 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하고 있다. 술로 인한 피해가 헤아릴 수 없다. 경제적인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사고를 유발한다. 담배도 마찬가지이다. 담배의 마약성이 드러나면서 많은 단체에서 금연운동을 전개한다. 그러나 정작 교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을 잘 간직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국교회가 다시 한 번 금주·금연운동을 전개하기를 바란다.

<교회에서 찾아낸 예화 소프트> 중에서
박명수 지음 / 예본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