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수도회는 종교와 삶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하는 공동체를 추구했습니다. 기도가 곧 노동이 되고 노동이 곧 기도가 되는, 개신교 표현으로는 ‘삶이 곧 예배고 예배가 곧 삶’이 되는 공동체를 추구한 것입니다. 우리의 삶과 신앙의 통합을 추구하는 모범으로써 수도회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최종원 교수

최종원 교수(52세,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역사학)는 개신교인들이 수도회 운동에 주목해야 할 이유를 묻자 삶과 신앙의 통합을 추구한 점이라고 답했다.

최 교수는 지난 5월말에 <수도회 길을 묻다>(비아토르, 2023)라는 책을 출간했다. 출간한 지 1개월도 안 돼 2쇄를 찍었다. 수도회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그가 수도회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개신교는 전도, 예배, 구제 등의 활동을 매개로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라는 멈춤의 시기에 그런 활동을 못 한다고 하니까 더 저항하고 불안하고 위기의식이 컸던 것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외부 활동에 매몰되어 있는 개신교에 정적인 수도회가 어떤 해답의 실마리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수도회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고 알렸다.

이번에 출간한 책의 부제는 ‘제국의 가치에 저항하는 삶의 방식’이다. 그는 수도회 출현 자체가 ‘제국화된 교회’, ‘제국과 긴장이 사라진 종교’에 대한 저항, 반발, 견제라는 측면이 있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등 쉽게 거스를 수 없는 문명과 문화도 제국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제국 속에서 기독교인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수도회가 등장했던 300년경은 기독교가 공인되는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공인 전 기독교인은 핍박받는 나그네였다. 하지만 기독교가 공인됨으로써 기독교인은 더 이상 종교로 인해 핍박을 받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회적 성공과 출세를 할 수 있는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게 됐다. 이 때문에 기독교 공인이 한편으로 고난을 딛고 성취한 승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의 가치가 교회에 들어와서 혼합되어 도덕 수준이 떨어지는 위기가 됐다. 최 교수는 그런 제국의 가치와 기독교가 혼합되는 위기를 자각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사막으로 들어간 것이 수도회의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 최종원 교수의 신간 <수도회 길을 묻다>

이런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개신교인들은 수도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수도회라고 하면 가톨릭 전통 혹은 천주교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수도회에 대해서 부정적 인식을 가진 개신교인들에게 “개신교의 역사가 500년이라면 수도회는 그보다 1200년의 역사를 더 가지고 있는 1700년된 전통의 제도”라고 상기시킨다.

물론 그가 수도회를 이야기할 때는 동방교회와 서방(가톨릭)교회의 전통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교회에서 담고 있던 원형적인 전통을 말하는 것이다.

“수도회 전통을 표현하는 것 중에서 ‘사도적 삶’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12제자들을 불러서 전도 여행을 보낼 때 명령하신 삶을 말합니다. 두 벌 옷과 돈 주머니(전대)를 가지지 말고 마을에 들어가서 전도하며 사람들의 은혜에 힘입어서 살라고 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이러한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했는데, 수도회 역시 말씀에 순종하며 청빈하게 사는 삶을 추구했다. 최 교수는 “수도회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초기 교회의 삶의 방식을 개신교 공동체에서 살아내도록 하는 시도를 해 보자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초기 교회의 삶의 방식을 담아냈던 수도회의 일상은 어떠했을까? 그는 수도회의 주요 일상을 ‘기도와 노동’(라틴어로 ora et labora)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노동은 ‘육체 노동과 학습’으로 구분된다. 그래서 최 교수는 수도회의 주요 요소를 기도, 일, 공부라고 말한다.

수도회는 하루 8번의 기도 시간이 있었다. 하루에 8번 기도한다는 것은 노동하다가도 기도한다는 것으로 어찌보면 노동을 방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이 기도로 채워져 있다는 것은 삶이 과도한 욕망, 노동을 많이 해서 소출을 많이 얻고 부를 축적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기도는 신과의 대화인 동시에 우리의 삶이 절제와 욕망의 과도한 추구를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우리는 흔히 기도나 영적인 것은 거룩하고 일은 세속적이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수도회에서는 노동이 하나님의 일과 무관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의 가치, 이땅에서 하는 일의 가치를 높였다는 점에서 수도회는 의미가 무척 크다. 수도회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은 각자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감당했다. 이 가운데는 필사본 작업이나 채색 성서 제작과 같은 전문적인 일도 있었다.

베네딕토 수도회의 수도 규칙 서문에는 수도회를 ‘그리스도를 섬기기 위한 학교’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런 점을 수도회의 일상과 연결하면 결국 수도회를 ‘기도학교’와 ‘직업학교’로도 이해할 수 있다.

중세 시대에 수도회가 기여한 점은 수도회 내 도서관과 학교를 운영한 것이다. 중세의 글자를 읽은 사람 90% 이상이 수도원 출신이었다. 수도회는 중세 교육의 중심이었고 이교 문헌과 그리스철학 등 고전 문헌 보전하고 필사하며 계승시킨 지식의 창고 역할도 했다. 그 결과로 수도원에서 대학이라는 제도가 탄생했다.

▲ 최 교수는 '신수도회주의'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종원 교수는 오늘 한국교회가 수도회에 주목할 이유로 무엇보다 주류 교회가 보고 있지 못하고 택하지 못하는 보다 근원적이며 때로는 급진적인 가치를 전달해 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수도회가 강조하는 가치로는 청빈, 침묵, 복종 등이 있다. 이러한 가치들은 수도회의 중요한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한국 개신교는 ‘청빈’을 이야기하지만 부에 대해서 긴장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부와 성공을 하나님의 복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경향 때문에 개신교가 대단히 ‘물신주의(物神主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오늘 한국 개신교에는 수도회와 같은 단순한 삶, 비우는 삶, 가난한 삶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침묵의 전통도 주목할만 하다고 말했다. 흔히 개신교를 말씀의 종교라고 한다. 성경의 말씀을 다른 전통보다 우월하게 여기기 때문에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는 제단 대신 설교단 중심이 됐다. 그러다 보니 침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성경 말씀을 잘 풀어서 전달하는 말이 더 가치있게 여겨졌다. 하지만 “말이 중심이 되다 보니 개신교가 너무 시끄러운 종교가 되어 버렸습니다”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회의 침묵 전통은 하나님의 말씀과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며 우리 삶을 조금 더 관조적으로 돌아볼 필요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가 수도회 전통에서 알리고 싶은 것은 ‘환대’(Hospitality)이다. 수도회는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 이주민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최 교수는 한국교회가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지, 환대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따지는 것을 넘어서서 예수님이 실천하신 차별없는 환대를 수도회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수도회를 통해서 배울 점이 많지만 개신교에는 수도회가 없다. 왜냐하면 종교개혁 때 수도회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자들이 수도회를 폐지한 이유는 수도회가 대조공동체 역할을 하기보다는 과도하게 재산이 집중되었고 수도사의 윤리적 삶과 신앙에서 수준 미달이었고 너무 타락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종교개혁 때 수도회를 폐지한 것을 단순한 폐지로 보기보다는 누구나 일상에서 수도사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확대한 것이라고 읽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환경문제 이런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 탐욕의 결과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해결책은 결국 우리의 삶이 수도회에서 볼 수 있는 조금 더 단순하게 이 세상을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와 같은 겸손한 삶, 비우는 삶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오늘 한국 개신교의 맥락에서 수도회는 유의미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그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국교회가 보여준 실상 중 하나는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는 있었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나누고 지탱하고 격려하는 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해서 아직 교회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작지만 서로 삶을 나누고 서로의 신앙의 고민 나누고 기도하고 북돋아줄 작은 공동체로서의 교회’, ‘공동체로서의 집합으로서의 교회’라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출간한 책 14장에서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신수도회주의’를 언급한다. 12개의 신수도회주의의 지표(marks) 중 하나가 ‘제국의 버려진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물론 그는 제도 교회가 모두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한국 교회가 이 시대의 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동체로서 소외된 곳을 향하는 수도공동체의 영성이 드러났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런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기독교는 항상 중심을 지향해 왔습니다. 고지를 점령하고 기독교인이 성취함으로써 사회에 아래로 영향을 주어야 한다고 위로부터의 개혁을 항상 꿈꿔왔습니다. 그런 자의식 속에서 많은 성취를 이루었지만, 과연 기독교가 돌보아야 할 소외되고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을 관심을 갖고 돌보았는가의 문제가 오늘날 제기됩니다. 오늘 필요한 수도회 정신은 제국의 중심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주변부의 소외된 사람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와 존재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종원 교수는 ‘유럽 중세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로, 기독교적 관점에서 세계와 사회를 조망하는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에서 ‘근대와 중세 지성사’, ‘사상의 역사’. ‘교회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홍성사, 2018), <중세교회사 다시 읽기>(홍성사 2020),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비아토르, 2019), <공의회, 역사를 걷다>(비아토르 2020) 등을 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