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교수 / 영국 글라스고(Glasgow) 대학교 신약학 박사, 백석대학교 신약학 은퇴 교수, B and C Mission Center 현대표
 

▲ 김정훈 교수

다윗의 기도

2) 기도의 계기
 

(6) 다윗 언약: 세 가지 약속

다윗의 성전건축 의지에 대해 이상과 같이 반응하신 하나님은 이제 그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몇 가지 숭고한 약속을 주신다. 이는 하나님이 제사장 나라의 실현에 대한 당신의 뜻을 계시하시는 내용이다. 그 내용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은 다윗에게 위대한 명성을 얻게 하실 것을 약속하신다(삼하 7:8-9). 하나님은 다윗이 양떼를 따라다니며 목장에서 일을 할 때 데려다가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을 다스릴 통치자로 세우신 일과 그가 어디를 가든지 함께 하신 일, 원수들을 그 앞에서 파멸시키신 사건들을 상기시키시면서 땅에서 위대한 사람들의 이름처럼 그의 이름을 위대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신다. 이 약속을 따라 다윗은 실제로 주변국들과의 모든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명성을 떨쳤다(삼하 8장).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성취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약속이 장차 하늘과 땅과 땅 아래 있는 모든 존재로 승귀의 주 예수의 이름에 무릎을 꿇게 하실 것(빌 2:9-10)을 암시하시는 말씀이라는 데 있다. 다윗은 오실 메시야의 예표적 인물로서 그의 명성은 장차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온 세계에 전파되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될 것을 암시한다.

둘째, 하나님은 다윗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영구 정착지와 악한 자들로부터의 보호, 정치적 안정을 약속하시고, 또한 다윗 자신에게 모든 적들로부터 벗어나 안식을 얻게 해 주실 것을 약속하신다(삼하 7:10-11상).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안정된 장소에서 터를 잡고 뿌리내리기를 원하셨다. 그들이 이미 정복한 가나안 땅은 어떤 의미에서 그들의 영구 정착지였다. 그 땅은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받는 이스라엘 왕국의 영토로서 제사장 나라의 역사적 실현을 의미하며, 또한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예표하는 땅이다. 또한 하나님께 있어서 사사시대와 같은 정치적 불안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이스라엘 왕국의 개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악한 자들이 해치지 못하도록 보호해 주실 것을 약속하셨다. 이스라엘이 악한 자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휘둘리는 한 이스라엘 왕국은 안정을 유지할 수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은 다윗에게 모든 원수들로부터 그를 지켜 안식을 얻게 해 주실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원수들의 손에 피해를 당하는 한 평화와 안식은 기대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은 하나님의 약속들은 제사장 나라의 실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로서 한편으로는 다윗 왕 시대에 역사적으로 실현될 것들을, 다른 한편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시대에 종말론적으로 실현될 것들을 계시하는 진술들이다.

셋째, 하나님은 다윗의 왕조를 세우고 그의 나라를 영원히 보전하실 것을 약속하신다(삼하 7:11하-16). “11 ...너를 위하여 집을 짓고... 16 네 집과 네 나라가 내 앞에서 영원히 보전되고 네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 하나님은 당신을 위해 “집”을 짓겠다고 하는 다윗에게 오히려 “내가 너를 위하여 집을 짓고”(삼하 7:11)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집”은 왕조를 의미한다. 하지만 “집”은 앞에서 일견한 대로 “성전”을 의미(삼하 7:5; 비교. 7:7, 13)하기 때문에,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본문에서 “집”은 성전적 왕조 개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즉, “집”이 의미하는 왕조 개념 안에는 성전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나단이 받은 신탁은 제사장 나라가 장차 메시야의 오심과 함께 성취될 교회론적 성전(엡 2:21)과 그리스도의 영원한 왕권이 융합된 형태로 나타날 것을 예고한다. 구약 성전의 성취로서의 교회와 다윗 왕권의 성취로서의 그리스도의 교회론적 왕권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다윗 왕조의 창건과 그의 나라의 보전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이 그분이 계획하신 제사장 나라의 실현에 관한 선언이라면, 그분의 약속은 제사장 나라가 성전적 다윗 왕조를 통해 실현될 것을 암시하시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말로 하여, 하나님이 출애굽 때부터 계획하신 제사장 나라는 전 세계 모든 믿는 자들로 구성된 교회론적 성전 건립과 다윗 왕의 계보를 잇는 그리스도의 왕권을 통해 성취될 것이었다.

하나님을 위해 “집”을 지어 드리겠다는 다윗의 제안에 도리어 “내가 너를 위해 집을 지어 주겠다”고 하시는 하나님의 약속은 어떤 의미에서 “네 말은 고마우나 너는 네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고 있다. 사실 너는 구원사에 관한 매우 중요한 발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너는 그것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너는 그저 심령에 스치는 섬광 같은 것만 느끼고 있을 뿐이다. 너는 네가 말하는 ‘집’ 곧 나를 위한 집을 지을 수 없다. 그 집은 나만 지을 수 있고, 오히려 내가 너를 위해 그 집을 지을 것이다. 그 집은 단순히 언약궤를 넣을 건축물이 아니라 다윗의 왕조와 관련된 것이다. 그 집은 영원히 다윗의 왕권을 이을 메시야의 왕권과 관련된 것이다”라고 하시는 말씀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참 성전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으로 당신의 백성을 모으시고(참조. 마 23:37; 눅 13:34; 2 Macc 2:4-8) 그리스도의 인도 가운데 제사장 나라를 실현해 가게 하시며, 궁극적으로 새 하늘과 새 땅에서 그 나라의 최종 완성을 보게 하실 것이다.
 

(7) 두 가지 첨부

하나님은 다윗을 위해 “집” 곧 성전적 왕조를 세워 주시겠다고 하신 약속과 관련하여 두 가지 말씀을 첨부하신다.

첫째, 하나님은 다윗이 죽은 후에 그의 “씨”(솔로몬)를 왕으로 세워 그(솔로몬)의 나라를 견고히 세우실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다윗 왕조가 솔로몬을 통해 탄탄한 기반 위에 서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다.

둘째, 하나님은, 다윗이 소원한 성전건축과 관련하여 솔로몬이 당신의 이름을 위해 “집”(성전)을 건축할 것이며 그(솔로몬)의 나라의 왕위를 영원히 견고하게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신다(삼하 7:13). 이미 앞에서 강조한 대로 여기에서 성전건축에 관한 언급과 다윗 왕조의 영원한 왕권에 관한 언급의 병치(倂置)는 양자가 상호 밀접한 개념임을 암시한다. 여기에서 언급된 성전은 결국 왕이신 그리스도의 다스림을 받는 신약시대 성도들의 총합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참조. 엡 2:21-22,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이 다윗 왕조의 왕권을 영원히 견고하게 하실 이는 바로 당신 자신이심을 선언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님은 당신이 솔로몬에게 하나님이 되시고 그는 당신께 아들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삼하 7:14). 이는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왕이 되시고, 솔로몬은 당신의 지도를 받는 인간일 뿐이라는 말씀이다. 다윗의 계보를 잇는 모든 이스라엘 왕 위에는 영원한 왕이신 하나님이 계신다. 인간 왕은 하나님의 대리자일 뿐이다. 영원한 왕이신 하나님은 솔로몬에 대하여 아버지로서 아들 신분인 그가 범죄할 때 그를 징계할 권한을 가지신다. “그가 만일 죄를 범하면 내가 사람의 매와 인생의 채찍으로 징계하려니와 내가 네 앞에서 물러나게 한 사울에게서 내 은총을 빼앗은 것처럼 그에게서 빼앗지는 아니하리라”(삼하 7:14하-15). 하나님은 다윗의 왕위를 이어받아 성전을 건축할 솔로몬이 범죄하면 “사람의 매와 인생의 채찍”을 드실 것을 경고하시면서도, 이스라엘 나라의 초대 왕 사울이 당신을 거역할 때 그에게서 왕권을 박탈하신 것처럼 솔로몬에게서 그렇게 박탈하지는 않으실 것이라고 다짐하신다.
 

(8) 결어: 약속의 재다짐

결론적으로 하나님은 다윗의 “집”과 그(다윗)의 나라를 영원히 견고하게 하실 것이라고 약속하신다(삼하 7:16). 이미 해설한 대로 다윗의 집은 단순히 그의 가문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성전” 또는 “왕조/왕권”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집” 개념과 “나라” 개념의 병치는 아주 자연스럽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제사장 나라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성전 개념과 다윗의 나라 개념의 결합은 대단히 중요하다. 장차 신약의 교회는 구약시대 성전의 연장선상에서 그것의 종말론적 성취로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또한 다윗의 후손으로 오실 그리스도는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교회)의 왕으로서 성령을 통해 그들을 사랑으로 통치하시며,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할 때 그의 나라는 최종 완성에 이를 것이다.

나단 선지자는 자기가 받은 모든 계시를 다윗 왕에게 전하였다(삼하 7:17). 다윗은 나단의 신탁을 전해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천지가 진동하는 것 같은 하나님의 약속에 화답 기도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