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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를 가다(1)
최은수 교수의 아르메니아 교회 역사 현장 탐방
2021년 05월 27일 (목) 14:23:45 최은수 교수 webmaster@amennews.com

최은수 교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 최은수 교수

노아의 방주가 멈추었던 아라랏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산과 들, 노아의 포도재배로 포도주 생산에 있어서는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곳, 바돌로매(나다나엘)와 다대오 등의 사도들이 순교로 교회의 토대를 닦은 땅,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나라, 바로 아르메니아(Armenia)이다. 현재는 주변국들에 둘러싸여 치이고 밟히고 쪼그라든 모습이다. 2020년에는 아르메니아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 지역을 두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전쟁을 벌였고,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 영토인 이곳을 27년여간 통치해 왔던 아르메니아가 항복함으로써 분쟁이 일달락된 듯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문제로 아르메니아 내부에서는 패전의 책임을 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국경지역에서는 간헐적으로 국지전도 발생하고 있다.

   
▲ 마지막 경우지인 우크라이나 케에프 근교의 보리스필 국제공항을 떠나 아르메니아로 가는 여정에서 마주한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조호를 이룬 들판의 정경

역사적으로, 고난과 역경을 감내하며 민족적 신앙적 정체성을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는 나라답게 아르메니아 사람들의 자부심은 성산이자 영산으로 불리는 아라랏산(큰 산 5,137미터, 작은 산 3,896미터) 만큼이나 높고 위대하다. 세계교회사에서 아르메니아는 두 가지 최초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최초의 기독교 국가인 점이고, 다른 하나는 최초의 카세드럴(Cathedral, ‘seat’ 즉 국교의 대표자나 특정 지역을 관할하는 성직자가 주재하는 대교회)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거의 매년 코카서스 지역을 방문하면서도 일정에 쫒겨서 유구한 역사 현장들을 돌아보지 못했다. 2020년에 탐방 계획을 세웠었으나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하늘길과 각국의 국경이 폐쇄되어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2021년 초만 하더라도 코카서스 지역을 방문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필자가 올해 초에 백신 접종을 마쳤고, 동시에 점차적으로 각 국의 국경이 개방되면서 2년 만에 코카서스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그동안 비행기 안에서 멀리 어렴풋하게만 보였던 아르메니아 교회의 역사 현장에 드디어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예레반(Yerevan) 도심의 전경

사실 코카서스 국가들 중에 조지아(러시아어로 그루지아)가 백신 접종자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 다른 제한 없이 입국을 허락하였다. 아르메니아도 국경을 개방하기는 했으나, 입국 조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웠다. 정부에서 입국자들에게 코로나 검사 증서를 요구했는데, 입국 시간을 기준으로 72시간 내에 코로나19 음성임을 증명하는 문서를 제출토록 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국 서부에서 출발하여 유럽의 2개국을 경유해야 하는 일정이라 무척이나 난감하였다. 더군다나 유럽이 여전히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한 상황에서 심지어 단순 경유 승객에게까지 검사 증서를 요구하였다. 그것도 도착 기준으로 48시간 내에 받은 검사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조건에 맞게 검사를 받는 것도 어려웠고, 검사를 주관하는 병원이나 연구소들이 여행자들의 상황을 악용하여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를 탐방하려고 기도하며 노심초사하는 필자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필자가 5월 초반 모든 탐방 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려는 순간에 무심코 아르메니아의 국제공항 홈페이지를 검색하다가 빅뉴스를 발견하였다. 아르메니아 정부가 2021년 5월 6일 자 행정 명령을 통해 백신 접종자에게 아무 제약없이 입국을 허락하였던 것이다. 발표가 난 5월 6일을 기준으로 10일 후인 5월 17일부터 적용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중간에 환승하는 도시들도 경유 승객들에게 코로나 검사 증서를 요구하지 않는 스위스의 취리히와 우크라이나의 키예프로 확정했다.

   
▲ 예약도 안 하고 가이드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는데도 도심의 주요 방문지를 안내한 영특하고 친절한 개의 모습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출발할 날짜가 되었다. 아직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마지막까지 확인하고 재차 점검하였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세 장의 항공권을 발급받는데 45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각 국가별로 요구 사항이 다르고 시시각각으로 규정이 바뀌기 때문에 항공사 카운터 직원도 쩔쩔매며 확인에 또 확인을 하느라 시간이 그렇게 지체되었던 것이다. 평소 같으면 수 분 내로 마쳤을 수속이 생각보다 길게 지체되었다. 필자가 경유하게 될 스위스 취리히와 우크라이나 키에프 공항들은 환승객들에게 코비드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지 않아서 그런 곳을 엄선하여 항공 예약을 하였었다. 가장 보편적인 경로인 영국 런던은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 때문에 배제하였고, 독일의 공항들은 환승객들에게 현지 도착 시간을 기준으로 48시간 내에 행해진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요구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환승 공항들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를 갈아탈 때마다 확인한 것을 재차 확인하는 친절(?)한 특별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스위스 취리히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환승객을 포함 모든 승객에게 매우 자세한 개인정보, 환승 내용, 그리고 최종 도착지와 현지 체류 주소까지 무슨 신원조사 하듯이 서식을 작성하도록 요구하였다.

이번 여정의 환승 공항 중 하나인 스위스 취리히(Zurich)는 독일어권 스위스의 대표적인 종교개혁가이자 개혁파 교회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울리히 쯔윙글리(Ulrich Zwingli)의 도시다. 필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다양한 종교개혁 현장 탐방 팀들을 인솔하고 이곳을 방문하였었다. 쯔윙글리의 종교개혁 무대였던 그로스 민스터(대교회), 신학교, 그리고 강변에 자리 잡은 쯔윙글리의 동상 등이 대표적인 현장이다. 이 외에도 쯔윙글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기도 하다. 쯔윙글리는 로마 교황청이 종교전쟁 등에 스위스 군인들을 징집하여 사지로 내모는 행태에 반발하여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모든 측면에서 로마교회와 철저하게 단절하는 사상을 설파하며 실천하였다. 먼저, 그는 예배 의식에서 로마교회의 미사 형식을 완전히 배제하였다. 성만찬과 관련하여, 그는 성경대로 철저하게 기념설을 주장함으로 마틴 루터와 극단적으로 대립하였다. 쯔윙글리의 영향으로 인하여 아주 오랫동안 취리히는 가장 개혁파 교인들이 많이 출석하는 교회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세속화의 물결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그런 좋은 전통을 잇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에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에게 한류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여 수 많은 사람들이 취리히를 방문하는 진풍경을 연출하였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보았던 ‘러브’(LOVE) 구조물이 수도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어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답게 사랑을 실천하는 상징처럼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보리스필 국제공항도 약간 한산해 보이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공항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취리히로부터 2시간 여에 걸친 비행후에 키예프에서 환승을 하는데 경유 승객이 워낙 없어서 아예 문을 잠궈 놓고 있다가 어쩌다 한 번씩 생기는 승객들의 안전점검을 하는 정도였다. 우크라이나가 아직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승객들의 편의를 최대한 확보해 주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 감사한 마음이었다. 이제 마지막 비행만 하면 이번의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기대감에 탑승구에서 기다리는데 대기하는 승객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사실은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세계 각지로 흩어져 살고 있는데 우크라이나에도 적지 않은 디아스포라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을 잠시 후에 알게 되었다. 만석에 가까운 사람들을 태운 항공기는 드넓은 우크라이나의 평원을 지나 흑해를 한참 날더니 츠바르노츠(Zvartnots) 국제공항에 안착하였다. 이 공항의 명칭은 ‘하늘의 천사들’이라는 이름의 뜻을 가진 근처 도시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바로 며칠 전인 5월 17일부터 바뀐 규정대로 접종 증서를 담당자에게 보여주니 일사천리로 입국 수속이 끝났다. 현지 시간을 보니 5월 25일 화요일 매우 이른 새벽이었다.

장장 8,539마일, 즉 13,742킬로미터를 날아서 비행기를 네 번이나 갈아타 가며 아르메니아를 기어코 가려고 하는 이유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것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하여 곳곳에 불편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면서 교회사 연구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초심을 확인하였다. 교회사는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To remember). 교회사가로서 필자는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지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전히 고난과 역경의 상징이 된 그들의 수고로운 생명력을 기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함이다. 그들은 신앙 때문에 삶의 터전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라야 했었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비참하게 잃어야 했으며, 때로는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서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어디를 가든지 가장 먼저 교회를 세웠으며 신앙의 생명력을 끈질기게 이어감으로 불멸의 신앙을 교회사의 흐름 속에서 온몸으로 증명하였다. 그들의 자취와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경외하며 영광을 돌려드리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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