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환  목사 / 컴 미션 대표

가난한 자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의무이다.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고난 당하는 자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줄 수만 있으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주는 것이 안 주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어려움 중에 공평하게 긍휼 사역을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제를 할 때는 아무 조건 없이 해야 한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구제사업을 통해 은근히 그들에게 복음이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어떤 선교사는 복음전파는 하지 않고 순전히 긍휼을 베푸는 사역만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그것이 곧 선교라는 생각을 가진 그리스도인들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제를 통해 그들이 복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교를 위해 긍휼 사역이 필요하지만 긍휼 사역이 선교는 아니다. 긍휼 사역은 선교의 연장(Tool)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교사가 가난한 자를 도울 수는 있어도 그 나라의 가난을 없앨 수는 없다. 선교를 양손 복음이라고 말한다. 복음과 함께 살 수 있는 연장도 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 나라도 선교초기에는 많은 구호물자를 받았다. 옷도 받고 신발도 받고 먹을 것도 많이 받았다. 주님도 굶주리며 따라다닌 오천명에게 먹을 것을 주셨다.

그러나 선교지에서 수없이 갈등하는 것이 이러한 긍휼 사역을 얼마만큼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한도 끝도 없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라이스(Rice, 쌀)크리스천’이라는 신자들이 있다. 무엇인가 주기 때문에 그리스도인 노릇을 하는 명목상의 그리스도인을 일컫는 말이다.

주는 것도 어렵고 안 주는 것도 어렵다. 주는 것이 사랑이기는 해도 아무렇게나 주는 것은 선교의 큰 거침돌이 된다. 쌀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쌀이 떨어지면 다시 와서 도움을 요청하곤 한다. 한번 도움을 받으면 끝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에게 시계를 주었다면 고장났거나 잃어 버렸거나 밧데리가 다 닳아 버렸을 때, 준 사람이 다시 도와줄 책임이 있게 된다. 이처럼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미리 인식하고 긍휼 사역에 임하는 것이 큰 지혜일 것이다.

도움을 받음으로 신자가 된 경우에는 그 사람의 신앙의 깊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어렵다. 그러나 아무것도 주지 않았음에도 예수를 영접하고 따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진짜다. 나는 어느 선교사의 의미심장한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나는 주민들이 나로부터 복음을 듣는 것 외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했고 나도 그들이 나로부터 복음을 듣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라는 말이다.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라는 것을 확신시킬 수 있다면 그 길이 선교의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