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있는 광장중학교와 광장초등학교 사이 좁은 골목에는 또 하나의 학교가 있다. 하지만 두 학교사이에 또 다른 학교건물을 발견할 수 없다. 일반 주택을 개조한 어떤 건물 앞에 ‘재한몽골학교(www.mongolschool.org)’라는 간판이 하나 있을 뿐이다.

▲ 한국어를 배우는 아이들.

현재 40여명의 몽골 학생들이 재한몽골학교에 다닌다. 학생들은 모두 몽골인 외국인근로자의 자녀들이다. 불법체류자의 신분이지만 초등교육법을 적용하여 법적으로는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입학여부가 많이 좌우되고, 무엇보다도 우리말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일반 학교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다. 게다가 우리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따돌림당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한국에 있는 몽골 아이들이 일반학교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쌍둥이가 재한몽골학교에 입학했다. 한국에 와서 계속 시골에서 지낸 탓에 부모님이 직장에 나가면 쌍둥이 둘은 집에서 마냥 놀았다고 한다. 그러다 경기도 산본으로 이사를 오면서 재한몽골학교를 알게 됐고, 3년 만에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재한몽골학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과목은 단연 한국어다. 일주일에 총 7시간의 한국어 수업을 하는데, 장차 일반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 우리말과 글이기 때문이다. 처음 학교에 온 아이들에게는 3주 동안 오직 한국어 수업만 집중적으로 시키고 있다. 한국어 외에 영어와 수학, 컴퓨터, 음악 등 기타과목도 교육한다. 특히 몽골역사나 몽골어 등의 수업시간도 있는데 자국으로 귀국 후 뒤쳐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재한몽골학교는 1999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자원봉사자에 의존했다. 하지만 이번 학기부터 유급교사를 채용해서 월, 수, 목요일에는 몽골인교사 3명과 한국인교사 4명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나머지 요일만 자원봉사자들이 맡아서 한국어와 컴퓨터 등을 교육한다.

▲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는 것이 이 곳의 소망이다.

학교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열악한 교육환경이다. 지난해 5월 광진구청의 지원으로 단독건물을 마련했다. 그래서고시원 지하에서 지내던 과거보다는 훨씬 좋아진 환경이지만 일반 주택 건물이기에 학교로 사용하기에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방을 개조한 총 4개의 교실에서 1학년부터 8학년까지의 모든 교육을 감당해야하니 교실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컴퓨터의 숫자가 적은 점도 불편하지만 정보화시대에 발맞춘 교육을 하기 위해 광장복지관을 이용해 컴퓨터 위탁교육을 실시하는 임시방편을 취하고 있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교감 한금섭 목사(외국인근로자선교회)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몽골인의 기질 때문에 이곳 도시생활을 답답해하는 것 같다”며 특히 남자아이들의 관리가 힘들다고 말했다.

재한몽골학교는 아이들에게 기독교 정신을 심기에 노력중이다. 매일 점심식사 전에 경건회를 드리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여러 전도사들의 자원봉사로 찬양과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아이들이 드리는 예배는 의외로 감동적이다. 몽골에서 음악을 접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목청껏 찬양 드리는 모습은 선생님들에게 도리어 은혜가 되기도 한다.

재한몽골학교는 몽골 선교 전초기지이다. 우리나라에 온 몽골 가족들은 자국에서는 중산층에 속하므로 이들에게 전해진 복음은 현지에서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목사는 “우리나라에 온 이들을 도와줌으로 한국에 대한, 또 기독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며 “몽골학교는 교육선교사업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