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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아픔·냄새까지 생생히
카라밧지오 / 십자가에서 내려뜨리는 예수님
2003년 04월 09일 (수) 00:00:00 최민준 wjjo1004@yahoo.co.kr


2천년도 넘은 먼 옛날에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 우리가 과거의 사실을 현실적으로 느껴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시간의 간격은 과거와 현실과의 어쩔 수 없는 거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시 예수님이 당하신 십자가의 고통과 그 비극을 우리는 그저 추상적으로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성경을 읽고, 또 많은 묵상을 한다 하더라도 그 시간, 그 현장을 직접적으로 본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공의 간격을 뛰어넘어 곧장 그 현장 한가운데 있게 만들어 당시 상황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준 화가가 있다. 바로 카라밧지오(Michelangelo da Merisi Caravaggio, 1571∼1610)이다. 이태리 출신의 이 젊은 화가는 예수님의 사건을 시대를 뛰어넘어 곧장 현실로 안내하는 놀라운 기법을 창안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현실 속에 빠져들게 만들어 버린다.

   
▲ 카라밧지오 <십자가에서 내려뜨리는 예수님(Deposition of Christ)>
<십자가에서 내려뜨리는 예수님 -Deposition of Christ>이라는 이 작품은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연극의 한 장면인 것처럼 연출돼 있다.

붉은 옷을 입고 예수님의 다리부분을 붙잡은 이는 니고데모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 우리가 순간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니고데모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이다. 여러분이 그림 속의 니고데모를 보는 순간, 니고데모는 바로 여러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니고데모를 보고, 니고데모가 여러분을 보는 순간, 2천년이라는 시간적·공간적 모든 장애는 사라져 버린다. 마치 니고데모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보았지? 아니 지금 보고 있지? 예수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가를!”

이 순간 예수님을 누이려는 석관 끝 모퉁이와 니고데모의 팔꿈치는 벌써 우리의 심령에 불쑥 나와 닿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주변인물은 요한, 마리아, 두 여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모습에서도 시공간을 뛰어넘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데, 바로 이들의 옷차림은 예수님 당시의 옷차림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카라밧지오가 살던 시대, 그 지역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

이제 니고데모 옆의 요한을 보자(좌측 확대 그림). 예수님 얼굴을 들여다보는 요한, 그는 어쩌면 그림을 보고 있는 나의 얼굴일지 모른다. 카라밧지오는 그렇게 가깝게 예수님을 보도록, 우리로 하여금 시공을 초월하여 그림 속으로 빨아들인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십자가에서 끌어내리신 예수님을 내 손으로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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