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의 배경은 종말에 이뤄질 하늘나라이고, 내용은 주의 종들에게 종말에 있을 심판의 기준을 설명해 주신 것이다. 종말에 모든 종들이 주님 앞에 설 것이다. 이름 있는 종들이나 이름 없는 종들이나, 큰 교회를 섬긴 종들이나 작은 교회를 섬긴 종들이나, 지위가 있는 종들이나 가장 낮은 데서 살았던 종들도 주님 앞에 서야 한다.

그런데 주님을 위해 일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던 어떤 종들에게 이변이 일어났다. 이들은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알아주는 목회자였던 것 같다. 주님 앞에서 자기들이 일한 것을 그처럼 자신 있게 나열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주님께서 그들을 모른다고 하셨다. 그들은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뭐가 잘못 되도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여 주님께 자기들을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주여, 우리가 세상에서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주님의 대답은 여전히 똑같다. “내가 저희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더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그들을 향하여 주님은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고 말씀하셨다는 점이다. 불법(lawlessness)이란 말은 율법에서 금한 것을 행한 것을 의미한다(Eduard Schweizer). 그러니까 놀라운 일은 그들이 이루었다고 하는 일들을 주님께서 모른다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이 도리어 율법을 어기고 살면서도 회개하지 않았다고 하신 점이다. 여기서 “알지 못한다”는 말은 히브리적 개념으로 아주 가까운 관계를 의미한다.

악한 종들은 주님과 자기들이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강조했지만, 주님은 그런 관계를 전면 부인하신다. 이 말씀은 종말에 있을 결과를 미리 보여주시므로, 주의 종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준 말씀이다. 어떻게 보면, 목회자의 일생을 다 보신 후에 그 결과를 놓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주님의 강조점은 아무리 확신 있게 설교를 한다고 해도(21), 기적을 일으킨다고 해도, 귀신을 쫓아낸다고 해도, 아무리 인기가 있다고 해도, 그것 가지고는 참된 목회자라는 증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님께서 자기 종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의 관계요, 그 결과로 맺어지는 열매, 즉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짧게 말하면 주님의 판단 기준은 곧 그 사람 자신이다. 판단 기준이 설교도 아니고, 권능도 아니고, 인기도 아니다. 그 자신됨이다. 목회자들은 자기들이 일해 온 결과를 놓고 평가를 받기 원한다. 그러나 주님은 일한 것에 의한 평가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 자신을 놓고 평가하신다는 것이다. 이 말씀은 주의 종이라고 하는 자들을 숙연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 말씀을 생각하면서 이런 장면을 연상도 해본다. 유명한 설교가로 명성을 날렸던 분, 그리고 상당한 규모를 가진 교회의 목사로서 살던 분, 제법 인기도 누렸던 분이 하늘나라에 갔을 때, 주님께서 “나는 너를 모른다”고 하셨다면, 그들은 뭐라고 할까?

그때 늘어놓을 변명을 생각해 보자. “주님, 제 설교를 통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은 줄 아시지 않습니까?” “주님, 제가 얼마나 큰 교회를 눈물과 기도로 이뤄 오신 줄을 아시지 않습니까?” “주님, 제가 몸이 부서져라 세계를 누비며 복음을 전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주님을 위하여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이룬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찌 저를 모른다고 하십니까?” 그래도 주님께서는 한마디로 잘라 “나는 너를 도무지 모른다”고 하셨다면 어찌되겠는가? 도대체 어찌 이런 일이 일을 수 있을까?

현대 목회자들은 너무나 바쁘다. 자기가 누구인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고, 자기 영혼을 돌볼 시간도 없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동분서주하기에 바쁘다. 농담으로 어느 신자가 자기 목사 만나기가 어렵다고 주님께 말하자, 주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도 그를 만나기가 어렵다”고 했다고 할 만큼 현대 목회자들은 바쁘게 산다. 또 이런 분들을 만나보면, 언제 그처럼 변질되었는지 도저히 인간답지 못하다. 자기는 어떤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행세한다.

사실 이 땅에 가장 확신 있게 설교하는 자들은 사이비 이단들일 것이다.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자들이 훨씬 확신에 찬 말로 다른 사람을 설득한다. 그들은 듣는 사람의 삶의 정황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도 돌아볼 필요도 없다. 오직 “주여, 주여!” 라고 외치고, “믿습니다”만을 외친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기들의 믿음 없는 것을 회개하며, 그들의 확신에 찬 말들에 현혹당한다. 그래서 이단들은 더욱 세력을 펴 나간다. 거기에다가 귀신을 내쫓고 병을 고치는 일들까지 한다면 인기는 폭발적이다.

그러나 오늘 말씀에 의하면, 인간됨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주님은 그를 모른다고 하실 것이란다. 도리어 율법을 범한 자들이라고 책망하실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오늘의 교회는 직업적 일꾼들을 많이 배출했다. 자기는 살지 않으면서도 감동적으로 설교하는 직업적인 설교자, 자기가 경험하지도 않는 간증으로 사람들을 울리는 사람들이다.

목회자는 무엇도 자랑거리가 아닌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직 생명 다할 때까지 좋은 나무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평생 자신의 영혼을 돌보고 바르게 사는 일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

하나님은 제품을 원하지 않고, 열매를 원한다. 귀신을 쫓아내고, 병을 고치고, 능력을 행하는 것이 주님과의 바른 관계에서 나와야 하지, 주님과 아무 관계없이 이뤄지는 것은 제품일 수 있다. 갈라디아서 5장, 성령의 열매를 말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구절은 “성령을 쫓아 행하라(5:16), 성령으로 살면(25절)”이다. 성령 따라 살면 자연히 성령의 열매는 맺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은사도 자연히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열매를 조작한다. 그것은 제품이지 열매는 아니다. 제품은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주님은 그 수를 셀 가치도 없다고 하신다. 주님과의 관계를 통하여 맺어지는 열매에 대하여만 상급을 주신다. 결국 종들에게 가장 소중한 문제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