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 이원좌 

고즈넉한 카페 한 자리에서
머리를 뒤로 묶은 젊은 남자가 누구를 기다리는지
연신 창밖으로 눈이 간다
세련된 옷차림은 예술인의 향기가 나는데

남자는 무슨 고민이 있는지
창밖을 살피는 눈길이 편안치가 않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기다리는 사람은 아직도 오지 않고 ᆢ

얼마나 시간이 갔을까
발자국 소리가
문 앞에서 멈추더니
문이 열리고 여자가 들어온다

3년 만에 만난 그들은
반가운 듯하면서도
3년의 거리공간이 어색한지
한동안 바라보며 웃고 있다

무슨 말을 할까?
남자가 먼저 말문을 연다
왜, 나를 찾았어?
여자가 묻는다

얼마 전부터 TV 채널 중에서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이런 타이틀로 방영을 하는 것을
우연히 보고
재미있어서 찾아보게 되었다

젊은 남녀가 만남을 지속하다가 어쩌다
헤어지게 되었든 간에 누군가는
미련을 갖게 마련이다

이때 이별의 매듭이 풀리지 않은 쪽에서
연락을 하는 것인데 당사자들은 쉽지 않은 것을
방송 쪽의 힘을 빌려 만남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들의 애타는 심경과는 달리
보는 이들의 마음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거

그러면 위의 전 연인들의 상황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면 오백원 ~~ㅋ

프로를 신청한 사람은 A
상대방을 X라고 부른다

세련되고 준수한 외모를 갖춘 A(남자)는 만남에 응해준
X(여자)를 보면서 눈에 꿀이 뚝뚝 떨어진다
X 또한 A 못지않게 아름답다

스크린 너머의 지켜보던 게스트들은
환호성이다 너무 멋지다~

어느새 세월의 거리가 좁혀졌는지
그때 그때 하면서 에피소드를 웃으며 이야기한다

이때 게스트들은 잘될 것인가 의견이 분분하다

청춘의 달달한 미소로 대화하다가
X가 묻는다
그런데 왜 나를 찾았어?
그러자 A가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래도 잘 통했고 그래서 헤어진 후에도
늘 생각하고 있었다고ᆢ

A가 여행 동우회를 이끌고 있었다
여자친구와 남자친구를
어떤 때는 거의 짝을 맞추듯이 3대3이라든가
이렇게 여행가는 일도 있다는 거

해외여행을 그렇게 다른 여사친과 스케줄 잡고는
X한테는 같이 가든지 ~
이런 식이었다는 거

X가 불편하다 이야기하면
왜 내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하지 하며
다투기도 했다는 거다
그리고 엄청 피 터지게 싸웠다는 X의 기억 앞에

기억과 추억은 다르다 했던가?

A는 깜짝 놀라면서 내가 그랬어? 정말?
그러고 보니 내가 그랬네 ~
내가 많이 나빴어 미안해 하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한다

같은 세대에 같은 공간에서의 기억이
어떻게 다를 수가 있을까

때로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럴 때의 상황은 거의가
좋을 때가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은 없기 때문이지
멈춰야 하는데 사나움을 부리는 거야
이럴 때 cctv가 있어야 할 것 같아

만남으로 이어가고 있을 때의
A의 기억에는 추억이 어마어마하게 아름답다
도대체 왜 헤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그동안의 만남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일방적으로 참고 견디며 애쓴 X의 헌신 때문이었던 거다

관계에 있어서 최선을 다한 사람은
인연이 끝났을 때 미련이 없다
연인이든 친구 간이든 이웃이든 그렇다

그 인연을 유지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에 따라서 그렇다는 거

어느 날 맨숭맨숭한 날이 되면서
친절했던 X가 너무나 그리워지는 거

찾아 나서는 것이지

그러나 어쩌나
사귀는 동안에 최선을 다한 X는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후다

수많은 A가 찾는 X 중에서
다시 이어진 경우는 전무하다
있을 때 잘해야 하는 이유다

의외로 여자가 찾아 나서는 A역활도 꽤 있다
찾아서는 차이는 거다
멋있어진 전 남친을 찾아서는 매달린다

최선을 다했던 X는 새로운 여자친구가 있다면서
한 방 날리고 간다

또 어떤 X는 매달리는 A에게 너무 늦었어
편안한 남자친구가 있거든 하며 여유 부리며 떠난다

결혼을 한 사이도 아니고
수업료 물고 수많은 X들은 넓혀진 안목으로 새로운 짝을 찾은 것이다

가여운 A들 X가 잘해줄 때 감사해 하고 잘 좀하지

좋은 사람을 놓치지 말자
조금 참아주고 기다리고 어떤 때는 설득하자
인연은 세상의 연결 고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