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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통합교단 법치 가능한가?
오총균 목사의 논단
2021년 09월 13일 (월) 11:00:56 오총균 목사 webmaster@amennews.com

오총균 목사/ 특화목회연구원장. 시흥성광교회 담임
 

   
오총균 목사

 1. 서론

예장 통합교단은 법을 중시하는 ‘법치교단’이다. 그 어느 교파보다도 「장로교」만이 지니는 민주주의 3권 기능에 기초한 입헌주의 통치 원리가 원활히 작동되면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해 왔다. 교단 총회규칙 제2조에서 ‘성경’과 ‘교단 헌법’에 입각하여 모든 사업을 실행하는 것을 총회의 목적으로 규정할 정도로 법치를 존중하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근자(近者)에 이르러 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교단 내 의사결정을 좌우하면서 법치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의한 치리권 행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경우에 따라 고무줄처럼 법을 적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적법과 위법이 이익에 따라 상호교차 작동되며 내 편에게는 관대한 법적용이, 상대에게는 엄격한 법적용이 관행화되고 있다. 이로써 교단 내에서는 공정성 시비가 일면서 중요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정·반(正·反)의 논리와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그 결과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반목과 대립과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제106회 총회에서 부총회장 선거, 사무총장 인준, 장신대 총장 인준 등을 앞두고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이 같은 갈등의 원인이 어디서 왔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심층 분석하고 교단 현안의 문제를 푸는 해법이 무엇인지 조명하고자 한다.
 

2. 법치의 의미

   
 

민주주의는 ‘법치’를 기본으로 한다. 법치(法治)란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에 따라 통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합의로 만들어진 법을 통해 공동체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과 폭력에 의한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고 합리적이며 공적으로 제정된 법의 지배를 통해 질서를 유지하고 공정사회를 이루며 정의를 실현함을 목표로 한다. 사람들 간에 다툼이 발생하거나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 경우, ‘법’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죄와 벌을 결정한다. 이때 ‘법’을 적용하여 사회와 집단의 문제들을 판단하고 해결해 나가는데, 그런 의미에서 재판은 사람들 사이의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사회 구성원들을 통합시키고 공동체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법치는 모든 국가와 집단이 지향(指向)하는 원칙이며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사법부의 판결 역시 법치구현의 최후 보루가 된다. 이런 점에서 법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법이 종이 위에 고정된 문자들의 총합으로 끝나고 실제 ‘법치’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 법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쓸모없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고 만다.
 

3. 법치의 본질

법의 창시자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처음 만드시고 선악 과일을 먹지 말라는 법을 주셨다(창2:17).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시고 선민에게도 법도와 율례를 주셨다(출15:25,레18:5). 성경은 법의 근원을 밝혀준다. 이에 교회(교단)와 헌법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리하여 기독교 각 교파에서는 성경에 근거하여 헌법을 제정하고 공동체를 운영한다. 이때 헌법은 수권(授權)적 조직 규범성을 지닌다. 교단을 어떤 형태로 구성할 것인지, 어떤 기본적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 통치기구와 조직구성 및 통치 작동의 원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전체 구성원의 합의 하에 법규범 형태로 제정한다. 교단 내의 모든 통치기구는 해당 집단의 최고법인 헌법에 의하여 조직된다. 따라서 모든 통치 권력은 헌법에 의해 위임이 있을 때에 한해서 그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 만일 헌법에서 위임한 통치기구가 권력을 남용하면 이는 공동체의 질서를 문란 시키는 중대 범죄가 된다. 교단의 치리회가 법치(法治)를 거부할 경우, 헌법의 기능이 상실되어 헌법이 설계한 치리회 구성 및 직무의 기능이 사라지고 치리회의 존립 자체가 소멸되는 원인이 된다. 이에 각 치리회에서는 스스로 치리회 존립기반 자체를 허물며 자해(自害)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4. 법치가 의무인 이유

성경은 신17:10-13에서 법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여호와께서 택하신 곳에서 그들이 네게 보이는 판결의 뜻대로 네가 행하되····그들이 네게 말하는 판결대로 행할 것이요 그들이 네게 보이는 판결을 어겨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 것이니라. 사람이 만일 무법하게 행하고····제사장이나 재판장에게 듣지 아니하거든 그 사람을 죽여 이스라엘 중에서 악을 제하여 버리라. 그리하면 온 백성이 듣고 두려워하여 다시는 무법하게 행하지 아니하리라.” 성경은 ‘법치(法治)’를 선(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통합교단 헌법은 법조문 신설 없이 ‘총회결의’로 헌법과 헌법시행규정의 시행유보, 효력 정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헌법시행규정 부칙 제7조). 그리고 재판의 종국판결에 대하여는 그 판결을 내린 재판국이 속한 치리회장과 최종적으로는 총회장이 판결집행을 이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교단 권징법 제119조). 이 의무의 불이행 행위는 죄과(범죄) 행위가 된다(교단 권징법 제3조 제2항). 법치는 성경과 교단 헌법이 정한 의무이며, 법치를 떠난 치리권 행사는 있을 수 없다. 법치(法治)는 교단 구성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원이 되고, 헌법에 의해 설계된 치리회를 존속시키는 원인이 되며, 각 치리회가 처결한 사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가 된다.
 

5. 법치의 실태

재판은 하나님께 속한 것인즉(신1:17)”이라는 이 한마디 말씀은 각 치리회에 부여된 치리권(행정 및 권징)이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말해준다(교단 정치법 제63조 제2항). 이에 예장 통합교단 헌법은 치리권 행사에 있어서 모든 판단 기준을 “성경”에 두고 있다(총회규칙 제2조 및 교단 권징법 제4조 제3항). 교단 정치법 제5조는 치리권 행사를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어 섬기고 전달하는 것으로 명시하면서, 치리권 행사는 오직 하나님 뜻에 따라 진행되어야 함을 명백히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단 각 치리회 현장에서 진행되는 치리권 행사에서는 치리권의 본질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면서 실제 하나님께 속한 일을 대행하는 청지기적 자세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각 치리회가 행하는 치리권 행사는 사익을 추구하는 강자의 이익 도구로 전락되어 하나님께 속한 치리권 행사라는 본질이 무색해지고 있다. 성경이 금하고 있는 법치를 떠난 정무적 판단, 공의를 외면하는 처분, 세력 있는 자에 대한 봐주기 식 판결이 난무하고 있다. 공의 실현을 위한 하나님의 일(치리권 행사)은 사람에 의해 정도(正道)에서 이탈하여 굴절되었고, 구약 시대처럼 힘없는 약자의 권리가 박탈당하여 짓밟히는 비운(悲運)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사1:23,10:2,렘5:28).
 

6. 법치가 무너진 역사(歷史) 현장

1938년 9월 제27회 총회는 신사참배를 가결했다. 전국 27개 노회에서 파송된 총대 193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장은 가(可)만 묻고 부(不)는 묻지 않고 만장일치로 가결을 선포했다. 선교사 20여 명은 “신사참배 가결은 하나님 말씀 위반이요, 장로회 헌법과 규칙 위반”이라며 큰 소리로 고함치며 신사참배 가결을 무효화하기 위해 신사참배 결의 철회 긴급동의안을 총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동의안은 거부됐다. 총회원 26명도 “이번 총회결의는 하나님의 계율과 조선예수교장로회 헌법에 위배 될 뿐만 아니라 회원에게 발언권도 허락하지 않고 강제로 회의를 진행한 것은 위법”이라며 항의서를 총회에 제출했으나 기각됐다. 총회 폐회 3개월 후, 총회장은 각 교회에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행위에 대하여 엄벌할 것을 서한으로 발송했다. “총회결의를 경멸하는 행동은 주님의 뜻에 위배되는 행동이며, 총회결의를 불이행하는 자는 결코 신민과 교인으로 인정될 수 없으며, 반대 행동에 대하여는 마땅히 처벌되어야 한다.” 그러나 총회가 성경에 반하는 결의를 하고 이를 주님의 뜻으로 왜곡하며 일본에 충성한 그 일이 있은 7년 후 일본은 패망했다. 신사참배 결의를 주도했던 총회장은 양심의 가책을 받고 괴로워하다가 결국 목사직을 사직하고 말았다.
 

7. 역주행하는 법치

예장 통합교단 제106회 총회(헌법위원회)는 ‘헌법시행규정 제16조의 1 제5항’ 신설 개정안을 상정한다. “해당 교회에서 이전에 사임(사직) 또는 은퇴한 위임(담임) 목사 및 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5년 이후에 위임(담임) 목사로 청빙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 1,2호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총회가 해당 규정을 신설(개정)하려는 이유로 해당 헌법을 보완하려 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나, 실제 그 이면에는 이미 법을 잠재하고 처결한 총회결의를 보완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법을 잠재한 총회결의가 자칫 교단 운영기능을 허물 수 있다는 현실 인식과 함께, 해당 규정의 법제화 없이는 목회세습 허용결의가 영구한 미제(未濟)로 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의 하위법인 헌법시행규정으로 헌법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법리에도 맞지 않으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더구나 해당 규정이 통과되면 그 순간부터 세습이 봇물 터지듯 진행되면서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교단 총회가 법을 만드는 본연의 직무에만 충실했더라면 총회결의로 노회의 고유권한인 지교회 시무목사 임면권을 침해할 필요도, 뒤늦게 법을 만드느라 뒷북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8. 법치가 무너지는 원인

1788년 존 애덤스는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다수의 폭정’이란 어느 군중이 특정 사상에 대하여 다수의 지지를 얻어 그것을 절대적 정의로 착각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사상에 찬동하지 않는 소수집단을 비판하고 억압하는 집단의 악이다. 다수의 횡포라고도 쓰이는 이 말은 군중에 호소하여 다수의 숫자로 정의를 왜곡하는 집단적 오류를 말한다. 이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 다수를 자극하는 감성과 편 가르기이다. 다수의 폭정이 계속되면 정의와 도덕은 사라진다. 근면하고 성실하고 약속을 지키는 자들이 사라지고 게으르고 남을 속이고 남의 성과를 훔치는 자들이 득세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선동 능력이 뛰어난 자들이 지배하는 야만사회(野蠻社會)가 된다. 다수의 폭정이 지배하는 야만사회에서는 ‘원칙’과 ‘룰(rule)’이 사장(死藏)되고,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 사회가 된다. 약탈 능력이 뛰어난 자들이 주관하는 야만사회에서는 돈과 법이 교묘히 이용되어 정의를 왜곡한다. 이때 ‘다수그룹’에 속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은 자들이 겁에 질려 침묵하며 신변안전을 위해 ‘다수그룹’의 부역자(附逆者)로 등장한다. 가장 정의로워야 할 종교집단에서 법치가 무너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9. 결론

이상에서 예장 통합교단 내 갈등 원인을 살펴보았다. 교단 내 현안이 대두될 때마다 잡음이 일어나는 원인은 법에 따라 공정하게 현안을 처리하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교단 내에서 공정한 법집행이 실행되지 않는 이유를 “형제간의 일을 판단할 만한 지혜 있는 자가 이같이 하나도 없느냐(고전6:5)”라고 말한 바울의 탄식에서 찾을 수 있다. 교단 내 법치가 실종되는 것을 보면서 세상뿐 아니라 천사까지도 판단할 지각과 영성을 가진 인물이 희귀하다는 것을 확인케 된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도 ‘법치’는 교단을 살리고 교단을 반석 위에 세우는 초석(礎石)이 된다(레18:5,신4:1). 이에 각 치리회에서는 법을 허물지 말고 법치를 더욱 실현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성경’만이 각 치리회의 결정과 판단을 이끌어내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성경의 교훈 따라 ‘법치교단’의 본 모습을 회복하는 것만이 교단을 살리고 현안의 문제를 푸는 해법이다. 과연 예장 통합교단 법치는 가능한가? 그 해답은 ‘성경 말씀을 믿고 따르는 사람’(교단 정치법 제4조)이 교단의 지도자가 되느냐에 달려 있다. 하나님께서는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000인을 남기셨듯이(왕상19:18) ‘성경’과 ‘헌법’에 따라 교단을 이끌 지도자를 예비하셨다. 이들이 등장할 그때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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