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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집단의 아노미 현상
오총균 목사의 명성교회 문제 진단
2021년 04월 23일 (금) 12:24:47 오총균 목사 skoh1112@hanmail.net

오총균 목사/ 특화목회연구원장. 시흥성광교회 담임
 

   
오총균 목사

1. 서론

예장 통합교단은 일명 세습방지법(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을 2014. 12. 8. 제정했다. 교회의 사유화를 막고 공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지키자는 취지와 부(富)의 대물림으로 흑수저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을 방지하고, 목회자 모두에게 균등한 청빙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해당 법을 신설 개정했다. 통합교단은 당시 이 같은 복음정신과 시대정신을 반영한 법을 신설 제정함으로써 모범교단이라는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교단 내 모 대형교회의 목회세습 강행으로 통합교단은 지난 3년간 내홍(內訌)을 겪었다. 제103회 총회는 목회세습을 허용한 해(該) 노회결의를 무효 판결(재심)함으로써 목회세습 불가로 최종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제104회 총회는 이 재심판결과 특정교회의 목회세습을 동시에 총회결의로 승인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교단 헌법에 세습을 금하는 조항(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해당 법을 잠재하며 사실상 세습을 공인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예장 통합교단은 일명 세습방지법이 유명무실화 되어 법 기능을 상실하면서 세습에 관한 한 명확한 입장의 혼돈 상태에 머물게 되었다. 교단 총회가 세습에 관하여 소위 말하는 양시론(兩是論-서로 대립하는 양쪽의 주장이나 태도를 모두 옳다고 하는 견해나 입장)적 입장을 취함으로써 붕괴된 규범을 지닌 종교 집단으로서의 혼돈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2. 사회적 규범

   
김하나 목사. 지난 4월 18일 명성교회 설교단에 올라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지켜야 하는 원칙(原則)이 있다. 이것을 ‘사회적 규범(社會的 規範)’이라 한다. 규범(規範-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본보기)은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행동의 기준이나 규칙을 말한다. 사회 속에 총체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문화는 여러 개별 요소로 구성된다. 이를 ‘문화요소(文化要所)’라 한다. 문화요소에는 기술, 언어, 상징, 예술, 가치, 규범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규범(規範)에는 에티켓, 관습, 종교, 도덕, 법 등이 포함된다. 사회 규범은 형태는 다르나 모두 사회 구성원의 행동을 구속하는 특징을 지닌다. 가치가 행동의 일반적인 방향을 설정한다면 사회 규범은 행동의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곧 규범을 어기면 그에 따르는 일정한 제재(制裁)가 가해진다. 상황에 따라 심리적 부담, 양심의 가책, 사회적 비난, 신체적 처벌, 법적 규제 등을 감당해야 한다. 반대로 규범을 잘 지키면 보상이 따른다. 규범은 이러한 보상(補償)과 제재(制裁)를 통해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한다. 그리하여 종교 집단에서도 헌법을 만들고 구체적인 법을 제정하여 종교 집단 구성원이 공유하는 행동의 기준이나 규칙을 마련한다. 그러나 법적 구속의 강제력이 없는 종교의 특성상, 종교 집단이 만든 법이 얼마만큼 사회 규범으로서의 도덕적 지위를 확보하고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는지는 의문의 여지를 안고 있다.


3. 아노미 현상

한 사회에서 문화 변동이 일어날 때, 기존의 전통적인 규범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때 붕괴된 규범의 빈자리를 채워 줄 새로운 규범이 빨리 정립되지 않으면 그 사회는 무규범 상태가 되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를 「아노미 현상(Anomie)」 이라 한다. 아노미 현상(Anomie)이란 기존의 전통적인 규범과 가치관이 무너지고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규범과 가치관이 아직 정립되지 못하여 혼란과 무규범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아노미 현상(Anomie)’은 그리스어인 ‘아노미아(ανομία)’에서 나온 말로, 이는 곧 ‘무질서’ 상태를 의미한다. ‘아노미’는 사회적 혼란으로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개인적 불안정 상태를 뜻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1858-1917)은 이 아노미 현상을 사회 구성원의 행위를 규제하는 공통된 가치나 도덕적 규범이 상실된 혼돈상태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규정하였다. 어느 사회나 단체에서 아노미 현상이 나타나면 구성원들의 행위를 통제하는 공통의 가치나 규범이 사라져 해(該) 구성원들은 혼돈 상태를 겪게 된다. 아노미 상태에 빠지면 삶의 가치와 목적의식을 잃고 심한 무력감과 자포자기에 빠지며, 심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아노미 현상’은 사회 집단 해체(解體)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현대 사회학에서 중요하게 설명되고 있다.


4. 제도 정착의 필요성

사회 규범이 안정되고 존중되며 준수되면 사회 구성원들은 사회와 강한 결속력을 느끼게 된다. 이 경우에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속한 사회에 대체로 만족한다. 이 같은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안정되고 타 구성원과 갈등은 낮아진다. 사회 규범이 부재(不在)하거나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거나 그 규범이 무시될 때, 개인과 사회의 결속력은 약화되고 개인의 만족도는 낮아진다. 여기서 발견되는 중요한 관점은 인간의 심리나 정신세계는 총체적 사회로부터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통합 정도가 낮고 개인의 사회적 결속력이 약하거나 깨질 때 사회 구성원들은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독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종교 집단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다. 종교 집단의 규범(規範)이 확고부동하게 자리를 잡고 있으면 그 종교 집단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은 유지된다. 구성원간의 결속력과 유대감이 탄탄해지고, 해 집단 구성원 된 소속감의 만족도와 자부심이 충천(衝天)하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로 규범이 무시되고 무규범 상태가 지속되면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자부심이 빈약하여 충성심, 헌신도가 곤두박질하고 집단 이탈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바람직한 제도의 정착, 규범의 완성도 상승, 사회적 안정망 구축 등을 통해 개인의 만족도를 높이는 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구성원의 결속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5. 결론

어떤 일의 파생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지 못하고 손을 놓고 지켜만 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문제를 더 키울 뿐, 진정한 해결 방법이 아니다. 어찌 보면 예장 통합교단은 거대 장자 교단이라는 그릇된 자부심에 빠져 기우뚱 거리며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거인과 같다. 야심차게 제정된 법을 무력화시키고, 그렇다고 해당 법을 깨끗이 정리하지도 못하면서 회색지대에 머무르며 무규범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 ‘아노미 현상’ 극복이라는 당면 과제를 풀어갈 자정능력을 상실한 채, 붕괴된 규범의 빈자리를 채워 줄 새로운 규범을 정립하지 못하고 안이한 생각에 사로잡혀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만일 예장 통합교단이 지금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못하고, 현재 겪는 ‘아노미 현상’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구성원들의 이탈 현상’이 증가하면서 머지않아 ‘교단 분열’ 내지는 ‘해체 현상’이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이 경고는 결코 무시될 메시지가 아니다. 따라서 교단의 현 상황에 대한 바른 인식을 전제로, 교단적 현안을 더는 방치하지 말고 원점으로 돌아가 무규범 아노미 현상(Anomie)을 극복해야 한다. 신속히 안정적 교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당면 과제를 성취해 가는 조치를 단호히 취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항상 원점으로 돌아가서 처리하라는 명언(名言)을 가슴에 새기고 이를 실천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시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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