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동섭 교수/ 미국 리폼드 신학대학원 선교학 박사, 백석대학교 선교학 교수 역임, 글로벌 비전교회 담임
 

▲ 방동섭 교수

 상상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선택

 행 9:7절에 보면 사울이라는 청년에 대한 우리 주님의 평가가 나와 있다. 단 한마디로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핍박하느냐?“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주님께서 이런 사람을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사울은 초대 교회의 가장 불필요한 존재였고, 또 가장 두려운 대상이었다. 따라서 그는 주님의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도 주님이 그를 일꾼으로 세우실 것이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가 주님을 만난 이후 다메섹으로 올라왔을 아무도 그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제자들을 잡아가려는 술책을 쓰는 것으로 생각했다(행9:21). 그만큼 변화의 가능성이 적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주님이 사람을 쓰실 때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 때가 많다. 주님은 초대교회에 가장 아픈 상처를 주었던 사람, 또 가장 쓰라린 고통을 주었던 사울을 택해 교회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일을 맡기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에 가장 안 좋은 선택으로 볼 수 있는 사울은 매우 탁월한 주님의 선택이었다. 그 악명 높았던 사울이라는 청년이 주님 손에 붙잡히고 변화를 받게 되었을 때 초대교회에 두 가지 놀라운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초대교회를 향해 끈질기게 진행되었던 박해의 시대가 잠시 멈추고 평화의 시대가 오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초대교회를 가장 많이 핍박했던 사울이 선교사로 파송을 받고 선교의 본격적인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주님이 일하시는 방법이다. 사울이 변화시키므로 하나님은 박해의 시대를 끝내고 이방 세계를 향해 본격적으로 선교하는 시대를 여신 것이다. 위대한 반전이다.

우리가 교회사를 살펴보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떠오른다. 그것은 하나님은 언제나 사람을 통해 역사를 이루어 가신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을 잘 쓰는 일이다. 무엇을 하든지 어떤 일을 하든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사람을 잘 쓰고 사람을 잘 만나야 된다. 이 세상에서 사람을 제일 잘 쓰시는 분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시다. 누가는 사울이 회개하고 돌아왔을 때의 결과를 사도행전에서 매우 감격스럽게 정리하고 있다. “그리하여 온 유대와 갈릴리와 사마리아 교회가 평안하여 든든히 서가고 주를 경외함과 성령의 위로로 진행하여 수가 더 많아지더라“(9:31). 우리 보기에 잘못된 선택으로 보이는 주님의 선택이 얼마나 위대한 선택이었는가?
 

하나님의 시간표가 가장 정확하다

헬라어에는 시간을 표현하는 두 가지 단어가 있다. 하나는 ‘크로노스’이고 또 하나는 ‘카이로스’라는 단어이다. 다같이 시간을 뜻하는 것이지만 ‘크로노스’는 ‘해가 뜨고 해가 지면서 만드는 시간’ 혹은 ‘연대기적 시간’을 의미한다. 그 반면에 ‘카이로스’는 ‘하나님의 섭리의 시간’ ‘구속의 시간’ ‘하나님이 일하시는 시간’을 뜻한다. 예를 들어 마가복음에 “때가 찾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1:15)는 하는 표현은 “우리가 정한 시간이 왔다”는 뜻이 아니고 “하나님이 정하신 섭리의 때 구속의 시간이 왔다”는 말이다. 이것은 믿음의 눈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나님은 결코 우리가 정한 시간을 따라 일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절대 자유롭고 주권적이시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시한부 재림론’은 처음부터 허구적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만든 시간표를 따라 ‘예수님이 재림해 달라’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하나님의 주권을 도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은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이다. 사람이 예수 믿게 되는 것도 하나님의 시간표인 ‘카이로스’에 속해있다. 우리 생각에는 저 사람이 “지금 예수 믿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전도해도 그렇게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저 사람은 안 될 걸” 생각했던 사람이 의외로 주님께 빨리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에게 ‘하나님의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사울이라는 청년이 조금 더 일찍 예수 믿었더라면 많은 사람 죽지 않고, 교회에 큰 피해를 주지 않았을 것인데”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우리의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은 일치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바울을 언제 부르셨는가? 어떤 면에서 바울 편에서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고 준비되지도 않았을 때이다. 바울은 제자들을 죽이기 위해 결박하러 가는 중에 부르심을 받았다(행 9:5). 인간의 생각으로 본다면 그 때는 주님을 만나기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에 치명적 상처를 주려고 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치 않았을 때 사울에게 하나님의 시간이 이르렀던 것이다. 그는 주님을 만나게 되었을 때 “주여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다. 그 때 주님께서 “나는 네가 핍박하는 나사렛 예수”라고 하셨다. 그가 그 말씀에 얼마나 층격을 받았겠는가? 거기서 예수님을 그렇게 정면으로 만나게 되리라고는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울은 이처럼 생각지도 못한 때에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주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이다.

오늘날 교회는 한 사람의 변화를 목말라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변하지 않는 한 내 주변에는 아무도 변할 사람이 없다. 하나님은 변화된 한 사람을 사용하셔서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키신다. 변화된 사람이 모인 곳에는 반드시 변화의 역사가 일어난다. 내가 기도하며 복음을 전하는 대상이 지금 믿지 않는다고 낙심할 필요가 없다. 분명한 것은 사울이 변했다면 누구라도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작정 중에 있는 사람들은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주님을 믿게 될 것이다. 내 시간표보다는 하나님의 시간표가 더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