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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먹고 세수도 하고
장경애 사모 컬럼
2023년 01월 04일 (수) 13:32:37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새해가 밝았다. 어찌 살았든지 시간은 어김없이 같은 속도로 흘러갔다. 그리고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아주아주 공평하게 주어진 백지와도 같은 365일이라는 시간의 선물을 하나님으로부터 새롭게 받았다.

새해를 맞을 때면 누구나 지난해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고나 힘든 일은 과거로 다 묻어두고 새롭게 시작할 것을 다짐한다. 새해는 정말 글자 그대로 새롭게 시작하여 모든 것에 희망의 싹을 심고 잘 키워 가을에는 큰 열매가 맺혔으면 좋겠다. 비록 지난해에 오시지 않은 주님이시지만 한 발 더 가까이 오셨음을 인식하면서 주님 만날 준비 또한 더 열심히, 더 성실히 할 것도 아울러 다짐한다.

지난해가 호랑이(寅)해였으니 올해는 토끼(卯)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게도 무섭고 커다란 동물의 왕인 호랑이해가 가고 반대로 작고 귀여운 토끼해가 밝았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그해를 상징으로 하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동물을 생각해 보았기에 올해도 어김없이 토끼에 대해 지식도 가질 겸, 본받을 특성이 있는지 살펴봄으로 재미는 물론 유익을 더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니까 작년에는 우리 집안에 호랑이 한 마리가 생겼다. 그것도 암컷 호랑이다. 바로 호랑이띠의 손녀가 태어난 것이다. 손녀 바보가 된 나는 호랑이인 나의 손녀를 안기도 하고 뽀뽀도 하며 마음껏 즐긴다. 그 무서운 호랑이를 말이다. 그런데 집안에서 가장 여리고, 힘없는 손녀는 호랑이해에 태어난 데 반해 근 반세기 동안 내게 대장으로 존재해온 남편은 귀엽고 토실토실한 토끼해에 태어났다. 그러고 보면 토끼와 호랑이는 서로 얽힌 이야기나 민화가 참 많은 것도 놀랍고 재미있는 일이다.

   
 

시작할 때는 큰 포부로 시작했으나 그 생각과는 다르게 초라하고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때 우리는 “호랑이를 잡으려다가 토끼를 잡는다”라고 한다. 여기서도 호랑이와 토끼가 등장한다. 또 뛰어난 사람이 없는 곳에 보잘것없는 사람이 득세함을 말하는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한다”라든가 “호랑이 없는 동산에 토끼가 선생 노릇한다”라는 속담 속에도 호랑이와 토끼가 함께 등장하는 것을 보면 호랑이와 토끼는 우리 민족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인 것만 같다. 그림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호랑이와 토끼가 함께 있는 민화 ‘이묘봉인도(二卯奉寅圖)’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모양을 말할라치면 혹자는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호랑이로, 혹자는 지혜롭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을 나타내는 토끼로 우리나라 모습을 묘사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제 호랑이해는 갔고 토끼해가 밝았으니 토끼에 대해 조금 살펴보고 싶다.

토끼! 하면 약삭빠르고 꾀 많고 귀여운 동물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또한 토끼는 많은 동물 중에서 혐오감이 거의 없는 동물이다. 비교적 인간에게 귀여움을 받는 동물이기에 우리 주변에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는 아주 쉽다.

토끼는 작고 온순한 동물이다. “토끼 꼬리만 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토끼 꼬리가 아주 짧은 데서 기인한 것으로 겁이 많고 나약한 사람을 말할 때 쓰는 말이다. 가령 “놀란 토끼 뛰듯 한다”라는 말을 봐도 알 수 있다. 토끼는 식성이 좋아 기르기 쉽지만, 포식자들에 의한 사냥감의 대상이 되기에 항상 주위를 경계하고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가 하면 토끼는 인간보다 10배 더 잘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예로 토끼는 잠을 자다가도 정말 작은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는데 ‘도망치다’를 속되게 이르는 ‘토끼다’라는 말도 토끼가 재빨리 달려가는 민첩한 모습에서 생긴 말이다. 또한 토끼잠이라는 말이 있는데 토끼처럼 깊이 잠들지 못하고 아무 데서나 잠시 눈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우리 민화 <토끼전>에서 토끼가 지혜롭게 대처하여 도망 나온다는 내용을 보면 토끼는 종종 영리한 동물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실 토끼는 천적인 야생동물에게 잡혀 큰 상처를 입고 간신히 도망치더라도 곧바로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사건의 현장으로 돌아오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토끼는 경계심이 많고 360도를 다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어 한 곳만 보지 않고 여기저기 살피는 특성이 있는 반면에 호기심 또한 많아 훈련이 안 된 토끼는 주인 말도 안 듣고 제멋대로 하는 한눈팔기 대장이라고 한다.

토끼와 연관된 사자성어도 있는데 그중에 교토삼굴(狡兎三窟)이란 말은 ‘토끼가 위기 상황이 올까 봐 굴을 세 개 판다’는 뜻으로 토끼의 영리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말로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이 삶아 먹는다는 뜻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토끼와 연관된 동요도 많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라는 노래는 어린아이로부터 연로하신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불린다. 그 외에도 “토끼야 토끼야 산속에 토끼야”라는 노래도 생각난다. 그뿐 아니라 토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화도 많다. 특히 토끼는 우리 민족의 설화 속에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보면, 달 속에서 토끼가 절구를 찧는다고 한다. 마치 토끼가 달의 정령과도 같은 상징성으로 민속신앙을 보여준다. 우리가 많이 아는 동요 <은하수>의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가사를 보면 그것을 더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린이라면, 아니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서 약삭빠른 토끼는 자신을 믿고 자신만 보다가 실패했다면, 거북이는 이길 가능성이 1%도 없는 경기였지만 푯대를 향하여 쉼 없이 달려 토끼를 이겼다. 이처럼 우리도 저 하늘의 푯대를 향하여 열심히 살 것과 연초에 계획하고 목적했던 것은 이루지 못하고 엉뚱한 것을 이루는 일이 없도록 목표를 잊지 않아야겠다.

토끼해인 2023년에는 동요 <옹달샘>의 토끼처럼 세수하러 갔다가 물만 먹고 오는 토끼가 되지 말고 물도 먹고 세수도 하고 오는 일거양득의 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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