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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할미의 손녀 사랑(2)
장경애 사모 칼럼
2024년 03월 04일 (월) 13:51:22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사람은 언제나, 어떤 일에서든지,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는 말을 요즘 참 실감하며 체험하고 있다. 나에게는 두 해 전, 느지막한 나이에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재롱둥이 손녀가 있다. 이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나는 친가로나 외가로나 첫 손주였기에 내 조부모에게 귀한 손주였을 텐데 어느새 할미가 된 것을 보면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내 손녀가 비록 약한 몸으로 태어났지만, 두 해를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예수님처럼 키와 지혜가 자라서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손녀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한다. 또한 하나님의 딸로 잘 자라서 많은 사람에게 유익을 주고 하나님의 기쁨이 되며, 하늘나라 확장에 귀히 쓰이는 손녀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손주 사랑은 짝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의미함을 잘 알지만, 그것은 훗날의 이야기이고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그리고 그 말이 다 맞는 것만이 아님은 내 딸을 통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내 딸은 나의 엄니가 천국 가시기 직전, 병상에 계실 때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잘 보살펴 드렸을 뿐 아니라 천국에 가신 지 어느덧 10여 년이 더 지났지만 지금도 할머니 이야기를 할라치면 눈물을 흘리며 보고 싶어 한다. 바로 그 나의 딸이 낳아서 기르고 있는 아이가 나의 하나뿐인 손주니까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총동원해 손주를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손주가 6살 정도 되면 조부모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느니 따위의 말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지금의 감당할 수 없이 큰 사랑이 더 귀할 뿐이다. 칠순이 다 되어 본 손주이기에 내가 백수를 살아도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안타깝기만 하다. 암튼 나의 손녀 사랑은 무조건이다.

무조건 사랑하는 손녀지만 내가 손녀 사랑이 지나쳐 문제가 생길까 봐 하나님께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게 하신 것만 같다. 안아 줄 수 없고 뽀뽀할 수 없으니 그리움이 더 큰가 보다. 비단보다 더 부드럽고, 솜털보다 더 포근하고 따스한 손녀의 살결과 손녀의 내음이 더욱 그립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손녀로 가득 차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그것을 눈치챈 나의 딸이 이제는 엄마인 나에게 자신은 뒷전이라고 섭섭한 듯 말한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딸을 내가 이뻐하니까 말은 서운하다고 하지만 속내는 더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내리사랑인가 보다.
 

내가 손녀 사랑에 빠져 삶의 활력을 얻는 것을 보고는 내 딸이 말하기를 “자기가 태어나서 부모님께 가장 크게 한 효도는 손주를 낳은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고맙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또한 딸은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엄마를 보면 자녀는 없어도 손주는 있어야 하는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나에게 손녀는 전부처럼 보였던 것 같다.
 

이 어린 손녀가 내게 준 선물은 말로 다 할 수 없이 크고 귀하다. 가라앉았던 내 마음을 일으켜 주었고, 누렇게 퇴색되어 가는 삶의 버거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삶에 용기와 기운을 불어넣어 준 셈이다. 정말 이 작은 아이 손녀의 역할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손녀의 눈빛은 너무도 영롱하여 내 마음의 어두운 부분까지 밝게 비춰주는 등불인 듯하다. 그리고 순수 그 자체인 아이의 미소 앞에 마음이 겸손해지고 만다. 어떤 한 목사님께서 “손주가 없는 사람은 인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라고 하신 말씀이 새삼 생각날 정도로 손녀는 내게 인생의 많은 것을 알게 해 준다.
 

이 땅에서 비록 2년여 동안만 산 손녀지만 손녀의 ‘예쁜 짓’에 대한 혼자 알기엔 아까운 일이 있다. 이곳에 과감히 공개해 보려 한다.

나와 내 딸은 아침잠이 많은 데 비해 손녀는 아침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자기 혼자 있는 방에서 자다가 깨면 아이 대부분은 엄마를 찾아 울거나 징징대지만 내 손녀는 혼자 깨어 잘 잤다는 듯이 명랑한 표정으로 애착 인형과 함께 한 시간 반가량을 홀로 논다. 아침에 깨어나서 뿐 아니라 밤에도 잠옷을 입히고 잠자리에 눕기 전에 성경 읽어주고 기도하고 나면 자기 엄마에게 ‘엄마 빠이’라고 손을 흔드는데 딸 역시 잘 자라는 말을 하고 나오면 저 혼자 30분 이상을 뒹굴며 찬송을 부르기도 하고, 기도도 하고, 옹알거리다 잠이 든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손녀의 혼자 노는 모습을 카메라로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하루도 놓치지 않고 그 시간을 기다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도 귀엽고 예뻐 솟구치는 사랑의 감정을 주체할 길이 없다.
 

손녀가 사는 곳과 내가 사는 한국은 시차가 있기에 손녀가 저녁 인사 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아침 인사 시간이다. 멀리 떨어져 살기에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휴대전화기에 손이 간다. 서둘러 보이스톡을 넣는다. 그리고 이내 화상대화로 바꾸어 손녀의 인사를 받는다. 손녀는 조금은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할머니인 내게 인사를 한다. 거기까지는 완전 행복의 도가니다. 그런데 나를 보면서 멋쩍은 미소로 할아버지를 찾는다. 할아버지를 ‘하삐’라 하고, 할머니를 ‘나나’라고 하는데 나의 손녀는 나를 보면서 ‘하삐다“라고 외치며 할아버지를 찾는다. 그러면 전화기를 할아버지에게로 돌려 하삐의 웃는 얼굴을 보여준다. 그러면 씨익 웃고는 다시 ’나나다‘를 외치며 할머니를 찾는다. 손녀의 명령(?)에 순복한 우리 부부는 그저 행복뿐인 바보가 되어 전화기를 할아버지 손에서 내 손으로, 그리고 다시 할아버지 손으로 왔다 갔다를 여러 번 반복하며 바쁘게 움직인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내 손녀는 아빠, 엄마가 모두 목사님이라 그런지 찬양과 예배를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조용한 예배 도중에도 혼자서 ‘아멘’을 잘하여 모자실 분위기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예배에 임하는 자세는 가히 본받을 만하다. 기도하자고 하면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경건한 태도를 보이는데 얼마나 앙증맞은지 모른다. 교회에 가서 성도들을 만나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90도로 숙이면서 제대로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한다니 내가 보기에도 이렇게 예쁘고 기특한데 우리 주님이 보실 때는 어떠할까?

딸 내외가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온 순진 속에 나타난 손녀의 코믹한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날, 딸 내외가 손녀와 함께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일이다. 손녀가 자기 아빠를 크게 불렀다. 그런데 자기 아빠가 무슨 일인지 대답을 빨리 못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손녀는 ‘여보’라고 외친다. 아마도 손녀는 평소 자기 엄마가 자기 아빠를 그렇게 부르면 대답하던 것을 생각하며 그렇게 부른 것 같다. 손녀의 목소리는 유난히 카랑카랑한 편이다. 자기 엄마 아빠를 부를 때보면 그 소리가 얼마나 낭랑한지 모른다. 그런데 그 목소리로 한 번만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하여 ‘여보’라고 부르니 우리는 모두 깜짝 놀랐다. ‘여보’라고 부르는 그 음성과 발음이 얼마나 또렷한지 지금도 그 소리가 귀에 쟁쟁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웃음이 나서 그 동영상을 보고 또 보곤 한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지만 바보 할미의 손녀 사랑을 가장 마음 깊이 느끼게 하고 또 나를 가장 신나게 하는 것은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내 손녀가 나를 많이 닮았다고 하는 말이다. 하나뿐인 손녀가 나를 닮았다니… 얼마나 행복한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비록 사진으로 보는 것이지만 나는 손녀를 눈에 넣을 정도로 뚫어지게 본다. 보면 볼수록 더 예뻐지는 것만 같다. 바보 할미의 손녀 사랑은 오늘도 쉴 틈이 없이 새록새록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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