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용 소장(교회문화연구소)

헌혈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건강하다고 한다. 이는 헌혈 자체가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다른 사람에게 전도를 하지 않았다면 건강하고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보기가 어렵다.

마찬가지로 오래된 교회이지만 교회를 개척하지 않았다면 건강하고 성숙한 교회로 보기가 어렵다.

교회 개척이란 개인의 전도와 마찬가지로 교회의 성숙과 건강 여부를 판단하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 성북구 수유동 성실교회(우희영 목사)는 건강하고 성숙한 교회의 한 모델로 볼 수 있다.

1972년 말 우희영 목사가 개척한 성실교회는 그동안 14개 교회를 개척해왔다. 2년마다 한 교회씩 개척해온 셈이다. 성실교회는 꾸준히 알을 낳는 암탉 같은 교회다. 그렇게 여러 차례 분가를 시켜왔음에도, 모교회는 현재 제직만 1천500명이나 되는 큰 교회다.

교인의 전도가 어려워지고 교회의 성장이 어려워진 지금, 교회 개척을 벤처사업 하듯 목회자 개인에게만 맡길 수가 없다는 게 우희영 목사의 생각이다.

유능한 목회자를 발굴하여 기성교회가 적극 지원해주면 자연스럽게 전도를 하는 결과가 된다는 게 우 목사의 철학이다.

성실교회의 개척에는 몇 가지 원칙과 철학이 있다. 이 교회는 부교역자들에게 개척의 기회를 준다. 그래서인지 이 교회 부교역자 선발 과정에는 많은 유능한 이들이 지망을 해온다. 나아가 목회를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한다. 그래야 개척 목회자로 선발이 되기 때문이다.

아주 먼 농촌 교회에 개척을 하기도 하지만, 같은 지역내에 개척을 하는 경우도 많다. 개척 목회자로 선발이 되면 우선 기존 교우 중에서 개척에 필요한 인재들을 섭외할 수가 있다. 사실 다른 교회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런 문제로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희영 목사는 이 점에 있어 매우 개방적이다.

정이 들었던 좋은 분들이 개척 목회자를 따라 나가기도 하지만, 그래야 개척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그는 기꺼이 살림을 내보낸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우희영 목사가 30년 넘게 목회를 해오면서 지루함을 느낀 교우들에게 신앙 환경을 바꿔주는 효과도 숨어 있을 것이다. 장로들에게도 개척에 동참하도록 권하지만 아직 사례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개척이 시작되어 분가를 하게 되면, 절대로 더 이상 교인 섭외를 하지 못하는 게 이 교회의 오랜 전통이자 원칙이다.

교회를 분가 개척하게 되면 교회는 개척 지원금을 지급한다. 분가 때마다 5천만 원씩 지원해왔으나 얼마 전부터는 1억 원으로 지원자금을 올렸다. 여기에다 3년간 목회자 생활비를 지원해준다. 많은 경우 3년이 되지 않아 생활비 지원을 사양해오기도 하지만, 자립이 어려운 농어촌 교회는 ‘주님이 오실 때까지’ 도와야 한다는 게 우희영 목사의 지론이다. 농어촌교회를 향해 자립하라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성실교회에는 분가 때마다 좋은 전통이 있다. 교우들이 개척교회의 비품을 경쟁적으로 맡아서 헌납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강대상이라고 한다. 개척교회의 신접살림은 교우들이 어느 정도 해결해주는 셈이다. 그러니 자립이 쉬워진다.

이렇게 개척을 해주면서도 성실교회는 개척교회에 어떤 영향력도 끼치지 않는다. 다만 두 가지만은 예외다.

첫째는, 자립을 하게 되면 본 교회와 마찬가지로 교회를 분가 개척하고 받은 만큼 지원해주라는 것이다.

둘째는 매년 8월 첫 주에 함께 수련회를 갖자는 것이다.

개척된 교회들은 위의 두 가지 약속을 잘 지켜오고 있다. 매년 8월이 되면 14개 교회 교우들이 포천의 성실교회 수련관에 모두 모여 정을 나눈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이웃 형제 교회에 부흥회나 전도행사 등이 있으면 눈치 보지 않고(?) 달려가 함께 돕는 아름다운 전통도 있다.

교회 창립 30주년을 맞으면서 성실교회는 그동안 성실교회에서 분가해나갔거나 현재 성실교회에 몸담고 있는 목회자 21명의 설교를 모아 <작은 별들 모여 큰 빛 이루리>라는 설교집을 냈다. 그리고 이 설교집을 형제 교회가 나누었다. 성실교회 출신 목회자라는 뜻에서 ‘성우회’라는 이름으로 공동 설교집을 내고 출판 기념회도 열었다.

성우회는 앞으로 매년 공동설교집을 펴낼 계획이다. 동일 교회 출신 목회자들의 공동설교집으로는 처음인 셈이다.

성실교회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계속 교회를 개척해나갈 것이다. 공동설교집의 필자가 계속 늘어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