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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오브 헤븐> / 한껏 무게잡다 재미 놓친 영웅
2005년 05월 18일 (수)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 영화 <킹덤 오브 헤븐> 사진제공 폭스코리아
대장장이 발리안(올랜도 블룸)은 자신의 숨겨진 아버지라고 밝힌 고프리(리암 니슨)의 제안을 따라 십자군 전쟁에 동참하여 예루살렘으로 가게 된다. 함께 길을 떠나게 된 발리안은 아버지가 죽기 직전 수여한 작위를 받아 정식 기사가 돼 예루살렘의 국왕의 신임을 한 몸에 받게 된다. 평소 고프리를 앙숙으로 여겨왔던 기 드루지앵은 볼드윈 4세가 죽고 권력을 쥐게 되자, 살라딘이 이끄는 아랍권을 자극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일으킨다. 발리안은 예루살렘 성을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은 몇 해전 <글래디에이터>를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의 또 다른 서사극이다. 중세시대 영웅의 이야기를 또 다시 다루었다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제2의 <글래디에이터>를 기대했다.

하지만 <킹덤 오브 헤븐>은 <글래디에이터>와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전작보다 전쟁의 스케일은 더 커졌고, 영웅의 활약상은 대폭 축소됐다.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와는 달리 발리안은 싸우기를 싫어하는 인권주의 영웅으로 그려진다. 자신이 싸우는 이유는 오로지 백성들을 구하기 위함일 뿐 정복이나 승리에는 관심이 없다.

감독은 십자군 전쟁이 가지는 역사적 과오를 영화 속에서 전쟁의 무의미함을 말하는 주인공의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명분이나 종교적 분쟁보다 우선 사람에 대한 사랑이 더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킹덤 오브 헤븐>은 반전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장면을 통한 느낌보다 단순히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고 있어, 올리버 스톤의 <플래툰>이나 테렌스 말릭의 <씬 레드라인>에서 보여지는 전쟁에 대한 냉철한 비판에는 한참 뒤처진다.

주제와 달리 스크린에서만큼은 전작보다 더 화려한 전쟁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글래디에이터>를 규모적으로만 능가하는 전쟁의 모습은 전편의 비장함에 못 미치고, 다양하지 않은 장면의 전개는 전체적으로 지루해진 느낌을 주어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키고 말았다. 대군이 동원된 전쟁신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는 <반지의 제왕>이나 <트로이> 등의 영화를 통해 이미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는 식상하게 보여질 뿐이었다.

결국 <킹덤 오브 헤븐>은 전쟁에 대한 도덕적 고찰과 전쟁영화의 박진감 넘치는 장면 사이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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