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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중에 부르짖는 기도(2)
김정훈 교수의 기도 본문 해설
2021년 10월 21일 (목) 14:13:33 김정훈 교수 webmaster@amennews.com

김정훈 교수 / 영국 글라스고(Glasgow) 대학교 신약학 박사, 백석대학교 신약학 은퇴 교수, B and C Mission Center 현대표
 

   
김정훈 교수

 다윗의 기도(4)(시 57:1-11)

(4) 나는 지금 사나운 사자들 곧 불같이 맹렬한 악인들 틈에 있나이다(4절)

“내 영혼이 사자들 가운데에서 살며 내가 불사르는 자들 중에 누웠으니 곧 사람의 아들들 중에라 그들의 이는 창과 화살이요 그들의 혀는 날카로운 칼 같도다.”

이는 다윗이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원수들의 위협이 얼마나 강력하고 무서운지를 묘사하는 내용이다. 그는 자기 영혼이 사자들 가운데 살고 있다고 고백한다. 여기서도 “내 영혼”은 전인으로서의 다윗을 가리킨다. 그는 자기가 당하는 고통이 단지 육체만의 고통이 아니라 자기의 영혼도 함께 겪는 영육간의 고통임을 피력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사자들 가운데에서 살며”라는 말은 다윗이 얼마나 큰 공포심에 전율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포효하는 사자의 얼굴과 이빨들이 얼마나 무서운가. 고대인들은 적들과 전쟁할 때에 사자의 여신의 깃발 아래 모여 행군했다고 한다(존 월튼·빅터 매튜스·마크 샤발라스, 『성경배경주석: 구약』, IVP[서울: Korea InterVarsity Press, 2001], 769). 고대 군인들은 용맹한 사자상을 자기 부대의 표호로 삼고 자신들의 용맹함을 상징화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에도 한국군 맹호부대는 사자상을 부대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다윗은 구약시대 사람들의 군사문화를 차용하여 자신의 처지를 비유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불사르는 자들 중에 누웠으니 곧 사람의 아들들 중에라”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또 다른 묘사로서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고통 가운데 있고, 자신을 공격하는 자들이 얼마나 포학한 자들인지를 진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영육이 불에 활활 타는 것 같이 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는 자신의 몸이 불에 타서 재가 되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다윗은 자신을 이와 같이 불구덩이로 몰아넣고 있는 대적자들을 “사람의 아들들”이라고 지목한다. 이 용어는 시편 66:5과 에베소서 3:5에도 나타나는데, 이 두 본문에서 그 의미는 단지 일반적 의미의 인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다루고 있는 시편 57:4에서는 그 용어가 하나님이 기름 부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내정하신 자를 제거하려고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자들을 가리킨다. 그들은 창세기 6:2의 “하나님의 아들들”과 정반대되는 개념으로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을 파괴하려는 극악한 원수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다윗은 이러한 자들의 전방위적 추격에 불에 타서 산화하는 듯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기도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과 고통의 아픔을 하나님께 아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통곡하듯이, 비명을 지르듯이 하나님께 호소하는 일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인간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하나님이 외면하신다 해도 나는 괜찮습니다”라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거나 꽤나 믿음이 깊은 것처럼 “하나님이 다 알아서 해결해 주실 줄 믿습니다”라는 식의 떠넘기는 듯한 태도는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지 않을 것이다. 예수께서도 육체로 계실 때에 하나님께 심한 통곡과 눈물로 기도하신 것을 기억하자(히 5:7-9).

다윗은 자신을 괴롭히는 원수들이 어떠한 무장을 갖추고 달려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진술한다: “그들의 이는 창과 화살이요 그들의 혀는 날카로운 칼 같도다”(비교. 시 64:3; 140:3). 다윗은 원수들이 자신을 물고 뜯을 때 창과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와 자기에게 박히는 것과 같은 통증을 느꼈다. 그들이 자기에게 퍼붓는 온갖 욕설과 비방은 날카로운 칼로 심장을 후벼 파는 것과도 같았다.

신약성경에서 바울은 시편을 인용하여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인들에 대해 “그들의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요 그 혀로는 속임을 일삼으며 그 입술에는 독사의 독이 있고 그 입에는 저주와 악독이 가득하고”(롬 3:13-14)라고 묘사한다. 언어폭력은 현대인의 특징 중의 하나다. 악독한 언어의 칼날이 연인 간에, 가족 간에, 친구 간에, 회사 동료 간에, 국가 간에 숲모기처럼 날아다닌다. 하나님은 인간의 언어를 주의 깊게 관망하시고 언어에 독을 섞어 하나님의 백성을 위해하는 자들에게 무서운 형벌을 내리실 것이다.

(5) 하나님, 당신의 영광이 온 세계 위에 높아지기를 원하나이다(5절)

“하나님이여 주는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며 주의 영광이 온 세계 위에 높아지기를 원하나이다.”

이는 다윗이 대적자들의 위협으로부터 오는 공포심을 극복하고 오직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기를 기원하는 송영이다. 다윗은 당장 자신이 처한 절박한 상황에서 하나님께 구원을 호소하지만 자기가 지금 찾고 있는 하나님은 단지 이 세상뿐 아니라 이 세상 너머 영역에서까지 영광 받으셔야 할 존재이시다. “온 세계”는 세상의 역사가 펼쳐지는 지구와 광활한 물리적 영역뿐 아니라 피조세계를 초월하는 하늘의 영역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윗의 영혼은 자연세계뿐 아니라 무한한 천상세계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는 가시적 세계와 불가시적 천상 세계 모든 영역에서 지존자 하나님의 영광이 높아지기를 찬양하고 있다.
 

2) 하나님의 공의에 의한 궁극적 승리를 확신하며 그분의 영광을 간구함(시 57:6-11)

이 두 번째 단락은 앞 단락의 평행 단락이라고 볼 수 있다. 내용상 양자 간에 많은 중복이 있다. 이 두 번째 단락에서 시인은 앞 단락의 배경과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충적 내용을 통해 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1) 하나님, 저의 길을 훼방하는 자들이 도리어 자기들이 판 함정에 빠져 파멸하는 것을 봅니다(6절).

다윗은 목숨 부지를 위해 쫓겨 다니는 상황 가운데서도 통쾌한 일을 목격하였다. 자기가 가는 길목에 몰래 장애물을 놓고 자기의 걸음을 훼방하는 자들이 오히려 자신들이 판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들이 내 걸음을 막으려고 그물을 준비하였으니 내 영혼이 억울하도다 그들이 내 앞에 웅덩이를 팠으나 자기들이 그 중에 빠졌도다(셀라).”

원수들은 다윗을 생포하려고 그물을 놓았다. 마치 사냥꾼들이 새들이 잘 날아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치고 기다리는 것처럼 다윗을 잡으려고 온갖 음모를 꾸몄다. 사울은 음모를 꾸며 다윗을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죽게 만들고자 한 일이 있다(삼상 18:17-29). 사울은 다윗에게 자기를 위해 용기를 내어 여호와의 싸움을 싸우면 자기 맏딸 메랍을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다윗을 블레셋과 접전하는 전장(戰場)에 보내어 그를 죽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사울은 약속한 기한이 되었을 때 메랍을 다른 사람의 아내로 주었다.

사울의 음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울은 자기 딸 미갈이 다윗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다윗에게 주어 그에게 올무가 되게 하고자 흉계를 꾸몄다. 사울은 다윗이 블레셋과 접전하는 전장(戰場)에 나가 전사하게 할 요량으로 다윗을 비밀리에 불러 자기 딸 미갈을 주어 그를 사위로 삼겠다고 제안하였다. 이는 다윗의 입에서 자신은 결혼 지참금을 낼 수 없다는 말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사울은 다윗으로 지참금을 대신할 어떤 것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울의 예상대로 다윗은 자기가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라 왕의 딸과 결혼하는 것이 어렵다고 사울의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신하들은 왕에게 이 말을 전하였고, 왕은 그들을 통해 자기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단지 블레셋 사람들의 포피 100개를 원한다고 응답하였다. 사울은 다윗이 자기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다윗이 전쟁터에 나가 블레셋 사람의 손에 죽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하지만 다윗은 사울이 내건 조건을 수용하고 전쟁터로 나가 단숨에 블레셋 군인 200명을 죽이고 그들의 포피를 가져다가 왕에게 바치고 미갈과 결혼하였다(삼상 18:27). 이 일 후에도 사울은 다윗을 죽이려는 음모를 멈추지 않았다.

다윗은 이러한 일들을 생각할 때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다윗은 사울과 그의 호위무사들을 일거에 처단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다윗은 끝까지 하나님의 명령에 충실하였다. 그는 부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기름 부어 세우신 왕의 생명은 그분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하는 원칙을 요지부동으로 고수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이러한 전사도(戰士道)에도 불구하고 선의를 악의로 갚으려는 사울의 행동을 생각할 때 다윗은 인간적 비애를 금할 수 없었다. 이 억울함을 누구에게 탄원할 것인가? 다윗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억울하다”는 말로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다윗을 억울한 채로 내버려 두시는 분이 아니심을 보여주셨다. 하나님은 다윗을 눈동자와 같이 지키시는 분이시며, 상황을 반전시켜 당신의 언약을 성취해 가시는 분이심을 보여주셨다. 다윗은 자기 원수들이 스스로 판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목격하였다. 다윗의 원수들은 웅덩이를 파고 입구를 위장하며 다윗이 거기에 빠져 꼼짝 못하게 될 것을 상상하며 흥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거기에 빠져 갇힌 것은 다윗이 아니라 그의 원수들이었다. 다윗은 이 광경을 목도하면서 아찔하면서도 통쾌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이 모든 상황을 하나님이 지켜보시며 그분이 자기를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셨다는 확신을 하게 될 때 그는 얼마나 큰 감격에 사로잡혔겠는가?

우리도 세상살이에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들을 겪을 수 있다. 때로는 우리의 훼방자들에게 핵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원수는 하나님이 갚으신다. 우리는 억울한 감정에 압도되어 가해자들을 우리의 손으로 심판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심판은 오직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 우리는 마음에 분노가 일어날 때 도리어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우리 자신을 성찰하며 모든 억울한 것을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원수 갚는 것은 우리에게 있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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