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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라오스 선교 이야기
2020년 05월 19일 (화) 14:57:13 김영진 목사 webmaster@amennews.com

김영진 목사 / 총신대학원 졸업, Fuller 선교학 박사 과정, 라오스 선교사

   
▲ 김영진 목사

라오스(Laos)엔 아픈 사람이 참으로 많다. 가정상비약 정도로 치료될 병도 있지만 간혹 중증 환자들도 많다. 수도에서 버스로 6시간 정도 떨어진 북쪽 마을 까시(Kasy)에 사는 34세의 썬(Sun)은 네 아이를 둔 엄마다. 1년 전부터 배에 복수가 차기 시작해서 지금은 걷기가 힘들 정도이다. 너무 가난해서 큰 병원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교회 교역자에게 썬 자매를 데리고 수도로 내려오라고 했다. 자매는 남편 그리고 2살배기 딸과 함께 왔다. 숙소를 잡고, 중국 한의사와 한국 정 장로님의 협업 진료가 시작되었다. 간과 신장이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영양이 부족하여 원기 회복이 시급하다고 하였다. 중국 의사는 지난번에 날 생선을 먹어 간과 신장이 손상된 꽁맹(Kongmaeng)이란 아이를 치료한 경험이 있다. 그는 라오스의 대형병원에서도 치료가 불가능했는데 중국 의사가 지어준 약을 먹고 지금 거의 회복되었다.

썬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몸이 쇠약하여 침조차 놓을 수 없었다. 중국 의사는 약을 지었고, 영양 회복을 위해서 5kg 이상 되는 잉어와 붉은 팥을 끓여 매일 먹어야 한다고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잉어를 사러 새벽시장에 가는데 갑자기 코끝이 찡했다.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난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도 오랫동안 병원에 계셨고, 장인 장모님도 몹시 편찮으셔서 일찍 소천하셨는데, 그때 나는 무엇을 했는가? 심지어 장모님은 간암으로 손쓸 겨를도 없이 돌아가셨다. 나는 불효가 생각나 눈물이 났다. ‘그런데 신묘막측하신 하나님은 이런 방식으로 라오스에서 대신 효도를 하게 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 못다 한 효도를 라오스 사람에게 하게 하시는 하나님! 불효를 갚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썬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새벽시장에서 9kg짜리 잉어를 사서 숯불에 끓였다. 간단한 살림 도구를 구해주고 아이 간식도 듬뿍 샀다. 2살짜리 딸은 엄마 잉어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었다. 아픈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고 먹는 데 집중했다. 장로님은 침도 놓으시고, 부항도 뜨시고, 음식도 공급하시고 그렇게 수고를 많이 했다.

15일 뒤 경과가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각종 짐을 바리바리 싸니 큰 가방이 2개, 비료 포대로 싼 살림 도구가 2개, 큰 비닐봉지로 싼 짐이 2개였다. 아이 간식도 사서 버스를 태워 보냈다. 보내고 오는 길에 어깨가 가볍고, 묵직하던 머리가 상쾌했다. 놀랐다. 지난 15일간 우리 부부가 환자와 그 가족을 돌보느라 무척 힘들었나 보다.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 몸이 힘들었나 보다. 이렇게 기쁘고 이렇게 몸이 가벼운 것 보니.

   
▲ 썬의 2살배기 딸 아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마리아인 비유가 생각났다. 강도 만나서 피투성이가 되고 모든 물건을 빼앗기고 거의 죽게 된 사람을 보고 제사장이 피하여 지나갔다. 레위인도 피해서 도망치듯 갔다. 썬 자매와 그 가족을 돌보면서 그들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저 강도 만나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돌보기 위해서는 치료비, 생활비, 숙박비, 여비 그리고 만약 가족이 없거나 돌아갈 곳이 없다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돌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얼마나 빼앗길 것인가? 제사장과 레위인은 그 계산법을 알았다. 혹시 방송에 나오거나 이슈가 될 일이었으면 앞장서서 했을지 모르지만.

제사장과 레위인들이 강도 만난 사람을 돌보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일들이 많았을 수 있고, 적어도 한 달 스케줄이 꽉 차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예기치 않게 나타난다.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한 이웃은 예약 없이 갑자기 나타난다.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눅 10:27)
 

   
▲ 김영진 목사가 집회를 인도하고 있다

최근에 기본적인 질문을 다시 하고 있다. 선교란 무엇인가? 선교사란 뭐하는 사람인가? 나는 라오스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항상 하나님 사랑을 베풀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급한 일에 쫓기지 말고 번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바쁘게 살지 말고 주님 앞에 잠잠히 어려움 당한 이웃을 도울 준비를 늘 하고 있어야 하는 그것이 선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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