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교회가 가진 종교적 힘을 앞세워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정치 문제를 신학적으로 연구하며 다뤄야 합니다.”

▲ 박성철 목사

박성철 목사(51세,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하나세정치신학연구소 소장)는 한국교회가 정치 문제를 신학적으로 연구하면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독일에서 정치신학을 전공했다.

독일에서 공부하는 가운데 정치신학 지도교수를 만나 평소 가지고 있던 국가와 교회의 문제, 정치와 신학의 문제를 연구하며 논문을 작성했다.

“국가와 교회의 상관관계 연구는 서구신학의 오래된 주제입니다. 여성신학이 여성에 대한 신학적 이해라면, 정치신학은 정치에 대한 신학적 이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 목사는 정치신학을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며 정당화하는 교회에 대한 신학적·기독교적 사상사적 연구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는 정치신학으로 유명한 칼 슈미트 전공자이기도 하다. 칼 슈미트는 ‘종교적 가치가 정치적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민주주의에서는 신을 대치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면서 독재를 정당화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나중에 그의 사상이 나치 시대에 적극적으로 수용되어 이데올로기로 사용됐다. 당시 독일루터교회가 침묵하는 가운데 독일 국민 대다수가 나치 정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박성철 목사는 정치신학을 이야기하다가 겪은 어려움도 잠시 언급했다. “지금도 교회에서 정치 이야기를 꺼내면 빨갱이라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 역시 7-80년대 성장할 당시 군사독재정부와 결탁하여 정당화했다”면서 “하지만 교회, 국가, 정치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한국교회에는 없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한국교회 성도들 대다수가 “내가 좋아하는 정당이 승리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면서 “국가와 종교와 정치가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교권주의나 전체주의처럼 종교가 정치에 종속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이런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박성철 목사의 책 <종교 중독과 기독교 파시즘>

결국 그가 ‘하나세정치신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직접 나섰다. 이 연구소는 기독교 신앙에 기초하여 교회와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학문적, 실천적 활동을 실천하는 기관이다. 특별히 한국교회 내 근본주의적 신앙과 왜곡된 정치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목사는 한국의 극우 기독교가 정치세력화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적 절차 가운데 독재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독재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독재’라고 하면 ‘군사 쿠테타’만 생각합니다. 군사정권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세기 서구 사회에서 군사 쿠테타로 독재가 들어선 것보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독재가 들어선 경우가 많습니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는 독재자가 영웅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독재와는 다른 다양한 정치형태의 독재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와 함께 그런 독재를 지지하며 정당화하는 종교의 왜곡이 반드시 따른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왜곡된 정치 체제를 종교가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실을 한국교회에 알리고자 그는 <종교중독과 기독교 파시즘>(새물결플러스, 2020)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성도들도 ‘종교중독’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종교중독은 섹스, 폭력, 권력 중독과 같은 ‘과정중독’이다. 특정한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기쁨을 누리고, 안하면 우울감에 빠지는 면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종교중독이 다른 중독과 다른 점은, 예배, 집단, 지도자에 대한 중독에도 빠진다는 점이다. 곧 종교지도자의 우상화, 맹목적 복종이 종교중독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또한 종교지도자들 역시 ‘권력중독’에 빠진다. 그는 교회 내 성범죄 발생은 대다수가 종교적 위계에 의한 것으로 종교적 중독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종교지도자에 대한 맹목적 복종과 종교중독, 그리고 종교지도자의 권력중독이 전체주의로 이끌고 가게끔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종교중독 요소가 JMS 같은 이단 단체뿐만 아니라 일반교회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라면서 “종교중독, 권력 중독 유지하기 위해서 가해자 측 사람들이 배타적, 폭력적 모습을 보입니다”라고 언급하며 종교중독과 권력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치신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독일로 유학가기 전에 한국밀알선교단에서 간사로 7년 동안 사역했다. 이후 홍정길 목사의 남서울은혜교회 발달장애부서에서도 사역했다. 그가 장애인 선교 사역을 할 당시에 장애인복지법을 정부에서 개정했다. 그때 박 목사는 장애인 선교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기독교NGO로서 장애인 사역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경희대 NGO대학원에 입학해서 공부했다. 하지만 NGO대학원이 장애인 문제를 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독일은 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며 유학을 떠난 것이다.

박성철 목사는 한국교회가 과거에 성장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빠져서 한국사회의 모순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서 어디가 잘못됐고, 문제인지 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 성도들을 위한 ‘정치신학 개론’을 저술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 안에서 교회는 정치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정치신학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이라도 허심탄회하게 21세기의 건강한 교회와 정치의 관계를 이야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