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신학은 새로운 이론이기보다는 신학과 정치사회적 상황을 연합시키려는 운동이었다. 해방신학은 여러 모습으로 보여졌다. 흑인, 여성, 아시아인, 남미인들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특별히 남미의 상황에서 신학적 주제들이 발전되어 모델을 만들어준다.

◆  행동하는 신학

1960년대 유럽에서는 실존철학이나 신정통신학의 무역사적이고 개인적인 신학에 반발하여 여러 가지 시도들이 일어났었다. 그 중에서 몰트만과 메츠의 정치신학은 사회의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투쟁할 것을 가르쳤었다. “하나님은 가난한 사람들과 같이 계신다.”

남미의 구스타보 구티리에즈, 후안 세군도, 호세 미란다 같은 신학자들은 호응을 보냈다. 여기에다 그들은 헤겔의 역사관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첨가했다. 후에 한국에서는 해방신학이 민중신학이란 옷을 입고 나타나 운동권을 형성한다. 70, 80년대의 움직임이다.

남미 해방신학자들은 비난의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식민주의, 제국주의, 다국적 기업 경제에 착취를 당해왔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정부와 기업들은 제3세계에 독재자들과 그들을 돕는 기업들을 지원해주며 이들 가난한 나라들의 자본을 빨아먹었다는 말이다.

최근에 와서 이 나라들이 가난한 것은 선진국 때문이 아닌 것이 증명된다. 왜냐하면 이들과 관계를 끊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전혀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독재자들과 악덕기업과 사회의 부패상이 이들을 경제적 파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구티리에즈는 신학을 “역사적 프락시스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라 정의하였다. 행동신학은 신학자에게 지적 정치사회적 역사 속에 빠져들 것을 요구한다. 신학은 이론만 가지고 계속 변증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신학은 역동적이며 행동하는 계속되는 시도이다.

사람은 자신의 인식론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역사에 대해서 무엇인가 행동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프락시스”란 말은 어떤 상황에 신학적 진리를 적용하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를 위한 계급투쟁에 참여함으로 신학적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  마르크스주의적 신학

칸트는 인간 이성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이를 따라 해방신학자들은 신학이 더 이상 성경을 통한 하나님의 계시에 반응하는 정도에 머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성경 외에도 얼마든지 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에 반응하는 인간의 행동에서 발견하게 된다.

마르크스의 가르침도 덧붙여진다. 악한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인 구조를 극복함으로 인간은 완전해져 간다는 것이었다. 마르크스의 말이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상을 설명해 왔다. 이제 우리의 일은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해방신학자들도 여기에 찬성한다.

신학자들은 이론가가 아니라 실천가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투쟁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마르크스의 설명대로 사회의 구조를 나누었다. 억압자와 억압받는 자이다. 역사적으로 억압은 부도덕과 착취를 통해서 이루어져왔다고 보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와 해방신학은 종교를 비판한다. 억압자들의 편에 서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방신학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해방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마르크스는 기독교의 정화하는 능력을 못 본 것이다. 기독교가 마르크스의 방법을 사용한다면 좋은 종교가 될 수 있으리라.

해방신학은 가난한 자들을 특별한 위치에 두었다. 구티리에즈는 말했다. “가난한 자는 우리에게 절대 타자 곧 하나님의 모습이다.” 또 다른 신학자 엔리크 두셀의 말도 비슷하다. “가난한 자들은 하늘나라의 현현이거나 하나님의 무한한 자기 표현이다.”

하나님은 창조의 아름다움과 권능 속에 보여지는 분이 아니다. 오히려 피조물의 고통과 절망 속에 보여지신다. 슬픔이 깨달음의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을 알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우리는 억압된 자들의 삶을 통해 중보하시는 하나님을 역사에서 본다.

◆  가난한 자는 하나님

하나님은 객관적인 언어로서 요약되거나 교리들을 통해서 알 수 없다. 하나님은 역사의 과정을 통해서 알려진다. 하나님은 “세상밖에 쪼그리고 있는” 어떤 완전하거나 불변의 존재가 아니다. 역사의 최전방에서 가난한 자들과 고통받고 계시는 분이시다.

성경에 나타나는 구원의 의미는 억압과 불법에서 해방되는 것으로 대치된다. 역사는 바로 이러한 구원과 인간화의 과정이다. 이스라엘의 애굽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예수의 생애와 죽음은 현대인들에게 투쟁을 위한 원형을 제공해 준다. 교회는 이 일을 도와야 한다.

이처럼 해방신학은 복음을 받기 위해서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것은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서서 함께 고난을 받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신학과 이상과의 차이가 애매하게 되고 말았다. 신학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좀 다른 공산주의 이론과 같다.

하나님은 오직 가난한 자들을 돕기 위해서 오셨다. 그것도 영혼이 아니라 육신적으로 정신적으로 사람으로 인정받고 제대로 대접을 받게 하려고 말이다. 오직 가난한 사람들의 비명만이 하나님의 음성인 것이다. 부자들은 모두가 악이요 싸워서 없앨 대상이다.

그러니까 투쟁하기 위한 데모가 곧 전도요 구원은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 말이 지나친 것 같은가? 실제로 우리나라 80년대에 학생들이 외쳐대던 말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과격한 투쟁을 벌리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앞당겨오는 예언자들이었던 것이다.

해방신학은 신자들이 정치 사회적 악을 심각하게 볼 수 있도록 자극을 주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희석시키고 만다. 누구든지 가난한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되면 예수로 대우해 주었다. 십자가는 죄를 대속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과 아픔을 같이하는 희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