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한국침례회의 지난 총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윤석전·원세호 목사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 교계 언론이 원목사에 대해 진실되지 못한 보도를 한 후 최근에 대부분 정정보도를 냈다. 물론 어느 신문도 스스로 또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를 통해 정정보도를 하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일말의 사과 표시 한 줄 없었으나, 진실이 바로잡힌 것만은 다행한 일이다. 피해를 입은 원목사가 용기 있게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무슨 까닭인지 윤목사 소속 교단지인 침례회신문이 정작 그 언론들은 제쳐두고 도리어 원목사를 공격하고 나섰다. 10월 30일자 사설로 “도대체 자기 체면이나 한뼘도 못되는 좁디좁은 명예라는 것이 그리도 중요해서 모처럼 일어선 교단의 결의에 먹칠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난 포를 쏘아댄 것이다. 진실이 진실대로 바로잡히면 오히려 교단의 결의에 먹칠이 될 수밖에 없는 어떤 내부사정이 있는 모양인데 희한하기 짝이 없다.

사실 이 사설에서 노출된 희한하고 납득할 수 없는 시각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수준이다. 이런 점이다. 지난 총회에서 윤·원목사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옳고 그르고 그런 것을 따지기 전에 화합을 우선으로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화합이 제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진리문제보다 더 중요할까. 국내외적으로 적지 않은 활동력과 영향력을 보여온 한 목회자의 사상에 이단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수천 명의 교인들이 비난을 무릅쓰고 주일에 수차례 집단행동을 자행하고, 온갖 음해적 허위 사실까지 담아 100여 차례의 광고전으로 교계 신문을 도배질했던 문제이다.

연세중앙교회의 양동생 집사가 개인 비리를 포착해볼 요량으로 사람을 시켜 최삼경 목사의 뒤를 수개월 동안이나 밟게 했던 사건의 본질이다. 예장 합동측과 통합측에서 정식으로 연구하고 있을 만큼 특정 교단을 초월한 문제이다. 이처럼 최근 1년 사이에 진리문제로 윤목사 건만큼 지대하게 한국교회의 우려의 시선을 끈 것은 없다. 기침교단만을 보더라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안의 옳고 그름을 밝히는 것보다 그렇게도 화합이 중요했다는 말인가. 한국교회에서 최초로 기침교단이 김기동 씨를 이단으로 규정하여 옳고 그름을 분명히할 때는 화합의 중요성이란 사전에도 없는 단어요 가치였기에 그렇게 했는가?

선교 2세기에 접어든 한국교회가 끝내 심각하게 부패하고 말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오늘날이다. 이러한 인식 아래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성경 말씀에 대한 왜곡된 해석이다. 복음 아닌 온갖 잡다한 사상들이 교회 안에 난무하며 성도들을 미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몸집만 키울 수 있다면 아무나 용납해주는 일종의 교세·화합지상주의적 풍토가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기침교단의 지도자들이 근자에 들어 교단의 외형을 키우려고 갖은 노력을 해온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볼 때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식의 맹목적 교세·화합지상주의가 그 골격이라고 한다면 진리를 토대로 한 기침 교단의 미래는 없다. 제아무리 기침교단이 수천 수만 교회가 된다 하더라도 특정 대형교회가 교단과 지방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재정기여도의 절대적 영향권 하에 있는 교세요, 그런 일련의 일처리라는 비판적 시선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화합이란 이런 것이 결코 아니다. 화합이라는 무조건적 목표를 설정해놓고 여기에 부합시키기 위해 문제점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막무가네로 덮어버리는 식의 해결은 온당치 못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사설의 이런 대목이다. 문제의 사설은 주장하기를, 윤목사에 대한 원목사의 이단시비 내용은 “벌써 11년이 지난 옛날의 말 실수였(다)“는 것이다. 참으로 진리의식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지는 발설이다.

원목사가 지난 7월말에 저술하여 펴낸 책자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윤목사의 인간론, 구원론, 창조론, 죄론, 마귀론, 교회론, 목회자론, 기도관 등 교리 전반에 걸친 내용이다. 이를 위해 원목사는 윤목사의 97년 5월 26일자 발행 책자인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를 비롯하여 96~97년도의 설교테이프들을 자료로 하였고, 90년과 87년도 테이프도 인용하였다. 그런데 이 사설은 왜 ‘11년 전의 것‘이라고만 하는 것일까. 원목사가 케케묵은 옛날 것으로 괜한 시비를 하는 것인 양 진실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풍기고 있다. 책과 테이프를 함께 분석했는데도, 책에 대해서는 모른 채 하고서 ‘설교 테이프를 문제 삼으면 걸리지 않을 사람이 있겠느냐‘ 하며 억지를 부리는 반박과 다를 바 없다.

11년 전 운운하는 것은 아마 윤목사의 이중아담론의 경우에 한정하여 그렇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11년 전이라고 하는 윤목사의 87년도 테이프에서 문제삼은 원목사의 지적은 이중아담론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관한 ‘11년이 지난 옛날의 것‘이라는 ‘맹목적 관용‘에 대해서도 윤목사에 대한 본지의 재비판이 시작되면서 그 허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니 후론키로 해두고, 일단 윤목사의 창조론 내용만을 볼 때 과연 ‘말 실수‘ 정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살펴보자. 먼저 기침교단이 김기동 씨를 이단으로 규정하며 88년 8월 29일자로 발표한 내용 중 창조론 항목을 보면 이렇다.

『창조론: 김기동 씨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셨다는 성서의 대전제를 부인하고 있읍니다. 김씨는 “아담은··· 땅에 충만한 수 중에서 뽑혔으니 굉장한 사람“(「마귀론」 pp. 84~85)이라고 말했읍니다. 이와 같이 김기동 씨는 창세기 제 1장의 창조에 대한 기록 이전에 이미 땅 위에 인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읍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 창조의 목적은 타락한 마귀를 멸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하며 그는 세상을, 하나님이 사탄을 형벌하려고 만든 장소라고 주장하고 있읍니다(「하나님의 의도」 p. 29; 「신앙문답정신」 p. 8; 「마귀론」 p. 4).

그 예로: ① “죄짓고 오는 인간에게 상까지 주시겠다는 것은, 인간은 마귀를 멸하려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오실 길을 위한 사전의 안내자였기 때문입니다.“(마귀론 74페이지) ② “인간은 사탄을 정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께서 십자가에 죽으실 때까지 인간은 그가 오실 길을 위해 봉사한 것입니다.“(마귀론 74페이지) ③ “창세기 1장 27절의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할 때의 이 남자와 여자는 지금 말하는 인격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남자와 여자라는 곧 암컷과 수컷이라는 하나의 자웅을 구분하는 이치로서의 표현입니다.

④ “이들 역시 몸과 혼을 합해 완전한 인격이 된 것입니다. 그러기에 육신이 있는 동안 이들에게는 도덕이 있고 윤리가 있었으며 또 문화도 있었읍니다. 다만 영적인 요소가 없다는 것뿐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내세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당시 죄지은 자들은 내세가 없는 자들이기에 더 행복할는지 모릅니다.“(마귀론 81페이지) ⑤ “결국 아담은 선택된 자요, 나머지 문화적 존재인 네피림은 버림받은 탈락자입니다.“(마귀론 55페이지) ⑥ “이와 같이 땅에 충만한 수의 사람 중에서 아담 하나를 뽑았으니 그 아담이 얼마나 개화된 인간이었겠읍니까? 하나님은 이렇게 한 사명자를 불러 이 기존적인 인격 위에 항구적 가치를 부여하심으로써 생령이 되게 하셨읍니다.“(마귀론 83페이지)

⑦ “아담은 몇몇 사람 중에서 한 사람으로 뽑힌 것이 아니라 땅에 충만한 수 중에서 뽑혔으니 굉장한 사람입니다.“(마귀론 84페이지) ⑧ “사람은 남자와 여자로부터 시작했으나 아담은 충만한 수의 사람 중 하나를 뽑아 경건한 자녀를 얻기 위해 분리시킨 것입니다.“(마귀론 8페이지) 그러나 성서는 세상은 형벌의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이 인류를 위해 지으신 후,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신 축복의 땅이라고 말하고 있읍니다(창 1장).

또 인간 창조의 목적도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기 위한 것이요 아담 이전의 어떤 형태의 인간 창조도 부인합니다. ··· 따라서, 본 총회는 이와 같은 김기동 집단을 이단으로 규정한바, 본 교단뿐 아니라, 온 한국교회가 성서 위에 굳게 서서 그릇된 가르침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 유광석 목사.』

다음은 원목사가 근거로 제시한 윤목사의 말이다(90년 5월 10일 ‘복주어 거룩하게 하신 날‘, 87년 7월 9일 ‘아담과 네피림‘ 설교).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왔다면··· 있는 것도 없게 하시고 없는 것도 있게 하시는 분이 간단하죠 그 까짓거, 그렇잖습니까? 한번 여러분 보세요. 우리를 구원만 하려고 왔다고 생각하면 하나님은 무능한 하나님입니다. 오로지 마귀하고 줄다리기 하고 싸우고 앉아 있는 하나님을 어떻게, 나는 마귀 편에 들어가겠어요. 불신자가 많으니까. 응? 그렇잖겠어요?

그런 목적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믿고 안 믿는 것은 믿어서 의에 이르는 자는 마귀의 불의가 드러난 자요. 아직도 그 안에 있는 자는 불의가 드러나지 않은 자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안식을 파괴한 자가 바로 하나님에게서 쫓겨나서 안식없는 영원한 지옥에서 지금 고생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 세상의 마지막 심판이 끝나면 마귀는 마태복음 22장 42절 말씀대로 ‘불법을 행한 자들아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한 영원한 불못으로 들어가라.‘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했다.

누구를? 마귀들을 위하여 예비했다는 거요. ··· 그러니까 우리는 그때 어디가요. 영원한 아버지 집에 갑니다. 우리는 바로, 그를 멸하는 일에 도구로 쓰시고 아버지께로 가는 겁니다. 우리 영광된 제일 목적이 뭐요? 찬송부르는 게 영광이 아닙니다. 그(마귀)의 불의를 드러내는 것이 영광입니다.』

『이건 조직신학의 문제요. 천지를 창조한 목적이, 여러분, 우리를 죄짓게 만들고 이렇게 불의할 정도로 하나님이 복잡한 일을 하려고 그 전지 전능하신 분이 이 짓을 하겠어요? 천지 창조를 한 목적은, 우리 인간을 창조하기 이전에 천지를 창조하지 않고는 안될 중요한 목적이 있음을 알아야 해요. 있다는 사실을. 유다서 6절에 흑암의 권세에 넣는데, 여기는 캄캄한 흑암이죠. 아주 완벽한 흑암입니다. 완벽한 흑암이라는 곳에 묻어놓고 신이 운행하시느니라. 다같이 신이, 다같이 수면, 수면에 운행한다 이 말이오. 이 신이란 말은 하나님의 신이란 말이 아니라 천사들이란 복수입니다.

그런데 왜 운행하시느냐, 여기에 마귀를, 사탄을 가둬 놨으니까,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운행한다 이 말이오. 그러다가 여기에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어요. 캄캄한 어둠이 활동을 못하다가 빛이 있으니 활동이 됩니까 안됩니까? 그래서 마귀에게 빛이 있으라 하시고 마귀에게 제한된 자유를 주셨다 이 말입니다. 어? 그에게 제한된 자유를 주니까 이제는 마귀 천하죠. 그래서, 다같이 ‘공중권세‘, 그래서 모든 권세는 마귀가 붙들고 있다 이 말이오. 그곳에, 잘 들어요. 그곳에 천지를 창조하시고, 그곳에 에덴을 신설하셨어요.』

『마귀는 우주 안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 이 말이오. 거기까지 들어온 것을 보면, 이해가 되죠? 들어왔다 이 말이오. 그러니까 보세요. 윗 물과 아랫 물로 딱 갈라 놓았다고 성경 속에 말하잖아요. 윗 물과 아랫 물 사이는 공중입니다. 그래서 공중 권세를 마귀가 잡았다고 하는 것을 에베소서 6장 10절 이하에 말하고 있잖아요. 우리는 마귀 모르면 예수 몰라요. 마귀를 모르고 예수 안다?』

『‘땅에 충만하라‘ 그래서 그 때부터 씨족 사회가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이해됩니까, 여러분? 예, 일개 군단 허어. 이들은 생산이 목적이예요. 충만한 것이 목적입니다. 이들은 생사를 위해서만 있었기 때문에 충만하기 위해서 이들은 육체도 아주 건강해서 전부 다 장수해 가면서 애를 낳았습니다. 이들은 내세가 없으니까 생전에 이 땅에서 그들은 죄를 짓고 잘못하면 이 땅에서 벌을 받고 이 땅에서 저주를 받고 환난과 고통을 당할지언정, 그들은 죽으면 그것으로 끝납니다. 그것으로 끝나요. 내세의 형벌도, 지옥의 고통도 없고 그들에겐 없다 그 말이오. 왜? 영이 없기 때문이오(아멘). 생기를 불어 넣은 사실이 1장에서는 없기 때문이오. 그래서 사람이라고 하는 말은 잘 들으세요. 육체를 입은 이를 말하고 생령이라고 말하는 것은 영을 가진 자를 말합니다.』

『이제까지 흙으로 남자와 여자를 지으신 다음 땅에 충만함으로 그들을 내 놓은 다음에 한 사람을 얻기 위해서 땅에 충만하도록 했습니다. 그래도 충만한 숫자 중에서 하나니까 열사람 중에서 하나가 아니라 여러분 보세요. 선거가 나오면 대통령도 5사람 출마를 하고 국회의원도 5사람 출마를 합니다. 이런 몇 사람 중에서 하나가 아니라 몇 만명 중에서 하나가 아니라 몇 십만 명 중에서 하나가 아니라 몇 백만 명 중에서 하나가 아니라 이 지구 안에서 충만한 인류 중에서 하나니 얼마나 훌륭하고 준수한 사람이겠어요. 이해가 가십니까? 형상에 모양다운 것이 나왔구나, 그럴 때 바로 뽑았을 것입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여러분?』

『네피림이란 말은 무슨 말이냐. 창세기 6장을 보면 네피림이 있었는데 여기 쳐다보시고 여기 쳐다보시고, 집에 가서 읽으세요. 네피림이 있었는데, 그런데 네피림이란 것은 원어로 떨어진 자, 소외된 자. 다같이 ‘떨어진 자. 소외된 자. 버린 자.‘ 이런 뜻입니다. 하나님과 상관없는 동물적 존재라 그 말이오. 다 내버리고 말았어요. 그 중에서 한 사람을 생령을 불어넣는 그 순간에 나머지는 그냥 탈락되버리고 마는 거예요. 그 시간부터 그들은 네피림이 되고 사람은 생령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흙으로 만든 사람이 네피림이 되었고 사람은 생령이 되었다. 이해 가시죠 여러분?』

보는 바대로 창조론 항목에 있어, 기침교단이 김기동 씨에게 문제삼은 내용과 윤목사의 말은 그야말로 대동소이하다. 핵심적으로 볼 때, 창세기 1장의 창조에 대한 기록 이전에(아담 이전에) 이미 땅 위에 인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중아담론이나, 인간을 마귀박멸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그렇다. 이 우주가 마귀를 가둬두기 위한 소위 감옥같은 것으로 창조되었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다.그런데 어떻게 ‘말 실수‘ 정도라는 것인가. 이렇게 주도면밀한 사상으로 설파하는 ‘말 실수‘라는 것도 있는가. 물론 범교단적 공통 기준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기준으로 해도 명백한 이단사상인 것을 무슨 사연이 있길래 ‘말 실수‘라는 억지 면죄부를 준다는 말인가.

이 사설의 인식에 따르면, 기침 교단은 최소한 창조론에 관한 한 ‘말 실수‘ 정도에 불과한 내용으로 김기동 씨를 이단으로 규정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아니면, 다른 것은 몰라도 ‘이중아담론‘과 ‘마귀박멸 수단 인간 창조설‘ 및 ‘마귀감옥 목적 천지 창조설‘만큼은 김기동 씨에게는 이단사상이요, 윤목사에게는 말 실수라는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노출한 꼴이다.

진정 그러한가? 이것이야말로 진실로 ‘교단의 결의에 먹칠을 하는 발설‘이 아닐까? 사실 이러한 문제점은 비단 이중아담론 등에 한정되지 않는다. 윤목사에 대한 본지의 재비판이 시작되면 이와 관련한 기침측의 심대한 오류 내지는 부정직성은 그 모순된 면모를 백일하에 드러내고야 말 것이나, 성령론 항목 중 한 대목만 더 살펴보자. 먼저 김기동 씨에게 적용한 기침교단의 이단규정 내용부터 보자.

『성령론: 김기동 씨는 삼위일체 중 한 분이신 성령과 피조물인 천사를 혼돈하고 있읍니다. 그 예로: ① “마가 다락방에 성령이 임했을 때 눈에 보이던 불이나 바람 같은 소리는 성령이 아니라 바로 성령을 수행하는 천사들인 것입니다.“(「마귀론」 p.134) ② “구약의 하나님의 신은 모두 천사를 말합니다.“(「마귀론」 p. 70) 창조주이신 하나님과 피조물인 천사를 혼돈하는 것은 성서 전체의 가르침을 정면에서 부인하는 행위입니다.』

다음은 원목사가 근거로 삼은 윤목사의 말인데 이미 앞에서 제시된 것이다.
『천지 창조를 한 목적은, 우리 인간을 창조하기 이전에 천지를 창조하지 않고는 안될 중요한 목적이 있음을 알아야 해요. 있다는 사실을. 유다서 6절에 흑암의 권세에 넣는데, 여기는 캄캄한 흑암이죠. 아주 완벽한 흑암입니다. 완벽한 흑암이라는 곳에 묻어놓고 신이 운행하시느니라. 다같이 신이, 다같이 수면, 수면에 운행한다 이 말이오. 이 신이란 말은 하나님의 신이란 말이 아니라 천사들이란 복수입니다. 그런데 왜 운행하시느냐, 여기에 마귀를, 사탄을 가둬 놨으니까,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운행한다 이 말이오.』

더 강조하여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사실 이 말은 김기동 씨의 자료에 수없이 나오는데, 윤목사가 그대로 복사 발언을 한 것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배운 대로 주장한 사상임에 틀림없다 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이 항목에 있어서도 둘 다 ‘말 실수‘ 정도라는 것인가, 아니면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말인가.

필자는 침례회신문의 이번 사설이 특정인의 사견일지언정 기침교단 전체의 견해는 아닌 것으로 보고 싶다. 침례교단 내에도 진리를 사랑하는 수많은 주의 종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같이 가당찮은 소리는 꾸준히 요란한데 반해 기침교단 내의 알 만한 주의 종들은 무슨 눈치를 그렇게도 보는지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하고서야 어떻게 성도들의 죄를 지적할 수 있겠는가. 어떤 낯으로 강단에서 후진들에게 진리를 가르친다는 말인가.

그러니 차라리 이번 사설자의 인식대로 △ 어느 자범죄 하나로도 구원이 취소되어 지옥간다면서 구속의 권능보다 죄의 권능을 더 크게 내세워 진리를 왜곡하고,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는커녕 성도들을 지옥의 공포로 몰아 그리스도의 ‘주눅든‘ 군사로 만들고, △죄는 육신이 짓고 회개는 영혼이 한다며 이원론적 악한 사상을 설파하고, △목사에게 성도의 생사권이 있다면서 절대 순종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자식으로 정죄하고, △회개를 하면 죄에 대한 책임이 마귀에게로 전가된다며 성경에 없는 요상한 사상을 주장하고,

△네피림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이중아담론을 주장하고, △인간은 하나님께서 마귀를 멸하기 위해 창조하신 존재이고, 우주는 마귀감옥이라고 설교하여도 “그것은 말 실수에 불과하니 시비하지 마라, 화합을 해칠까 염려된다“고 할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아예 주님을 부정한다 하여도 “그것은 ‘좀 심한‘ 말 실수일 뿐이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아니 보다 현실적으로 기침교단의 일부에서 “김기동 씨의 주장도 따지고 보면 말 실수 정도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하나의 학설인데, 주님을 노골적으로 부정한 것도 아니니 화합 차원에서 이단규정을 해제하자. 뭐니 뭐니 해도 화합이 최고 아닌같라는 의견이 제기된다면 무슨 기준으로 제압할 것인가(실제로 기침측의 저명한 지도자 중에 아직도 김기동 씨를 긍정 평가하며 동정하는 인물이 있지 않는가).

누구든 넘어졌다가도 회개하는 자가 성령의 사람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한 분명한 시인과, 그에 합당한 자숙과, 적정한 시간 속에 보여지는 회개의 실천이 있을 때 비로서 “회개했다“, “고쳤다“ 하는 인정이 가능한 것이다. 진리 앞에 진실한 교정 조치를 한 연후에야 바깥에 내놓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애매한 해명 한 마디를 근거로 당장에 화합이 어쩌고 교단 결의가 어쩌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언사이다. 필자 같으면 저지른 그 죄악이 부끄러워 자숙하는 차원에서 한동안 두문불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언동을 아끼며 후일을 도모하겠는데, 윤목사는 되레 그 반대인 양 보이지 않는가.

처음부터 이렇다 할 연구도 하지 않고 ‘이단성 없다‘는 결론을 내려버린 교단 결정의 체면을 앞세워 윤목사로 하여금 교리적인 오류를 명확히 시인하지 못하게 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일부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일 것으로 믿는다. 진리의 영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그같이 해괴한 수작을 부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물쩍 구렁이 담넘어가듯, 오류에 대한 분명한 시인이 없는 어떠한 변화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회개라고는 더더욱 할 수 없다.

애당초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면 속히 발길을 원점으로 돌려 새출발을 하는 것이 지혜롭고도 진실된 처세이다. 그리고 일처리가 부적절했던 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해명을 할 줄 아는 자가 진정한 의미의 지도자요 공인이다. 일부 하급한 자들의 생각처럼 잘못을 솔직히 시인했다고 해서 죽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모습이 있을 때 아무리 큰 오류를 범하였을지라도 용서해 주는 것이다. 오히려 자기 잘못을 잔꾀에 잔꾀를 더하며 은폐하려 할 때 ‘죽는‘ 일도 생기는 법이다. 잘못 시작된 출발을 되지도 않는 말로 합리화하며 그 걸음을 고집하고 시간을 끈다면, 그만큼 돌아가야 할 길만 더 멀어지게 되고 불행한 종국만 더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기침교단이 윤목사를 극구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고, 인간적으로는 이해되는 면도 있다. 그렇지만 결단코 양보해서는 안될 진리의 기준마저, 스스로 적용한 88년도의 그 명료한 선마저 훼손해가면서까지 상황논리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힘과 숫자 논리로 십자가 구속사역을 이루신 것이 아니다. 자파 사람의 보호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리수호이다. 한국교회의 성장제일주의 병폐 이면에 무감각해진 진리의식으로 밀어부치는 화합지상주의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진리는 저만치에 두고 사람의 얼굴과 교단의 형편만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는가 자성해볼 것을 감히 권면 드리는 바이다.

이번 기회에 침례회신문의 기억 하나를 새롭게 해주고자 한다. 이런 것이다. 윤목사 문제로 논쟁이 한창이던 연초의 일이다. 97년 9월호가 나간 후 회개하겠다는 윤목사의 요청을 받고 최목사가 그의 회개문 초안을 작성해주었더니, 느닷없이 윤목사측에서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에게 했던 짓과 같은 뒤집어씌우기로 나온 것이다. 집단행동과 함께 허위 광고전으로 “회개문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며 최목사를 하나님이 되어버린 사람으로 날조 비방을 하였다.

그러자 덩달아 침례회신문은 “누구에게 항복하라는 것이냐“, “무엇을 회개하라는 것이냐“, “그 양심이 천심인가 만능인같 하며 마치 최목사가 하나님 행세나 한 것처럼 비방하는 일에 총력을 다했다. 통합측의 박석대 목사는 이 신문을 근거로 하여 “최삼경 목사의 오만방자함을 탄식한다“는 광고 비방전을 전개했다. 어느 신학교의 학생들은 아예 이 허위 광고를 게시판에 부착해놓고 비분강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심지어 러시아 선교사조차 현지에서 광고를 보고서 어찌된 일이냐며 흥분하여 물어오기도 했다. 윤목사측에서는 박목사의 비방광고를 다시 신문 크기의 유인물로 인쇄하여 최목사의 목회지인 퇴계원 일대에 무차별로 살포했다. 추악한 죄의 집요한 확대 재생산이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최목사는 한동안 온갖 비난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지금까지도 그런 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윤목사가 지난 4월 사과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최목사가 회개문을 강요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도 한국교회를 어지럽게 했던 이 추악스런 허위비방은 당사자의 시인으로 그 부도덕성이 여실히 확인된 것이다. 그러함에도 그 부도덕성은 지금까지 자기 잘못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그대로 굳어가고 있다. 침례회신문은 이 점에 대한 정정이나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세상 언론이 그러해도 참으로 부도덕한 일인데, 어떻게 기독교 언론이 자기 잘못을 얼렁뚱땅 넘어갈 수가 있는 것인가.

기침교단 내의 어느 누구도 이 점을 지적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만약 역으로 최목사가 그같은 짓을 했다면 침례회신문은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민·형사 고소는 기본이요, 온갖 세력을 총동원하여 최목사를 강압하며 한국교회 강단으로부터 추방하려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인정하겠는가?

침례회신문이 교단지라는 점을 이해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교단지 역할이 자파맹목주의식 언론행위일 수는 없다. 사실관계를 벗어나면서까지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특정인의 지배 아래 있는 언론이나 할 수 있는 행위로서 마땅히 청산돼야 한다. 진실에서 일탈된 글은 낙서 수준도 되지 못한다. 잘못이 확인되어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기침 교단지의 태도 변화를 기대해 본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8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